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의 조휴일은 신보 < Good Luck To You, Girl Scout! >를 '무생채 같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검정치마의 조휴일은 신보 < Good Luck To You, Girl Scout! >를 '무생채 같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BESPOK


 
지난 4월 30일, 조휴일이 이끌고 있는 밴드 검정치마가 EP < Good Luck To You, Girl Scout! >을 발표했다. 이번 신보는 3부작으로 구성된 3집 정규 앨범과는 별개의 작품이다. 홈 레코딩으로 작업된 이 앨범은 '미니 CD'의 형태로만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음원이 공개되었고 뮤직비디오도 제작되었다.

그의 다른 앨범들과 달리 전곡이 영어 가사로 이뤄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조휴일은 이 앨범을 '팬 서비스', '무생채'라고 표현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했지만,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연은 이렇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격리 기간에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친구들을 위해 로우-파이(Low-Fi) 데모 앨범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친구들을 위한 노래에는 자신의 경험 역시 녹아 있다. 조휴일은 '자신에게도 천년처럼 길게 느껴졌던 여름밤이 있었고, 그 기억을 거슬러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청자의 입장에서 그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이 이 앨범의 묘미다.
 
첫 곡 'Kleenex'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과거 데모 버전으로 공개되었던 곡인데, 편곡에서 많은 변화가 발견되었다. 불온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시작해 거센 불협화음을 빚는 구성이 이별 후의 심리 상태를 표현한 듯 들린다. 첫 곡에서 열심히 휴지통을 비워낸 화자는, 이어지는 'Two Days'에서 자신의 마음이 '망령으로 가득 찬 유령의 집' 같다고 한다. 

앨범의 제목과 그대로 연결되는 'Girl Scout'에서도 흔하지 않은 표현이 빛난다. 이 노래에서 옛 연인은 '걸 스카우트'가 되어 '숲'으로 표현된 화자의 마음을 헤집고, 불태우며, 화자가 간직한 추억은 낡은 배지처럼 빛이 바랬다. 이 두 곡에서는 검정치마가 자주 활용해왔던 오르간 사운드가 아련한 정서를 극대화한다.

찌질한 질투, 가장 보편적인 노래
 

숲은 황폐하게 변했지만, 화자는 옛 연인의 행운을 빈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다. 그러나 위선은 오래 가지 못 하며, 다음 트랙에서 바로 속내를 드러내고야 만다. 'International Love Song(2011)'을 변주한듯한 'When I Think Of You'가 그렇다. 이 곡에서 나타나는 그리움의 감정은 옛 연인의 새로운 남자친구에 대한 노골적인 질투로 이어진다. 미련으로 점철된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이 곡은 유독 처절하게 '찌질함'을 숨기지 않는다.

he's gonna smell me all over you
그가 너의 냄새를 맡을 땐, 나를 맡게 되는거야.
 
he's gonna taste me when he kisses you
그가 너와 키스를 할 땐, 나를 맛보게 되겠지.
 
- 'When I Think Of You' 중


'Heavy Rain'이 비를 퍼부으며 침잠하는 분위기를 만들더니, 17분 동안 이어진 '찌질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Plain Jane'이다. 조휴일이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베이스, 신시사이저, 퍼커션 등을 모두 연주한 이 곡에서, 남자는 비로소 자신이 그리워하던 대상에 대하여 작별을 고한다. 물론 이 미련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 TEAM BABY >(2017)에서 조휴일은 '사랑이 전부'(Love Is All)라며 사랑을 긍정했다. 그러나 후속작 < THIRSTY >(2019)에서는 사랑이 만들어내는 자기 파괴와 추한 얼굴을 그렸다(< THIRSTY >는 이 과정에서의 표현 방식 때문에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문제작이다). < Good Luck To You, Girl Scout! > 역시 사랑의 또 다른 단면을 스케치하고 있다.
 
질투심과 미련은 교과서에서 권할만한 감정이 아니다.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고, 현재를 원망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마음에 품어 보았을 법한 감정이기도 하다. 조휴일의 설명처럼 '천년처럼 길게 느껴지는 여름밤'을 만드는 주범이다. 이 앨범은 그 찌질한 보편성을 피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는 습작, '무생채 같은 앨범' 을 자처했지만, 쉽게 잊히지 않을 노래가 탄생했다. 벌거벗은 질투의 노래는, 초라하기에 더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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