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가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들의 치열한 생존 서바이벌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11일 밤 방송된 <강철부대>에서는 어느덧 프로그램이 후반부로 접어들며 더욱 치열해진 각 부대들의 자존심 경쟁이 펼쳐쳤다.

팀간 단체전으로 치러진 참호격투 '육탄전'에서는 예상대로 UDT(해군특수전전단)가 격투기 선수 출신인 김상욱의 맹활약을 앞세워 최종 승리를 거뒀다. 승자팀에게 주어지는 베네핏은 '연합부대 선택권'이었다. 4개 팀이 두 팀씩 연합을 이뤄 본 미션을 진행하고, 패배한 연합부대가 동반 탈락하게 되는 방식이었다.

UDT는 팀원들과의 상의 끝에 예상을 깨고 같은 해군 계열인 SSU(해상재난구조전대)를 선택했다. 이로써 707(대테러특수임무단)-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와 해군VS 육군의 자존심을 건 빅매치 구도가 완성됐다.

연합부대의 본 미션은 형무소 세트에서 야간에 진행되는 인질구출 연합작전이었다. 양팀 각 8명의 부대원중 5명만 참여할 수 있었다. 패배하면 동반 탈락이라는 운명이 걸린 만큼 연합부대원들 모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미션에 참여하기 위해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부대원 구성문제로 육군연합에서 이견이 발생하자 선 특전사 팀장 박준우가 중재에 나섰다. 박준우는 대테러 작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대테러 전문인 707 부대원들 위주로 팀을 구성될수 있도록 한발 양보했다. 육군 연합부대는 이진봉과 임우영, 특전사에서 박도현-김현동이 참여하게 됐다. 707 팀장이기도 한 이진봉이 사실상 연합부대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됐다.

해군 연합은 별다른 갈등없이 비교적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다. UDT의 김범석, 정종현, 육준서, SSU에서는 김민수과 황충원이 본 미션에 참여했다. 육군 연합부대의 미션 수행이 먼저 진행됐다. 시간 경쟁인 만큼 리더인 이진봉은 속도전을 강조했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수갑 열쇠를 획득하기 위해 임우영이 감시탑에 올랐으나 발에 로프가 걸리는 돌발 상황속에 시간이 지체됐다. 악전고투 끝에 결국 임우영이 수갑 열쇠를 다른 부대원들에게 전달하고 인질을 구출하여 결승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션이 완료되려면 연합부대원 모두가 결승점에 도착해야 했다. 임우영이 안전장치 문제로 감시탑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시간이 지연되면서 육군 연합이 위기에 봉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회차의 관전포인트는 그동안 개성과 전문분야가 전혀 다른 각 특수부대들이 최초로 연합부대를 결성하면서 보여주는 팀워크에 있었다. 육탄전 승리로 팀을 정할수 있는 베네핏을 보유한 UDT의 반전에 가까운 결정은 이야기를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사실 UDT의 선택은 자충수가 될 수 있는 모험이었다. 합동작전인 만큼 대테러 미션이 유력한 상황인 데다 두 팀의 특성이 다른 만큼 전술적 역량이 요구된다는 게 연합부대 구성의 핵심이었다. 아무래도 대테러 임무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707이나, 지략과 경험이 풍부한 박준우가 있는 특전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면 누가봐도 훨씬 수월하게 미션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반면 SSU는 비전투부대로서 현직 해경특공대 소속인 김민수 대원을 제외하면 멤버들의 전반적인 전술수행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상대인 707-특전사는 같은 육군 특수전 사령부 소속으로서 서로 '한 식구'라고 표현할 만큼 이미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UDT가 대테러 최약체인 SSU를 선택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707-특전사 조합이라는 '최강의 적'을 만들어내는 꼴이 된 것은, 힘들여 얻은 베네핏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UDT는 계산적인 접근 대신 '화합과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UDT 멤버들은 그동안 <강철부대>미션을 각 팀들과 함께 경쟁해왔던 과정을 떠올리며 "SSU가 저희랑 제일 결이 잘 맞고 화합이 잘 될 것 같다. 역할을 잘 분배해서 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든다"며 SSU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강철부대> 방송 내내 가장 대척점에 서서 미묘한 라이벌 구도를 유지해왔던 UDT- 707팀간의 자존심 매치가 성사되었다는 데 있다. UDT와 707은 각 특수부대들의 첫 만남이 다뤄진 1회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707 멤버들이 짓궂은 장난과 농담으로 여러 부대들을 당혹스럽게 했지만 가장 마지막으로 입장한 UDT는 707의 도발을 가볍게 무시하며 기싸움을 펼쳤다.

본격적인 미션에 돌입해서도 양팀의 스타일은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707은 모든 미션에서 철저하게 '효율성과 승리'에 바탕을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초반 체력적 부담을 우려하여 '최강대원 선발전'에 소극적으로 임하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고지점령전(개인전 1등 박수민) IBS 침투작전(VS 특전사)과 대테러 미션(VS SSU)등에서 줄곧 연승을 거두며 결코 말만 앞세우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반면 UDT는 모든 미션에서 우직한 정면돌파를 고집했다. 최강대원 선발전에서 육준서가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모습, 최약체로 꼽히던 SDT에 경쟁상대임에도 IBS작전을 앞두고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장면이나, 데스매치로 치러진 40kg 완전 군장 행군 대결에서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한 순간들은 '근성의 상남자' UDT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처럼 <강철부대>가 기존의 밀리터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하여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특수부대들의 경쟁을 단순히 '승자 독식'과 결과지상주의 관점으로만 그려내는 데서 벗어나 과정의 가치를 부각시켰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 출신들이 참여한 만큼 <강철부대> 각 미션의 난이도 자체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철부대>는 혹득한 경쟁 속에서도 그래서 '누가 이겼냐'는 것 보다는 '얼마나 잘 싸웠냐'에 초점을 맞춘다. 경쟁에서 아깝게 탈락하며 중도하차한 해병대수색대와 SDT(군사경찰특임대)도, 미션에서는 뒤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팀원들이 마지막까지 서로를 독려하여 팀워크를 과시하는 모습에서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의 과정을 더 강조한다.

특히 데스매치 군장행군 대결에서 SDT 멤버들이 부상당한 팀원의 군장을 대신 짊어지고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이나, 먼저 도착한 다른 팀들이 SDT를 독려하며 결승점까지 나란히 동행해주는 장면은, <강철부대>의 경쟁이 승패의 서열을 나누지 않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이른바 교관 역할에 해당하는 마스터들도 다른 밀리터리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들에게 항상 경어를 사용하고 본인들이 부각되기보다는 철저하게 도우미 역할에만 충실하는 등, 강철부대원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철부대>는 상황에 따라 특전사나 707처럼 철저하게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팀도 있고, UDT처럼 우직하게 정면승부를 고집하는 팀도 있다. 물론 개인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팀원들도 있지만 특전사 박준우나 SSU 김민수, SDT 김민수, UDT 김범석처럼 그런 멤버들까지도 함께 안고 가려는 리더들의 희생정신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더 큰 감동을 안겨준다. 각자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순수한 경쟁심이야말로 <강철부대>를 점점 더 흥미롭게 만드는 매력이다.
강철부대 UDT 707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