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35·미국)가 옥타곤으로 돌아온다. 오는 7월 25일(한국 시간) 치러질 'UFC 파이트 나이트(UFC Fight Night)' 메인이벤트가 그 무대로, 상대는 코리 샌드헤이건(29·미국),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체급내 상위권 구도를 거침없이 흔들고 있는 다크호스다.

2년 6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르는 딜라쇼는 본래 지난 8일 샌드헤이건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훈련중 눈썹 위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출전이 연기됐다. 샌드헤이건은 챔피언 알저메인 스털링, 랭킹 1위 페트르 얀에 이어 체급 2위에 랭크되어 있다.

만약 딜라쇼가 복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전 챔피언 프리미엄까지 감안했을 때 타이틀에 도전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물론 이는 샌드헤이건에게도 해당된다. 오랜만에 돌아온다고는 하지만 딜라쇼는 밴텀급의 전설 같은 존재다. 워낙 이름값이 높아 그를 이기는 것만으로도 챔피언을 호명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다 할 수 있다.

챔피언 스털링은 얀의 잇단 비난 발언에 기분이 잔뜩 상해버린 상태여서 양 선수 중 승자가 기회를 받을 공산이 크다. 이래저래 딜라쇼, 샌드헤이건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크게 되는 매치업이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딜라쇼는 밴텀급의 제왕으로 불렸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딜라쇼는 밴텀급의 제왕으로 불렸다. ⓒ UFC

 
곤두박질쳤던 딜라쇼, 기회의 끈 다시 잡을까?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딜라쇼는 밴텀급의 제왕으로 불렸다. 차세대 괴물로 꼽히던 헤난 바라오(34·브라질)를 완파하며 이름을 알렸던 딜라쇼는 이후 쟁쟁한 강호들을 줄줄이 무너뜨렸다. 딜라쇼 이전 체급을 지배했던 도미닉 크루즈(34·미국)에 판정패 당한 것이 옥에 티지만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스플릿 판정으로 결과가 갈린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히려 크루즈를 이겼던 코디 가브란트(29·미국)를 두 차례나 넉아웃으로 제압, 정상의 입지를 완벽하게 다졌다. 당시 딜라쇼는 밴텀급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었다. 이에 한껏 고무된 그는 플라이급, 페더급 등 타 체급까지 정벌하며 UFC 역사에 남을 레전드를 꿈꿨다.

첫 번째 제물로 낙점한 상대는 플라이급 챔피언 '더 메신저(The Messenger)' 헨리 세후도(34·미국)였다. 기세가 좋은 뉴 챔피언이었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상위체급이어서 자신만만했다. 세후도가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를 몰아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30·미국)까지 잡아낼 야망에 불탔다.

만약 시나리오처럼만 됐으면 딜라쇼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초 예상은 객관적 전력에서 세후도가 불리한 가운데 그나마 레슬링 정도가 변수로 꼽혔다.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55㎏ 이하급 금메달에 빛나는 세후도의 레슬링 실력은 체급 내 최고 수준이어서 어떤 상대를 맞아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둘은 2019년 1월 20일(한국 시간) 미국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3'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었다. 결과적으로 세후도는 장기인 레슬링을 쓰지도 않고 승리를 가져갔다.

딜라쇼는 세후도의 레슬링을 잔뜩 경계하며 거리를 두고 타격전을 벌이려했다. 밴텀급에서도 최고의 스탭과 거리싸움을 과시했던 딜라쇼였기에 적어도 스탠딩 싸움에서 무너지는 그림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세후도는 딜라쇼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파워풀했다. 타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세후도의 라이트 훅이 귀 뒤쪽에 적중됐고 충격을 받은 딜라쇼는 앞으로 넘어졌다.

세후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딜라쇼를 따라다니며 후속타를 쉬지 않고 냈다. 결국 폭죽 같이 이어지는 파운딩 세례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딜라쇼는 자신이 몰린다 싶으면 머리를 숙이고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는 했다. 하지만 세후도는 딜라쇼의 동선을 잘 파악하고 나온 듯 그림자처럼 달라붙으며 펀치를 적중시켰다.

딜라쇼의 불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약물검사에서 금지 약물 성분 EPO 양성반응이 터져버린 것. 결국 밴텀급 타이틀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2년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그동안 확 달라진 기량을 선보인 것은 약물 덕분이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파이터 생활 초반 딜라쇼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잘하기는 하지만 챔피언급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의 운명은 명 타격코치 드웨인 루드윅과의 만남을 통해 확 바뀌었다. 그와의 트레이닝을 통해 수준높은 타격 테크닉을 장착하며 탈태환골했다. 타격이 향상된 수준을 넘어 체급 최고의 경지로 올라서 버렸다.

딜라쇼의 전성기를 이끈 스트라이킹 근본은 미친 듯한 스텝과 스탠스 전환이다. 끊임없이 스텝을 밟으며 전후좌우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인다. 잦은 스탠스 전환을 통해 상대의 거리감을 엉망으로 만든다. 펀치, 킥, 무릎공격 등 다양한 무기를 앞세워 엇박자로 콤비네이션이 들어가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각종 속임 동작과 사각을 활용한 전략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스탠스까지 계속해서 바꾸며 압박한다. 소나기 같은 연타와 묵직한 단발공격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라 한 번 페이스를 빼앗기게 되면 꼼짝없이 당하기 일쑤다.

딜라쇼는 그런 플레이를 5라운드 내내 펼칠 수 있는 강한 체력, 어지간한 잔타격은 맞아가면서 바로 카운터로 돌려줄 만큼 맷집 또한 탄탄하다. 좀더 이전 밴텀급에서 최고의 스탠딩 테크닉을 보여줬던 크루즈가 전략형 아웃파이터 유형이었다면 딜라쇼는 좀 더 공격적인 버전이다.

이러한 딜라쇼에 대해 '최고의 수준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테크니션이다'는 평가까지 있었으나 예상치 못한 넉아웃 패배, 약물적발 등으로 현재는 평가가 급하락해버렸다. 본인 역시 나이를 좀 더 먹게 됐고 경기에 뛰지 않던 2년 6개월 동안 체급내 판도도 많이 바뀌었다.

어찌보면 이번 복귀전은 기회이자 외나무다리 매치업이라 할 수 있다. 과연 떠오르는 강자를 상대로 딜라쇼는 반전의 무대를 다시 열 수 있을까. 오랜 공백을 딛고 체급내 최고 기술자로의 컴백을 꿈꾸는 베테랑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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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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