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파이터' 정찬성과 최승우가 격투팬들에게 동반승리를 선물했다.

UFC 페더급 4위에 올라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엔터프라이즈의 UFC Apex에서 열린 UFC on ESPN 25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랭킹 8위 댄 이게에게 5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UFC 데뷔 후 10번째 경기 만에 첫 판정승을 거둔 정찬성은 장기전과 그라운드 공방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며 페더급 4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앞서 열린 메인카드 3경기에서는 '스팅' 최승우가 줄리안 에로사를 1라운드 1분 37초 만에 펀치에 이은 파운딩 KO로 꺾으며 제압하며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UFC 진출 후 첫 메인카드 출전 대회에서 인상적인 옥타곤 첫 피니시 승리를 거둔 최승우는 2연패 뒤 3연승으로 페더급 랭킹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다리던 피니시 승리 터진 최승우
 
 최승우(왼쪽)는 단 97초 만에 에로사를 KO로 제압하며 UFC 3연승을 내달렸다.

최승우(왼쪽)는 단 97초 만에 에로사를 KO로 제압하며 UFC 3연승을 내달렸다. ⓒ UFC

 
지금은 3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지만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는 한때 페더급 내에서도 주목 받는 특급 유망주였다. 최두호가 격투팬들에게 많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UFC 진출 후 3명의 상대를 모두 1라운드 KO로 제압한 놀라운 피니시율 때문이었다. 이는 이날 전까지 UFC에서 한 번도 판정승이 없는 정찬성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판정승부만의 재미도 있지만 격투팬들은 아무래도 화끈한 피니시 승부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반면 UFC 진출 후 연패를 당했던 최승우는 최근 2경기에서 모두 판정으로 승리했다. 물론 최승우 같은 UFC 신예 파이터에게 3연패는 곧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최승우로서는 연패 후 화끈한 피니시보다는 승리에 초점을 맞추는 경기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승과는 별개로 최승우의 연속 판정승이 격투팬들에게 썩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따라서 최승우로서는 3연승의 길목에서 만난 에로사와의 경기가 매우 중요했다. 물론 승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인상적인 내용으로 승리해야만 3연승 후 곧바로 상위랭커였던 컵 스완슨을 만났던 최두호처럼 최승우도 3연승 후 랭커와의 대결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승우는 격투팬들의 기대대로 짧지만 화끈한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옥타곤 진출 후 첫 KO승을 따냈다.

에로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적극적인 전진으로 최승우를 압박했지만 최승우는 침착하게 반격거리를 잡았고 1라운드 1분30초 경 에로사가 왼손훅을 날리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에로사의 공격 순간에 정확히 왼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최승우는 에로사를 다운시켰고 곧바로 에로사에게 접근해 소나기 같은 파운딩을 날렸다. 최승우의 파운딩이 터질 때마다 에로사의 머리는 옥타곤 바닥과 닿았고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전까지 승리 인터뷰에서 영어로 "고맙다"는 말 정도 밖에 하지 못했던 최승우는 승리 인터뷰를 위해 영어를 공부해 현지팬들에게 유창하게 영어로 승리 소감을 전했다(물론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UFC 데뷔 후 처음으로 인상적인 KO승을 거두며 파죽의 3연승을 달린 최승우는 이제 맞대결을 희망했던 킥복서 출신의 페더급 랭킹 10위 기가 치카제를 비롯한 페더급의 랭커들과 싸울 명분을 만들었다.

한 방만 노리는 타격가? 좀비의 끝없는 진화
 
 정찬성(왼쪽)은 이게전에서 그래플러로 변신해 수준 높은 그라운드 기술들을 선보였다.

정찬성(왼쪽)은 이게전에서 그래플러로 변신해 수준 높은 그라운드 기술들을 선보였다. ⓒ UFC

 
페더급에서는 현 랭킹 1위이자 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가 통산 10번의 피니시로 페더급 역사상 최다 피니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 베테랑 파이터 리카르도 라마스(7회)가 자리하고 있고 공동 3위 자리에 5명의 쟁쟁한 파이터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자타공인 UFC 최고의 스타 코너 맥그리거와 현 라이트급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 등과 함께 6번의 피니시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바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다.

사실 현 UFC 페더급 랭킹 4위에 페더급 역대 최다 피니시 공동 3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정찬성에게 8위 이게와의 대결은 다소 자존심이 상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승리한다 해도 랭킹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반면에 패한다면 어렵게 지키고 있는 페더급 4위 자리를 빼앗기며 타이틀 전선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겨도 본전, 지면 망신'인 경기가 바로 이게와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할로웨이를 비롯한 상위권 파이터들이 타이틀전만 바라보고 있는 데다가 너무 긴 공백을 가질 수 없었던 정찬성은 이게와의 경기를 수락했다.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패한 후 상승세가 꺾인 정찬성으로서는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이게와의 경기에서 건재를 과시한 후 다시 상위권 파이터와의 경기를 통해 타이틀전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조금 먼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정찬성은 접근전을 즐기는 이게를 상대로 타격가의 이미지를 벗어나 레오나르드 가르시아, 더스틴 포이리에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했던 그래플러로 변신했다. 정찬성은 그라운드 영역에서 이게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여유 있는 판정승을 따냈다. 정찬성은 자신을 카운터 펀치 한 방에 의존하는 타격가로 알고 있던 격투팬들의 선입견을 날려 버린 수준 높은 그라운드 기술을 통해 이게를 완벽히 압도했다.

정찬성은 승리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서브미션 승리를 노렸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6연속 피니시 기록이 마감된 것이 아쉽다는 마음을 밝혔다. 하지만 정찬성은 이게와의 경기를 통해 자신이 타격과 레슬링, 주짓수에 모두 능한 '올라운드 파이터'라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진화한 좀비' 정찬성에게는 역시 페더급 상위권 파이터들과의 치열한 타이틀 경쟁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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