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또 다시 연고지 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인천 전자랜드를 인수하는 한국가스공사와 부산 KT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 농구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정리하는 전자랜드의 새로운 주인은 한국가스공사로 확정됐다. 지난 2일 한국가스공사는 전자랜드 농구단 인수를 공식화하며 "B2C 기업으로 변화 모색, 수소충전소 등의 수소 사업과 신성장 사업의 효율적 홍보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 진흥 및 유소년 농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계획을 수립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전자랜드 선수단과 유도훈 감독의 계약도 모두 승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많은 농구팬들도 다행스럽게 파행없이 농구단 인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을 반겼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인천 농구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가스공사 농구단의 창단과 동시에 연고지가 인천에서 대구로 이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가스공사가 농구단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왔을때부터 감지됐다. 바로 한국가스공사의 본사가 대구광역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KBL과 한국가스공사의 인수 협약식 역시 9일 대구에서 진행된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구단이 재창단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인천보다는 대구로 이전을 원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KBL과 가스공사는 대구시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연고지 이전 가능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전신인 대우증권 제우스, 신세기 빅스, SK 빅스를 거치며 오랫동안 인천광역시를 연고지로 지켜오며 사랑받아 왔다. 비록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언더독'으로서의 팀컬러와 지역밀착 마케팅을 통하여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서울과 인접한 대도시 인천은 수도권 중에서도 빅마켓이고 2006년 개장한 삼산월드체육관은 국내 농구장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시설을 갖췄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농구가 금메달의 추억을 간직한 영광의 장소이기도 하다.

만일 한국가스공사가 연고지 이전을 강행할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 확보된 인천의 팬층과 인프라, 역사를 모두 잃게 된다. 수많은 연고지 이전의 사례에서 보듯 당장은 기존 선수단을 고스란히 승계한다고 해도, 연고지가 바뀌고 나면 기존의 역사는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전자랜드를 응원해 온 인천 팬들로서는 팀이 사라진 데다 연고지마저 빼앗기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실감이 크다. 

공교롭게도 신생 가스공사의 새로운 안방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구 역시 프로농구와 애증이 섞인 연고지 이전의 역사가 있다. 대구는 프로 출범 원년인 1997년부터 2011년까지 구 동양제과를 모기업으로 하던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의 연고지였다. 1999년 기네스북에 오른 대구 동양의 32연패 흑역사부터 2002년 창단 첫 우승까지 영욕의 시간들을 함께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14일 오리온 구단이 경기도 고양시를 새 연고지로 정하면서 대구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대구시는 조례까지 개정하면서 체육관 사용료를 낮춰주는 등 배려했지만 오리온 구단이 연고지 이전 경위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었다며 강한 분노를 표한 바 있다. 

대구는 이미 야구(삼성 라이온즈)과 축구(대구FC)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농구단까지 다시 보유하게 될 경우, 10년만에 다시 3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한 지역이 된다. 전자랜드의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스타인 정영삼은 대구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대구 토박이 출신이기도 하다.

한국가스공사가 프로농구단을 인수하기로 한 큰 배경 중 하나가 대구 지역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홈구장 선정 등 여러 가지로 고려할 부분이 아직 많다.

부산 KT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도 덩달아 거론되고 있다. KT는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KT의 연고지 이전 가능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수원에는 KT의 훈련체육관과 구단 사무실이 있는 같은 모기업을 두고 있는 프로야구단 KT 위즈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또한 수원 역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의 연고지로서 프로농구가 낯설지 않은 도시다.

'부산'과 'KT'모두 프로농구 연고지와 관련된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부산을 연고로 한 최초의 프로팀은 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였으나 2001년 울산으로 이적하여 지금의 현대모비스가 자리잡았다. 현대모비스는 부산 기아 시절의 우승 횟수(1997년 원년 우승)을 구단의 역사에 포함시키고는 있지만 연속성은 그리 크지않고 팬들도 사실상 별개의 역사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이후 2003년까지 한동안 연고 팀이 없다가 2003-04시즌부터 KT의 전신 KTF가 둥지를 틀며 다시 17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KT의 연고지 변천사는 더 파란만장하다. 전신인 나산 플라망스(1997-99년)과 골드배으(1999-2000)는 광주에서 역사를 시작했고, 이후 여수 골드뱅크와 코리아텐터(2000-03)를 거쳐 2003년 부산 KTF가 등장하여 지금의 KT에 이르기까지 영호남을 아우르며 집시구단이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정착한 KT는 17년간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연고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음에도 최고성적은 정규리그 우승 1회에 그쳤고, 야구의 인기가 큰 부산에서의 인기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일 가스공사와 KT 모두 이전이 확정된다면 다음 시즌 프로농구의 연고지 지형도는 크게 바뀌게 된다. 물론 수원과 대구도 스포츠 인프라가 훌륭한 도시이고 팬들 입장에서는 프로농구단이 오는 것을 반길 수도 있지만, 인천과 부산 팬들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KBL 차원에서도 농구 인프라 확장이나 농구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던 인천과 부산같은 대도시 연고지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실이다.

무엇보다 지역연고제의 가치는 팬들이 소속팀을 '우리 고향팀' '나의 팀'이라고 동일시하는 데 있다. 야구팬들 입장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떠난 대구나 KIA 타이거즈가 없는 광주를 상상할수 있을까?

만일 야구나 축구에서 연고지 이전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지역 여론을 중심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따라오겠지만, 연고지 개념의 비중이 크지 않은 농구에서 팬들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 그저 무력한 방관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팬들이 아무리 사랑을 줘도 언제든 하루아침에 떠나버리면 그만인 KBL의 지역연고제 개념에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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