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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대 법무부 차관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김학의 차관일 것입니다. 2013년 3월 15일 법무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이름을 알린 이래 2021년 7월 6일 현재까지 근 8년간 그 이름은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그와 관련한 사건이 터지기 때문이죠.

이번엔 이른바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공익신고 한 현직 검사의 일로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이 언급됐습니다. 

2019년 3월 23일 김학의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가 제지 당합니다. 그의 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불법이 있다며 검찰은 총 4명을 재판에 넘깁니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가 민간인인 김학의씨를 사찰하고 불법 출금 조처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후 제보자는 올해 1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공익신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으로 기소 당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1월 25일 KBS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인용된 휴대폰 포렌식 자료나 진술조서 내용, 출입국 기록 조회 내용 등 이런 부분은 2019년 3월 당시 안양지청에서 있었던 수사와 관련된 자료들이라, 당시 수사에 관련된 분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들이기 때문에 (신고자가 검찰관계자라고) 의심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차 본부장은 이어 다음날인 1월 26일 검찰 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에서 출국 금지 관련한 절차적 불법 논란은 제기하면서, 공무상 기록을 특정 정당에 유출한 행위의 절차적 불법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법률대변인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12월 공익신고서를 국민의힘에 먼저 제공했다는 점에서 목적의 순수성에 의구심이 들고 부정한 목적으로 공익신고를 한 경우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기사]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신고자 놓고 논란... 공익제보? 불법?(http://omn.kr/1ruq6) 

이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와 여당 관계자라 공익 신고를 깎아내리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불법을 가리려고 본질을 호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익 신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여당 관계자의 말과 달리 권익위는 2월 5일 제보자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공익신고자가 검찰 관계자일 것이라는 것은 '추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일 현직 검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권익위에 신고하며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공익 제보 때문에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추정은 사실로 바뀌었습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층 유리벽에 펄럭이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층 유리벽에 펄럭이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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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신고자가 현직 검사라면 비록 사건 당사자의 말이긴 하나 차 본부장이 말한 '공무상 기록을 특정 정당에 유출한 행위'에 대해서 따져볼 점이 있습니다. 검사가 수사 자료를 야당에 제보하고 이어서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한 것인데 이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입니다. 

여기서 참고할 점이 수원지법의 지난 1월 8일 판결입니다. 법원은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등에 고발하는 절차를 알고 있었음에도 언론에 첩보 보고서를 제공해 논란을 증폭한 점을 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자면 공익신고자인 현직 검사도 관련 고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익신고자인 검사는 지난달 2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대검 감찰부가 공익신고자인 검사가 5월 13일 오후 검찰 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열어본 기록을 확인한 뒤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동아일보> 2021.6.10 대검 감찰부, 공소장 유출 관련 공익신고인 조사). 해당 검사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공익신고자 검사는 박범계 장관을 권익위에 신고하며 지난 6월 25일 단행된 법무부 인사에서 자신이 좌천을 당했다며 이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도록 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수도권 지검의 선임 형사부장이었는데 이번 인사에서 다른 수도권 지검의 중요경제범죄수사단(중경단) 소속으로 발령이 났다며 "기존 형사부장 자리에서 필수 보직 기간(1년)을 채우지 못했고, 중경단 배치로 사실상 평검사로 강등됐다", "의사에 반(反)하는 근무지 변경이자 신분 강등"(<조선일보> 7월 6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강등, 부당한 전보 등)를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가 발령받은 중경단은 사기·횡령·배임 등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2014년 신설된 조직입니다. 중경단에 대한 평가는 언론마다 엇갈립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임 초기에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경제사건과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대응하겠다며 중경단 인원을 확대 편성한 바 있다. 중경단 구성 인원들도 고검검사급(부부장·부장·차장검사 등 중간간부)으로 수사경험이 풍부한 검사를 배치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한겨레> 7월 6일)라고 하는가 하면 "주로 고소사건을 담당해 한직으로 통하는 중경단은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검사'들이 잘 가는 보직으로 꼽힌다"(<조선일보> 7월 6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태그:#김학의, #불법 출금,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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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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