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 ⓒ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 A대표팀과 올림픽축구대표팀(U-23)이 이번 주말 나란히 출격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 2번의 평가전을 치른다. 도쿄올림픽 본선에 승선할 최종엔트리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경쟁이다.

올림픽팀의 경기에 이어 하루 뒤인 13일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앞서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9일 스리랑카를 각각 5-0으로 대파한바 있다. 한국은 현재 H조 1위에 올라 있으며 레바논 전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한 조 2위 중 상위 5개 팀 안에 들게 되어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2차 예선 8개 조 1위 팀은 최종 예선에 자동 진출하고, 2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추가로 진출한다. 5경기에서 20득점 무실점을 기록한 한국은 레바논(10득점 6실점)에 골득실차에 크게 앞서 있어 사실상 조 1위도 확정적이다.

양팀 모두 언뜻 보면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큰 시합은 아니다. 그러나 벤투호는 월드컵 최종예선, 김학범호는 도쿄올림픽을 각각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대표팀의 방향성과 경쟁력을 가늠해볼수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형님인 벤투호는 레바논전을 통하여 점유율 축구의 완성도를 증명해야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9위인 한국은 레바논(93위)과 역대 A대표팀 간 전적에서 9승 3무 1패로 압도했다.

하지만 레바논은 월드컵 예선에서 만났을 때 의외로 안방에서 한국을 여러 차례 괴롭힌 전적이 있다. 조광래호 시절이던 2011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레바논 원정(1-2) 패배하며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초래했고, 최강희호 시절이던 2013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원정 무승부(1-1)로 한국을 한때 월드컵 탈락의 위기로까지 몰아넣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2019년 11월 레바논과의 2차 예선 베이루트 원정경기에 최정예멤버를 투이바고도 고전 끝에 0-0으로 비기는 수모를 당했다.

벤투 감독도 최종예선이 확정된 것과 별개로 레바논전을 최상의 전력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 전에서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단행하며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섰던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주전들을 대거 쉬게 했고, 송민규(포항)· 상빈(수원)·강상우(포항)·김영빈(강원FC) 등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레바논전에서는 다시 정예멤버들이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고누적으로 레바논전 출장이 불가능해지며 소집이 조기해제된 중앙수비수 김민재(베이징)의 공백이 변수다. 레바논은 레바논대로 아직 최종예선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한국전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사실 최종예선을 앞두고 벤투호의 가장 불안요소는 바로 '플랜B'의 부재에 있다. 표면적으로 2연승을 거두며 최종예선행을 확정지었고, 다득점-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겉보기에 순항하는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그리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상대가 너무 약했고 북한의 불참으로 인한 어부지리 조 1위 등극, 홈에서 내리 3연전을 치르는 일정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한일전 참패로 한때 위기에 몰렸지만, 여전히 팀 운영 방식에서 빌드업 위주의 점유율 축구로 요약되는 자신의 축구철학과 팀 운영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연전에서도 상대만 약해졌을 뿐 벤투호의 스타일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스리랑카전에서 남태희를 비롯한 선발 10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로테이션을 단행한 것은 이례적으로 꼽히지만, 선수만 바뀌었지 벤투호의 점유율 축구나 포메이션은 투르크메니스탄전과 똑같았다. 선발로 나선 장신공격수 김신욱이 멀티골을 터뜨렸지만 황의조-손흥민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를 투입하고도 그의 신체능력과 장점을 활용한 공중전이나 측면 크로스같은 전술적 변화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게 아쉬운 부분이다. 선수와 상대팀마다 특성이 다른데도 누구를 투입해도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추구하기보다는 '전술에 선수를 끼워맞추려는' 방식이다보니 벤투호에게는 플랜B라는 게 무의해져버린다.

2차예선은 상대팀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크게 낮았다. 하지만 최종예선만 가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임자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2차예선까지는 전승-무실점으로 압도적인 승률을 쌓았지만 최종예선에서 중국-카타르 등에 연이어 덜미를 잡히며 부진 끝에 결국 경질당했다. 심지어 벤투 감독은 2차예선조차도 홈에서는 강했지만 원정 경기만 나가면 고전을 면치못했다. 한국에 밀리지않는 전력을 지닌 일본에게는 빌드업 축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하며 참패를 당했다.

벤투 감독이 안방에서 수준낮은 약팀들을 대파했다고 '역시 빌드업 축구만이 정답이다.'는 잘못된 확신이 더 굳어진다면 오히려 최종예선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 레바논전을 통하여 여전히 전술적 다양성이 결여 되어 있는 벤투식 점유율 축구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할 이유다.

한편 올림픽팀은 도쿄행을 함께할 18인의 최종엔트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가나와의 2연전에서 이번에 소집한 28명의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켜 마지막 점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평가전 상대인 가나의 전력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김학범호로서는 이번 2연전을 최대한 활용하여 옥석가리기에 나서야 한다.

김 감독은 과거에 함께했던 경험이나 선수의 이름값과 상관없이 동일선상에서의 경쟁을 강조했다. 김학범호에서 지난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함께했던 주전 선수들도, 이강인(발렌시아)-이승우(포르티모넨스)-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같은 유럽파들도 특혜는 없다.

더구나 올림픽 본선에 승선할 경쟁자는 이번 28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A대표팀에 합류했던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송민규(포항)등도 올림픽 승선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여기에 24세 연령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Wild Card) 3명이라는 변수도 있다.

이번 소집은 23세 이하 선수들만 참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가나전을 통하여 올림픽팀에 가장 부족한 포지션이 어디인지를 파악하고 와일드카드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역대 올림픽팀의 성패를 봐도 와일드카드의 비중은 매우 높다. 김학범 감독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황의조-손흥민-조현우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현재로서 보강이 가장 유력한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와 중앙수비수 자리다. 김학범 감독과 이미 호흡을 맞춰본 A대표팀 주전 공격수 황의조가 1순위가 거론되고 있으며, 손흥민-김민재-권창훈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소속팀과 A대표팀의 협조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김감독은 차출이 가능하다면 이미 병역을 해결한 선수들이라도 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2선이다. 이강인-이승우-백승호-엄원상-조영욱-이동준-이동경 등 올림픽팀은 2선 자원들이 유독 풍부하다. 와일드카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 중 절반 이상이 탈락해야하는만큼 최종엔트리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체력적인 문제와 멀티포지션 소화 능력 여부가 생존경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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