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맥락을 빼고 말한다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2021년 4월의 음원 차트에 SG 워너비가 등장했다. 그들의 데뷔곡인 'Timeless(2004)'는 지니 뮤직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내사람(2006)' '라라라(2008), '살다가(2005)' 등 다른 히트곡들 역시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1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 SG워너비의 세 사람(김용준·김진호·이석훈)이 등장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유야호' 유재석은 물론, 시청자들 역시 세 사람의 손색없는 하모니에 열광했다. 음원 차트뿐 아니라,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이 게시한 SG워너비의 라이브 영상 역시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올랐다.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MP3 플레이어로 듣던 SG워너비의 노래  

만약 tvN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2000년대 중반의 추억을 그리는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SG워너비의 노래는 시대의 BGM으로 등장할 것이다. SG워너비는 단연 2000년대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SG워너비가 자신의 '최애' 가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당시를 향유했던 사람의 MP3 플레이어에는 그들의 노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소몰이 창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강렬한 기교, 화려한 스트링 세션 등의 작법, 노래 길이를 훌쩍 뛰어넘는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 역시 함께 떠오른다. 알앤비의 기교를 빌려 온 다음, 발라드와 트로트를 섞은 듯한 노래 스타일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SG워너비가 전성기를 누렸던 2000년대 중반은 음반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SG워너비는 그런 시대적 상황을 무색하게 한 강자였다. 2집 <살다가>(2005), 3집 < The 3rd Masterpiece >(2006), 4집 < The Sentimental Chord >(2007)은 모두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골든 디스크 대상을 수상했다.
 
SG워너비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다른 가수들 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를 두루 내놓았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방식 역시 똑같았다. 이들의 스타일이 주류가 되는 만큼, 한켠에서는 비판 여론 역시 거셌다. 한 기성 가수는 '그 많은 가수들이 다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창법, 똑같은 빠르기, 똑같은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나름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SG워너비의 전성기도 막을 내렸다. 주연급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 역시 자취를 감췄다.

"추억이 1위를 했다" 김진호의 한 마디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추억의 노래들이 조명받을 때마다 '그때 노래가 최고였고, 지금은 들을 노래가 없다'라는 댓글을 종종 보게 된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김진호는 지금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그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힘을 빼고, 어느 때보다 담백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면서 표현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이석훈과 김용준 역시 그렇다.

나는 대중음악의 팬으로서, SG워너비가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 중반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동어 반복이 심했고, 지금의 시대에도 좋은 음악이 많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비판 의식과 별개로, 나는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SG워너비의 모든 노래를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대중음악의 힘은 바로 이런 것에 있다. SG워너비의 노래가 차트에서 '역주행'을 거둔 이후, 김진호는 팬들과의 소통에서 "SG워너비의 노래가 역주행으로 1위를 하는 것은 SG워너비의 1위가 아니라 사람들의 추억이 1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진호의 말처럼, 나의 추억 한 조각에도 SG워너비의 자리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05년에는 용돈을 모아 SG워너비의 2집 앨범 <살다가>를 구매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버디버디' 미니 홈피의 BGM으로 그들의 노래 '죄와 벌'을 등록해 놓았다. 직접 구입한 음반에 대한 애착이 커서였을까, 자율적으로 제출하라는 여름 방학 과제로 'SG워너비 음반 청취 후기'를 제출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처럼 음악이 선사하는 추억은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간직된다. 2000년대에 태어난 1020세대는 '자신의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듣던 노래'라며 SG워너비의 노래를 반가워한다. '라라라'는 발매 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시니어 세대들의 노래 교실에서 울려 퍼지고 있단다. "추억이 1위를 하고 있다"는 김진호의 말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음악, 대중음악이 대중의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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