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코트의 절대 강자라 불리는 나달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비교적 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줄 알았던 랭킹 1위 조코비치가 두 세트를 먼저 내주며 주저앉는 줄 알았다. 그랜드 슬램 첫 결승전을 뛰는 치치파스가 남자 프로테니스의 새바람을 몰고 오는 듯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현역 최고의 실력자라는 수식어에 어울릴 정도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능수능란한 스트로크 싸움을 펼쳤고 끝내 자신의 뜻을 이뤘다. 19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 이제 그에게 20회 우승에 나란히 올라서 있는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을 뛰어넘는 일만 남았다.

세계 남자프로테니스 단식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후 10시 10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21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5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를  4시간 11분만에 3-2(6-7, 2-6, 6-3, 6-2, 6-4)로 이기고 오픈 시대 이후 모든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2회 이상 우승한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빛냈다.

치치파스의 첫 결승전, 시작부터 놀라다

22살 청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이  대회 마지막 게임을 더 멋지게 장식할 줄 아는 실력자였다. 많은 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과감한 스트로크 싸움을 조코비치 앞에서 마음대로 펼친 것이다.

첫 세트가 68분이나 걸렸을 정도로 타이 브레이크까지 이어졌는데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는 4-0까지 달아나며 필립 샤틀리에 관중석을 더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조코비치도 이렇게 허무하게 첫 세트를 내줄 수 없다는 듯 놀라운 백핸드 숏 발리 기술을 자랑하며 끈질기게 따라붙더니 6-5로 타이 브레이크 점수판을 뒤집기도 했다.

하지만 치치파스의 시원한 포핸드 스트로크는 조코비치의 실수를 연거푸 유도했고 8-6 점수판이 첫 세트의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그랜드 슬램 첫 결승전, 그것도 조코비치를 상대로 한 첫 세트를 치치파스가 자기 이름으로 장식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치치파스의 자신감은 두 번째 세트에서 더 빛났다. 첫 게임부터 3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낼 정도로 조코비치가 궁지로 몰린 것이었다. 일곱 번째 게임에서 치치파스가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는 순간이 압권이었다. 이대로 첫 결승전에서 놀라운 첫 우승 역사를 이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두 번째 세트 마지막 포인트는 치치파스의 195km/h 서브 에이스였다.

'노박 조코비치'가 뛰어넘은 3세트 마지막 고비

조코비치로서는 정말로 3세트가 이 대회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그러나 네 번째 게임에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빠르면 공 네 개로 끝낼 수도 있는 테니스 1게임이 무려 11분 23초나 걸렸다는 것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듀스 스코어가 무려 여섯 번이나 이루어졌으니 누구라도 주저앉고 싶었을 것이다. 이 고비를 누가 먼저 넘을 수 있느냐가 이 결승전 최후의 승자를 가리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흐름이었다. 조코비치는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을 걸어 치치파스의 실수를 연거푸 이끌어내며 3-1로 달아나 세 번째 세트를 6-3으로 끝내는 발판으로 만들었다.

4세트 세 번째 게임도 듀스 스코어가 다섯 차례나 이어졌지만 조코비치는 기막힌 백핸드 드롭샷을 성공시키며 3-0으로 달아나 대역전 드라마의 절정을 만들어냈다. 33분밖에 안 걸린 4세트 마지막 포인트는 깔끔하게 뻗어나간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이었다. 

마지막 5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도 조코비치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치치파스의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를 가져왔다. 이후 서브권을 쥔 조코비치는 여덟 번째 게임을 상징적으로 러브 게임으로 찍어내 5-3을 만들었다.

조코비치는 마지막 게임이 된 5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멋진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두 번째 챔피언십 포인트를 끌어냈고 곧바로 네트 앞으로 달려와 가볍게 점프하며 포핸드 크로스 발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조코비치의 이번 우승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오픈 시대' 이후 처음으로 한 선수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한 대기록이 완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테니스 황제라 불리는 로저 페더러는 바로 이 대회에서 2009년 단 1회 우승에 그쳤는데 노박 조코비치가 2016년에 이어 5년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이 대회 13회 우승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도 호주 오픈에서는 2009년 단 1회 우승에 그치고 있기에 조코비치의 이 업적이 더 놀라운 셈이다.

2021 롤랑 가로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6월 13일 오후 10시 10분, 필립 샤틀리에 코트-파리)

노박 조코비치 3-2(6{6tb8}7, 2-6, 6-3, 6-2, 6-4)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5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14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3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4개
첫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8%(91/134),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62%(109/177)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78%(71/91),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67%(73/109)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53%(23/43),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50%(34/68)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63%(19/30),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61%(19/31)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31%(5/16),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38%(3/8)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40%(70/177),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30%(40/134)
위너 : 노박 조코비치 56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61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41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44개
서브 최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98km/h,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205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75km/h,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186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노박 조코비치 140km/h,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152km/h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19회
호주 오픈 : 2008년, 2011~2013년, 2015~2016년, 2019~2021년 총 9회 우승
롤랑 가로스 : 2016년, 2021년 총 2회 우승
윔블던 : 2011년, 2014~2015년, 2018~2019년 총 5회 우승
US 오픈 : 2011년, 2015년, 2018년 총 3회 우승

◇ 빅3 중 다른 두 선수의 그랜드 슬램 우승 기록
20회 우승 로저 페더러(호주 오픈 6회 / 롤랑 가로스 1회 / 윔블던 8회 / US 오픈 5회)
20회 우승 라파엘 나달(호주 오픈 1회 / 롤랑 가로스 13회 / 윔블던 2회 / US 오픈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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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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