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에스파의 'Next Level'은 6월 21일 멜론의 24Hits 차트 정상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로 최초의 기록이며, 여자 아이돌 그룹이 24Hits 차트 1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에스파 'Next Level' ⓒ SM엔터테인먼트


춤부터 노래, 가사까지 난해함으로 가득한 이 곡이 이토록 널리 사랑받는 건, 이것이야말로 설명하기 참으로 난해한 일이다. 현재 음원차트 1, 2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SM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의 노래 'Next Level(넥스트 레벨)' 이야기다.

우선 춤을 보자. 일명 '디귿춤'이다. 안으로 굽는 게 익숙했던 우리의 손목은 이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바깥으로 꺾어 디귿(ㄷ)자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건 손목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사실 이 곡은 모든 게 도전이다. 멜로디를 비롯해 가만히 들어보면 마치 한 곡에 여러 곡이 섞여 있는 듯 변화무쌍한 진행을 보인다. 귀로 따라가다 보면 정글 같은 낯선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매체 타임지 또한 이 곡의 매력을 언급하며 "'왜 한 곡에 두 곡이 들어있는 것처럼 들릴까?'라고 처음 의문이 들었다"고 썼다.

가사 또한 난해함이요, 도전이다. 나이비스, 코스모, Black Mamba, P.O.S 등 에스파의 세계관을 스토리에 녹여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이런 단어들이 리스너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빨아들인다.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듯, 리스너는 현실 세계를 뒤로하고 새롭고 낯선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이 노래의 가장 큰 매력 아닌가 싶다.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I'm on the Next Level Yeah/ 절대적 룰을 지켜/ 내 손을 놓지 말아/ 결속은 나의 무기/ 광야로 걸어가/ 알아 네 Home ground/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상상도 못한 Black out/ 유혹은 깊고 진해/ (Too hot too hot)/ 맞잡은 손을 놓쳐/ 난 절대 포기 못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가사를 보자. 앞서 언급한 '나이비스' 등 알 수 없는 가사뿐 아니라 절대적 룰, 결속, 무기, 광야 등 케이팝 노랫말로는 잘 사용되지 않던 단어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마치 가요가 아니라 게임 주제곡 같다. 결속을 무기 삼아 광야로 걸어가자는 가사에서, 위협에 맞서서 (놈들을?) 제껴라는 구절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용기와 결의로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 난해한 노랫말은 대략 이런 줄거리를 하고 있다. 에스파(aespa)와 아바타 'ae'의 'SYNK'를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Black Mamba'를 찾기 위해 '광야(KWANGYA)'로 떠나는 여정.

"I'm on the Next Level/ 저 너머의 문을 열어/ Next Level/ 널 결국엔 내가 부셔/ Next Level/ KOSMO에 닿을 때까지/ Next Level/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가사는 줄곧 미래적이다. Next Level이라는 단어 자체부터 '저 너머의 문을 열어'라는 구절까지 온통 '다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다음'을 향해 나아가길 북돋운다. 의미를 확장해서 받아들이자면,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늘 자신을 가로막는 장벽에 부딪히기 마련이고 또한 이 고난을 넘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길 갈망하는데 이러한 개인적 스토리에도 가사는 하나하나 적용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노랫말이지만 그럼에도 리스너에게 공감과 용기를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드림콘서트' 에스파, 신인답지 않은 무대 에스파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27회 드림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드림콘서트' 에스파 ⓒ 이정민


"I see the NU EVO./ 적대적인 고난과 슬픔은/ 널 더 Popping 진화시켜/ That's my naevis It's my naevis/ You lead, we follow/ 감정들을 배운 다음/ Watch me while I make it out"

가사의 진행에 따라서 스토리는 쭉쭉 진행된다. 마치 영화 한 편이 결말로 나아가듯 노래 안에서 이야기는 직선적으로 펼쳐진다. 적대적인 고난과 슬픔은 널 더 진화시킨다는 구절 역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힌트를 주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Watch me While I make it out'이라는 노랫말을 아주 쫄깃하게 발음하는 대목과, 중간에 곡의 템포가 변주되어 갑자기 느려지는 구간이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변화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은 두렵고 어색하지만 흥미진진한 모험에 가담하게 한다. 곡 구조가 확실히 새롭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아/ 광야의 것 탐내지 말아/ 약속이 깨지면/ 모두 걷잡을 수 없게 돼/ 언제부턴가 불안해져 가는 신호/ 널 파괴하고 말 거야/ (We want it)/ Come on!/ Show me the way to KOSMO Yeah"

'Next Level'은 리메이크 곡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Fast & Furious: Hobbs & Shaw)>의 OST인 'Next Level'을 에스파의 색깔에 맞게끔 힙합 댄스 장르로 재탄생시켰다. 원곡을 들어봤는데, 멜로디는 거의 같았지만 리메이크 버전의 곡 진행이 좀 더 다채로웠고, 에스파의 가창이 원곡 가수 A$ton Wyld의 가창보다 파워풀했다. 그리고 가장 큰 차별점은 에스파의 세계관을 눌러 담은 한국어 가사에 있는데, 가사는 유영진이 썼다.

이 곡의 중독성에 관해 많은 리스너들이 언급한 글도 눈에 띈다. "이 노래 때문에 기말고사 위험할 뻔했는데 어떻게든 등급은 유지해서 다행... 시험 끝났으니까 이제 하루 종일 들어야지"라는 댓글에서 이 곡의 치명적(?) 중독성을 엿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이 스토리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어지는 가사를 보자.

"결국 난 문을 열어/ 그 빛은 네겐 Fire/ (Too hot too hot)/ 난 궁금해 미치겠어/ 이다음에 펼칠 Story/ Huh!

I'm on the Next Level/ 더 강해져 자유롭게/ Next Level/ 난 광야의 내가 아냐/ Next Level/ 야수 같은 나를 느껴/ Next Level/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Huh!"


노래 속 주인공은 결국 다음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다. 더 이상 광야의 내가 아니며, 더 강해지고 자유롭고 야수 같아 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승리의 스토리는 일상에서 종종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과, 좀 더 파이팅할 수 있는 뜨거운 의지를 제공해준다.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네 멤버로 이루어진 팀 에스파. 이들은 지난해 11월 'Black Mamba'로 데뷔했으며, K팝그룹 데뷔곡 뮤직비디오 중 최단 1억 뷰를 기록하는 등 갖가지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여러 면모에서 명확히 새롭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를테면 이들의 세계관, 노래, 춤 등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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