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로 2020 결승전 대진은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로 결정됐다. 4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꺾은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 1968 대회 이후 53년 만에 유로 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이탈리아는 유로 2020 우승을 통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탈락의 수모를 씻어내고 축구강국의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축구종가'라는 명성과 달리 아직 유로 대회에서 우승은커녕 결승무대조차 밟은 적이 없는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유로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잉글랜드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만큼 기세를 몰아 통산 첫 유로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특히 4골을 기록 중인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토트넘 핫스퍼FC)은 결승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할 경우 월드컵에 이어 메이저대회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게 된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6경기에서 9득점1실점을 기록하는 안정된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이번 대회 짧은 시간이나마 리드를 잡았던 유일한 팀이 있다. 바로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이 된 북유럽의 덴마크다. 탈락의 위기를 극복하고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따낸 덴마크는 토너먼트에서 점점 더 뛰어난 경기력을 과시하며 4강까지 진출하며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네덜란드-독일 꺾고 유로 1992 깜짝 우승

덴마크는 현재 피파랭킹 16위에 올라 있는 축구강국이지만 최근 4번의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유럽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을 정도로 월드컵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와 한 조에 포함돼 조2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16강에서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를 만나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며 아쉽게 물러났다.

이처럼 월드컵에서는 8강진출(1998년 프랑스월드컵)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인상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한 덴마크지만 유로대회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덴마크는 지난 1992년 스웨덴에서 열린 9번째 유로대회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로 간신히 준결승 티켓을 따낸 덴마크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을 만든 것이다.

당시 덴마크가 4강에서 맞붙었던 네덜란드에는 마르코 반 바스텐과 루드 굴리트, 프랑크 레이카르트 등 유로 1988 우승 멤버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고 신예 시절의 데니스 베르캄프도 있었다. 모두 네덜란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슈퍼스타들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현 덴마크 대표팀 주전 골키퍼 카스페르 슈마이켈의 아버지)을 앞세워 네덜란드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다.

결승 상대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팀 독일. 당시 독일은 주장 로타어 마테우스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했고 루디 푈러마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하지만 위르겐 클리스만과 안드레아스 브레메, 그리고 1996년 발롱도르 수상자 마티아스 잠머 등이 활약한 독일은 분명 덴마크에게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덴마크는 예상을 깨고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유로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덴마크에게 유로1992 같은 영광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유로 1996,유로 2000에서 연속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덴마크는 유로 2004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8강에서 파벨 네드베드와 페트르 체흐가 이끄는 체코를 만나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덴마크는 이후 3번의 대회에서 두 번의 본선진출 실패와 한 번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유로 무대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에릭센 이탈 속 29년 만에 4강 신화 달성

유로 2020 지역예선에서 스위스,아일랜드,조지아,지브롤터와 함께 D조에 속한 덴마크는 8경기에서 4승4무의 좋은 성적으로 스위스에 이어 조2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승점(16점)은 스위스(17점)에게 한 점 뒤졌지만 골득실(+17)에서는 스위스(+13)보다 4점 앞설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24개국이 출전하는 유로 2020에서 덴마크가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전망한 축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덴마크는 핀란드와의 조별리그에서 전반43분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FC)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덴마크는 에릭센 이탈 후 핀란드와 벨기에에게 연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탈락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에릭센이 훈련장과 경기장을 찾아 동료들을 응원했고 덴마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를 4-1로 제압하며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덴마크의 드라마는 토너먼트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16강에서 A조 2위 웨일스를 4-0으로 완파한 덴마크는 8강에서도 16강에서 네덜란드를 2-0으로 꺾은 체코를 2-1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덴마크의 유로대회 4강진출은 본선진출팀이 4개국이었던 1964년 스페인 대회, 1984년 프랑스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1992년 스웨덴 대회에 이어 역대 4번째였다. 물론 24개국이 출전한 유로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비록 패했지만 덴마크는 잉글랜드와의 4강전에서도 대단히 선전했다. 전반30분 미겔 담스고르(UC 삼프도리아)의 프리킥 선제골로 잉글랜드의 대회 첫 실점을 안긴 덴마크는 9분 후 시몬 카예르(AC밀란)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후반전을 잘 버틴 덴마크는 연장전반 13분 패널티킥을 내준 후 케인에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비록 슈팅숫자 6-21, 점유율 42-58로 크게 밀렸지만 120분 동안 포기하지 않았던 덴마크의 투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유로 대회는 월드컵과 달리 1980년 이후 3,4위전을 폐지했고 2012년부터 4강 탈락팀에게 동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덴마크는 29년 만의 결승 진출이 아쉽게 좌절됐지만 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에릭센이라는 에이스 없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뜻 깊은 성과를 올렸다. 비록 덴마크의 돌풍은 4강에서 멈췄지만 축구팬들은 2021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다이너마이트 군단'의 투지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