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주연'과 '조연', 그리고 '단역'의 구분은 있을지언정, 연기와 인생의 주연, 조연은 따로 없습니다. 액터 인사이드는 연기를 해오며 온갖 희로애락을 겪었을 배우들을 응원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배우 최윤영.

배우 최윤영. ⓒ 킹스랜드

 
느린 것 같지만, 하나씩 강렬하게 그는 작품을 쌓아왔다. 풍기는 느낌이나 외모만 보면 뭔가 여려 보이지만, 최근 2년 사이 배우 최윤영이 보인 모습은 강렬했다.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2019)와 <경이로운 소문>(2020)에서였다. 데뷔 10여년 만에 그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예상 밖이었던 공채 탤런트 생활

<경이로운 소문> 속 형사 정영을 위해 최윤영은 체중을 7kg 감량하며 실제 강력반 출신 여성 경찰을 만났고,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청와대 보좌진 중 홍일점 정수정을 표현하려 실제 청와대 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실제 제 성격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직접 만나 어떤 힌트를 얻으려 했다"는 게 최윤영이 직접 밝힌 이유였다.

이런 노력 덕일까. <경이로운 소문>의 정영 형사가 드라마 중반 죽음을 맞이하자, 시청자들은 앞다투어 게시판에 살려내라는 댓글을 달았다. '액터 인사이드' 네 번째 순서로 배우 최윤영을 만났다.

"정말 감사하게도 영화 <0.0MHz>로 인연이 있었던 유선동 감독님과 함께였다. 그 전까진 지고지순하거나 순수한 그런 역할만 하다가 완전 반대되는 캐릭터라서 외모적으로도 많이 바꿔보려 했다. 시청률도 매우 잘 나와서 다행이었다. 주말드라마 주인공 했을 때보다도 밖에서 많이 더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웃음). 전 사실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제가 죽는 걸 알고 있어서 괜찮았는데 팬분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시더라. 정말 감사했다. 

알던 감독님과 작업이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있었다. 아빠의 친구분이 경찰이셔서 그분께 강력계 여자 형사분을 소개받았다. 화장도 안 하시고, 야전 상의 이런 걸 입고 다니실 줄 알았는데 너무 예쁘시더라.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제가 따라하면 안 되니까 평소 어떻게 근무하시는지 등등을 여쭤봤다."


<60일, 지정생존자>의 청와대 비서관 정수정은 최윤영 형부의 지인 도움으로 입체감이 살아난 캐릭터였다고 한다. 최윤영은 "실제 보좌관 분을 만나서 그분들 사적 모임에도 나가 같이 막걸리도 마시고 그랬다"며 "전문직은 제가 아는 게 많지 않고 경험도 적어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극단 동료들과 함께. 뒷줄 우측에서 세 번째가 배우 최윤영.

극단 동료들과 함께. 뒷줄 우측에서 세 번째가 배우 최윤영. ⓒ 최윤영

 
의외였던 건 두 드라마 모두 오디션을 보고 선택된 경우라는 사실이다. 주연, 주조연 캐릭터들은 감독이 지명해서 캐스팅하는 게 대부분인데 역할 상 오디션이 필요했고, 최윤영 또한 흔쾌히 응했다. 그는 "아무래도 배역에 어울리는지 가늠하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전 오디션을 보는 게 더 좋다"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그는 KBS 21기 공채탤런트 출신이다. 21기는 사실상 KBS에서 배우를 직접 뽑은 마지막 기수다. 이미 KBS는 2004년 20기를 뽑은 이후 공채를 한 번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2008년 공채 시스템을 다시 부활시켰는데, 최윤영으로서는 마지막 배를 탄 셈이다. 물론 매니지먼트 회사의 양성 시스템이 성장하면서 지상파의 배우 공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지만 배우를 꿈꿨던 당시 지망생 입장에선 분명 소중한 기회였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당시 공채 응시자는 약 4000명 수준이었다. 최윤영은 175대1의 경쟁률을 뚫고 KBS 소속 배우가 됐다.

"솔직히 그땐 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다(웃음). 공채 탤런트 개념 자체가 제겐 생소했는데 이병헌 선배, 차태현 선배 등 엄청난 스타 배우분들도 공채 출신이니 저도 그런 길을 갈 줄 알았지. 아마 그때 합격한 스물한 명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드라마 주인공을 하겠지 했던 거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008년 합격한 이후 단역조차 못할 때가 많았다. 제 동기 20명은 다 뭔가를 할 때 저 혼자만 역할을 못받을 때도 있었다.

동기들에 비해 내가 부족한가 생각하면서 혼자 연습실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한두 달 정도 제 영상을 찍으면서 연기 연습을 하며 KBS 별관에 살다시피 했다. 경비 아저씨가 다른 동기들은 몰라도 저만 알아볼 정도였다. 연기 연습도 하고 6층에 올라가서 감독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그랬다."


결과적으로 21기 중 현재까지 연기자 일을 하고 있는 인원은 최윤영, 지주연 등을 제외하고 찾기 어렵다. 최윤영은 "정말 능력 있고 잘하는 언니, 오빠들이 많은데 너무 아쉽다. 기회를 좀 더 줬더라면 어땠을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춤 열정도 이겨버린 연기 열정
 
 배우 최윤영.

"솔직히 그땐 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다(웃음). 공채 탤런트 개념 자체가 제겐 생소했는데 이병헌 선배, 차태현 선배 등 엄청난 스타 배우분들도 공채 출신이니 저도 그런 길을 갈 줄 알았지." ⓒ 킹스랜드

 
몇몇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윤영은 가수 이효리의 백업 백댄서로 잠시 활동할 정도로 춤에도 일가견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교내, 교외 댄스팀 소속으로 활동했다. 슈퍼주니어 은혁, JYJ 김준수, 배우 전소민, 나인뮤지스 현아와 동창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땐 정말 관종이었다"라며 "그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뭔가 해보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양예고에 입학했을 때 무서운 선배들, 학교 생활에 기가 죽어 있곤 했는데 무대만 나가면 그렇게 신나게 춤을 췄던 것 같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견뎠다. 지금도 제겐 춤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다. 요즘에도 레슨을 받고 있다(웃음). 근데 백댄서 활동 언급은 조심스럽다. 그때 힘들어서 관뒀거든. 아마 당시 활동한 분들은 절 그만 둔 아이로 기억할 텐데 그분들께 죄송하다.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낀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다. 대학교를 휴학하면서 극단(악어 컴퍼니) 생활도 했는데 1년 좀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배우 일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음향 오퍼레이터, 무대 준비, 포스터 붙이는 걸로 보냈는데 그때 연기의 밑바탕을 좀 쌓았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데뷔한 지 13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맘 때 많은 배우가 느끼듯 최윤영도 "오히려 신인 때가 더 연기하기 쉬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연기의 트렌드라는 것도 변하기 마련이고,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만 노력은 몇 배를 더 해야 하는 것 같다"며 그는 나름의 진단을 내렸다. 

"아무래도 일을 쉬는 시간이 너무 힘들긴 하다. 그때를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처음엔 친구들과 술 마시며 보내다가 이러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작품이 없을 땐 뭘 많이 배워보려고 한다. 요즘엔 테니스 같이 몸을 힘들게 하는 운동을 배우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날 안 찾아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배우라면 아마 다들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근데 제가 연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배우라는 꿈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혹시나 강제적으로라도 제가 연기를 못하게 된다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 그 정도로 연기의 재미를 알아버렸고, 사랑도 받아봤다. 지금 더 버티고 노력해서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다. <60일, 지정생존자> 때 손석구 오빠와 파트너였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더 치열하게 다가가야겠구나 싶더라. 매번 촬영 전 감독님과 대화를 길게 하고,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꼼꼼하게 구축해 오는 석구 오빠를 보면서 반성하게 됐다." 


OTT 플랫폼의 다변화, 웹 기반 콘텐츠의 질적 향상은 배우 입장에선 호재다. 더구나 한국영화에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고, 여성 창작자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최윤영은 "안전한 길 말고 예상치 않은 역할, 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예전에 준수, 은혁이와 그런 얘길 한 적 있다. 우리가 10년 넘게 일을 놓지 않고 잘 버티고 있어서 서로 대견하다고. 이젠 그들도 중견 아이돌이 됐잖나(웃음). 그리고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부모님이 너무 좋아해주시는 것도 뿌듯하다. 돌아보면 시간이 참 빨리 가는데 영화도 또 해보고 싶고, 웹드라마도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 
 
 배우 최윤영.

배우 최윤영. ⓒ 킹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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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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