태연의 신곡 'Weekend'

태연의 신곡 'Weekend' ⓒ SM 엔터테인먼트

 
'믿듣탱(믿고 듣는 태연)'이라는 별명은 아티스트 태연에 대한 대중의 오랜 신뢰를 입증한다. 태연은 2007년 데뷔한 이후 최고의 케이팝 보컬리스트로 우뚝 섰다. 힘과 섬세함을 모두 갖춘 태연의 목소리는 소녀시대의 구심점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가 발을 내딛는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태연은 발라드뿐 아니라 웅장한 아레나 록, 재즈, 트로피컬 하우스, 알앤비 등 무엇이든 부르고자 했다. 제목에서부터 자신감을 드러낸 정규 앨범 < My Voice >(2017)는 그의 재능이 완벽하게 만개한 순간이었다. '장르는 많고 나는 젊다'라는 그의 말은 태연의 열정적인 솔로 커리어를 잘 요약한다. 

지난 7월 6일, 태연이 신곡 'Weekend'를 발표했다. '장르 탐험가' 태연이 이번에 도착한 곳은 핑크빛 디스코 파티다. 그러나 신곡의 뮤직비디오를 접하는 순간, 감탄 대신 의구심이 먼저 떠올랐다. 도자 캣(Doja Cat)의 'Say So'나 'Kiss Me More' 없이 태연의 'Weekend'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1995년생인 도자 캣은 위켄드, 두아 리파 등과 함께 지난해 팝계의 레트로-디스코 열풍을 이끈 뮤지션이다. 2019년 발표된 < Hot Pink >의 수록곡 'Say So'가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면서 재조명받았고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시저(SZA)가 피쳐링한 'Kiss Me More' 역시 빌보드 차트에서 순항 중이다.

디스코 스타일의 신시사이저와 기타 사운드, 이펙터를 적용한 보컬, 랩이 등장하는 타이밍, 뮤직비디오와 앨범 재킷을 가득 채운 핑크 톤, 레트로 풍의 아트워크 등. 음악 내적, 외적 요소들이 기시감을 만든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도자 캣의 노래가 레트로한 사운드 위에서 섹슈얼리티를 뽐냈다면, 'Weekend'는 섹슈얼리티라는 맥락을 소거하고 휴일에 즐기기 좋은 '전체관람가' 음악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신곡 'Weekend'를 발표한 태연

신곡 'Weekend'를 발표한 태연 ⓒ SM 엔터테인먼트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다. 특히 케이팝은 다양한 음악 장르와 문화 요소를 파편적으로 흡수하면서 발전해 온 세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앨범 소개에 'A를 소환하는 사운드', 'B를 연상시키는 스타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가. 태연은 이미 'Make Me Love You(2017)'에서는 엘리 굴딩(Eillie Goulding)을, '불티(Spark)(2019)'에서는 아델(Adele)을 소환했던 바 있다.

그러나 'Weekend'만큼 여러 영역에서 레퍼런스의 원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경우는 없다. 심지어 그 레퍼런스가 바로 불과 1~2년 전 빌보드 차트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거뒀던 노래라면 더욱 더 아쉬운 선택이다.
 
현재 케이팝은 영미권의 팝 음악과 동일한 타임라인에 존재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유튜브의 힘을 입어 케이팝은 어느 때보다 글로벌화되었고, 케이팝을 소비하는 팬들이 영미권의 팝도 함께 소비한다. 지금은 서태지가 밀리 바닐리의 음악을 참고해서 랩 음악을 소개했던 1990년대 초반이 아니고, 남성 솔로 가수들이 일제히 어셔(Usher)의 스타일을 따라 하던 2000년대 초반도 아니다.
 
태연의 'Weekend'는 표절곡이 아니지만 '레트로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 역시 남긴다. 동시대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점에서 안일한 선택이다. 이것이 10년 넘게 케이팝을 대표해 온 '작은 거인'의 신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커진다. 태연은 '제2의 A'가 될 필요가 없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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