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2022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차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10회 연속 본선진출에 도전한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톱시드를 배정받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8일(한국시간)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 방식을 확정해 발표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2차예선을 통과한 12개팀이 2개조로 나눠 경쟁한다. 조추첨 시드 배정은 FIFA 랭킹 포인트로 결정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529.45점, 이란이 1522.04점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톱시드(포트1)를 차지했다. 한국은 1474.96점으로 호주(1477.21점)에 이어 아시아 4위에 그치며 포트2에 배정됐다.

이란의 기사회생으로 한국이 손해를 보는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아시아의 강호 중 한 팀인 이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2차예선에서 3위까지 떨어지며 최종예선 진출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저력이 있는 팀답게 6월 A매치 기간에 펼쳐진 2차예선 잔여 경기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조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한국보다 피파랭킹에서 앞선 일본과 이란이 모두 최종예선에 안착하면서 39위였던 한국은 톱시드 자리를 놓친 데 이어, 최종예선에서도 부담스러운 두 팀중 한 팀을 무조건 만나야하는 대진운까지 안게 됐다. 특이하게도 아시아 '빅4'중 한 팀으로 꼽히는 호주와는 2006년 AFC 가맹국 합류 이후 월드컵 예선에서는 유독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이번에도 한국축구와 같은 포트에 편성되며 인연이 엇갈렸다.

일본과 이란 두 팀 모두 한국이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들이다. 일본은 지난 3월 열린 원정 평가전에서 한국에 0-3의 뼈아픈 참패를 안겼다.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한국과 함께 꾸준히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고 있는 일본은 지난 2018러시아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16강 진출 3회(2002,2010, 2018) 기록을 세웠을 만큼 저력이 있는 팀이다. 한국이 일본과 같은 조에 배정된다면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심지어 이란과의 역대전적에서 한국이 9승 9무 13패로 열세다.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이후로는 무려 10년째 승리가 없다. 특히 한국은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역사적으로 47년간 단 2무 5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월드컵 예선에서만 2010년 남아공 대회부터 3회 연속 같은 조에 편성되기도 했다. 

3-6번 포트는 전력상으로는 모두 한 수아래라는 면에서 비슷비슷하지만, 결국 한국과의 상성이나 원정에서의 이동거리,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좀더 수월한 동아시아팀들과 까다로운 중동팀들 중 어느 팀을 더 많이 만나느냐에 따라 최종예선의 난이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중국이나,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입장에서 그나마 최종예선 최상의 조추첨 시나리오는 '일본-아랍에미리트-중국-오만-베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삼국인 한-중-일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경우는 아직 없다. 지역적-역사적으로 라이벌 관계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한국도 상대를 잘 알고 있으며 이동거리나 시차적응같은 환경 문제를 고려하면 차라리 두 팀을 만나는게 더 유리하다. 상대 전적도 일본에 42승23무15패, 중국에 20승 13무 12패로 한국이 크게 앞서있다.

베트남은 한국축구를 잘 아는 박항서 감독의 존재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사상 최초로 월드컵 최종예선진출에 성공한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이후 전력이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전력이나 스타일상 모두 중동팀들보다는 상대하기 수월하다는 평가다. 박감독의 영향으로 베트남에 한국축구의 색채가 묻어나고 있지만, 체력이나 파워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하위호환'에 가깝다. A매치 상대 전적도 16승 6무 2패로 한국의 압도적 우위다. 다만 박항서 감독의 선전을 기원하는 측면에서 베트남과 한 조에 편성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내 팬들도 많다.

중동팀들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악명높은 원정텃세와 밀집수비, 그리고 침대축구 때문이다. 최종예선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레바논을 상대로 한국은 2차예선에서 1승1무로 우위를 점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한 바 있다. 한국이 만일 톱시드의 이란에 이어 3번 포트의 사우디아라비아와 4번 포트 이라크까지 한조에 묶인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한국은 사우디에 4승 8무 5패로 열세이고, 이라크는 7승 11무 2패로 우세지만 무승부가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내용상 고전한 경우가 더 많았다. 두 팀이 최근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강호인 데다 특히 원정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한국의 발목을 잡았을 정도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5번 포트의 시리아(4승3무1패)와 레바논(10승3무1패)까지 더하면 중동세에 완전히 포위되는 구도가 된다. 어차피 중동팀들로만 편성된 포트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로 꼽히는 3번 포트의 UAE(12승 5무 2패), 5번 포트의 오만(4승1패)을 만나는 게 그나마 최선으로 보인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은 오는 7월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다. 각조 2위팀까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또한 각조 3위팀들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팀을 결정한다.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최종예선의 진행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 최종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매달 2경기씩 치러지는데, 이번 2차예선이 중립지역에서 진행된 것처럼 변동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국이 86년 이후 월드컵 본선진출을 놓치지 않은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예선이 홈앤 어웨이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강팀들은 1~2경기 정도 미끄러지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승점을 만회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경기수가 줄어들거나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된다면 장단점이 있지만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져서 한국같은 전통의 강호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벤투호는 지난 2차예선을 조 1위로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롤러코스터같은 행보를 보이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남겼다. 한국축구가 최종예선을 넘어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 포트 배정과 상대전적
포트1 – 일본(42승23무15패) 이란(9승9무13패)
포트2 – 한국 호주(최종예선에서 만나지 않음)
포트3 – 사우디아라비아(4승8무5패) 아랍에미리트(12승5무2패)
포트4 – 이라크(7승11무2패) 중국(20승13무2패)
포트5 – 오만(4승1패) 시리아(4승3무1패)
포트6 – 베트남(16승6무2패) 레바논(10승3무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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