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철은 '코리안 불도저'라는 별명처럼 정면승부를 즐긴다.

남의철은 '코리안 불도저'라는 별명처럼 정면승부를 즐긴다. ⓒ 박현근 작가 제공

 
"가늘고 길게, 힘 닿는 데까지! 끝까지 싸워볼겁니다."

종합격투기 선수 남의철(40‧사내남격투기/딥앤하이 스포츠)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코리안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상대가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전진 스탭을 밟으며 거침없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통산 20승 중 절반인 10승이 판정승이라는 점을 봤을 때 다소 갸우뚱거려질 수도 있겠으나 실상은 다르다. 선수 본인이 끊임없이 피니시를 노리는 스타일인지라 경기 내내 쉴새없이 공방전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다. 판정승이라고 다 같은 판정승이 아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화끈해서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그만큼 지켜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강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남의철 경기가 지루하다는 말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파이팅 스타일로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최고 무대인 UFC까지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권을 넘어서는 통하기 힘들 것이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려 버렸다. 비록 좋은 성적까지는 거두지 못했으나 메이저 단체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펼쳤다는 부분은 높이 살 만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한 것을 감안 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남의철은 이른바 반전매력으로도 유명하다. 경기장에서는 거친 상남자지만 평소에는 부드럽고 배려깊은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다. 그림, 요리 등 격투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하다. '경기장에서는 불도저, 일상에서는 젠틀맨'으로 통하는 전 UFC 파이터 남의철을 지난 14일 만났다. 
 
 링밖에서의 남의철은 부드럽고 매너넘치는 젠틀맨이다.

링밖에서의 남의철은 부드럽고 매너넘치는 젠틀맨이다. ⓒ 남의철 선수 제공

 
인간 남의철
 
- 로드 FC에서 2019년 신동국 선수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파이터로서 남의철은 보기 힘들까요?
"하하(웃음), 잘못 알려진 것 같습니다. 해를 넘겨서도 경기를 아직 가지지 않아서 은퇴한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나 봅니다. 저 아직 은퇴 안 했습니다. 최대한 가늘고 길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목표고 지금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딥앤하이 스포츠'라는 체육관을 운영중이며 회사원, 학생 등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사내남 격투기'에서 훈련도 하고 있어요.
 
- 서울호서예전실용전문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으며, 어떤 스타일의 교수님이셨을지 궁금합니다.
"호서예전 종합격투기 학과에서 실기교수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강의를 하고 함께 훈련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마음가짐, 선수 생활 등이었네요. 학생들과는 형, 동생처럼 편하게 지냈습니다. 수업 끝나고 햄버거나 아이스크림도 같이 사 먹는 등 팀 동료, 선후배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 선수 시절 누구보다도 근성이 넘치고 투지가 끓어오르는 스타일이었던 것은 물론 계체량 현장에서 기 싸움도 많이 벌이셨습니다. 터프가이로만 인식되다가 이후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젠틀하고 배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격투기라는 종목은 매우 격렬하고 거친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승패가 분명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인지 상대 선수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케이지 밖에서 조차 기세 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밀리기 싫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합 전후의 모습일 뿐입니다. 일상에서의 저란 사람은 터프가이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인간 남의철의 최근 취미는 미술이다.

인간 남의철의 최근 취미는 미술이다. ⓒ 남의철 선수 제공

 
- 격투기와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특기나 취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최근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제가 좋아하는 미술작품들을 조금씩 사모아서 체육관에 전시하고 관원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도 좋아합니다. 아, 최근에는 관원 한분이 제가 그린 그림을 사고 싶다고 해서 판매한 일도 있습니다. 유명 화가의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들의 철학과 삶을 들여다보는 게 최근 저의 취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이터 남의철
 

- 어떤 계기로 파이터의 길로 들어서셨을까요?
"군대 시절 우연히 프라이드와 K-1 등을 보고 격투기라는 종목에 반해버렸어요. 전역 후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체육관에 가서 관원으로 격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월 10만 원 정도의 회비를 냈는데,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순수 아마추어로 운동을 했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 적성에는 맞았나요? 더불어 뻔한 질문 같지만,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을까요? 파이터의 학창 시절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적성에 맞는다기보다는 격투기라는 스포츠가 너무 좋았고 저의 전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격투기에 적성을 맞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하교 후에는 거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기장에서의 남의철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터프가이다.

경기장에서의 남의철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터프가이다. ⓒ 박현근 작가 제공

  
- '코리안 불도저'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밀어붙이는 패턴을 즐겨 쓰세요. 초창기부터 쓰시던 스타일이신지 아니면 중간에 바꾸신 것인지요?
"
초창기 기술적으로 디테일하고 정교하지 못해서 상대를 압박하고 몰아붙여 지치게 하고 빈틈을 찾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운동을 늦게 시작해서 경력에서 밀리잖아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팬들이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고 이미지가 쌓이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 파이팅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맷집과 체력에는 자신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아니면 투지의 산물일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시합에서 정면돌파를 좋아합니다. 타격가는 타격으로, 그래플러는 그래플링으로 싸우고 이기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한 시대라서 그런 구분이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저 역시 조금 더 전략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쪽으로 변하려 합니다. 맷집과 체력은 훈련량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훈련량에서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 세계 최고의 메이저 무대인 UFC까지 진출했었습니다. 그때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UFC 현장의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UFC가 세계 최고의 무대라고 특별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 대우도 좋고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지만 제가 늘 해오던 일이고 케이지에서 싸워왔기 때문에 UFC는 대회사의 이름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습니다. UFC뿐만 아니라 어느 대회를 가더라도 현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화끈하고 파이팅이 넘칩니다. 늘 저를 뜨겁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 마지막으로 남의철 선수를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앞서 말씀드린 데로 저는 가늘고 길게 선수 생활을 하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은퇴 생각도 없고 평생 동료들과 열심히 운동하고 시합도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죽기 전까지는 모든 게 과정이고, 섣불리 결론짓고 만족하거나 불평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사람으로 정상을 향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내면의 깊이를 더해 가는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도 매일 평생 '딥앤하이' 하며 살아가기를 응원합니다. 조만간 꼭 멋진 시합으로 찾아뵙기를 소망합니다.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하시고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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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1. 인터뷰는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진행되었습니다.

2. 인터뷰 기사 말미의 ’딥앤하이‘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한다는 의미와 그 과정 가운데 내면의 깊이와 인간적인 성숙을 더해 나감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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