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들국화와 김현식은 1980년대 동아기획을 빛낸 전설의 음악인들이었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들국화와 김현식은 1980년대 동아기획을 빛낸 전설의 음악인들이었다. ⓒ SBS

 
조동진, 들국화(전인권, 최성원), 김현식+신촌블루스(한영애, 엄인호), 시인과 촌장(하덕규, 함춘호), 박학기, 김현철, 봄여름가을겨울, 푸른하늘, 장필순, 빛과소금, 이소라, 김장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동아기획을 통해 음반을 발표하고 한국 대중음악사에 크건 작건 한 줄을 그려 넣은 음악인들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운영되었던 동아기획은 레이블 개념이 희박했던 그 시절 우리 음악계에선 독보적 존재나 다름 없었다.   

​가요보단 팝을 즐겨 듣고 음반 판매 역시 마찬가지였던 1980년대, 외국 팝 음악에 견줘도 결코 부끄럼 없고 완성도 높은 양질의 작품을 쏟아냈던 동아기획의 이야기를 지난달 28일,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에서 당시 소속 가수들을 통해 들어봤다. 

TV 출연 없이도 수십만장 판매... 음악인들의 '크루'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 SBS


당시 동아기획을 이끌었던 인물은 '대장님'으로 불리웠던 김영 대표. 그 무렵 광화문에 위치한 '박지영 레코드'라는 매장을 운영하던 그는 TV에서의 인기 vs. 실제 음반 판매 추이가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걸 목격하고 직접 음반 제작에 나섰다. 그때 동아기획으로 들어왔던 이들이 바로 들국화(전인권, 최성원), 김현식 등이었다.

​동아기획 가수들은 1980년대 TV 음악 프로그램에선 거의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지만 라디오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현장에선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당시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환의 디스크쇼> 등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어김없이 일주일에 한 차례 공개 방송을 편성하곤 했었다. 비록 TV로는 접할 수 없는 가수들이었지만 라디오에서만큼은 '슈퍼스타'같은 인기를 누렸고 그 여세를 몰아 체육관 공연 등 꽤 큰 규모의 콘서트로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 무렵 동아기획은 요즘 힙합 신의 크루와 비슷한, 시대를 앞서간 레이블이었다. 음악인들이 '이 친구 음악 괜찮더라'며 서로 추천해서 발탁하고 이를 통해 음반을 제작하는 조금은 파격적인 운영이었다. 그 결과 박학기, 김현철 등의 젊은 피가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레이블 콘서트 '우리 모두 여기에'를 매년 개최하면서 끈끈한 우애를 다진 것도 동아기획만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소속 음악인은 아니었지만 조동익(어떤날) 같은 인물이 동아기획 음반에 작곡, 편곡, 연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신뢰의 상징이 된 전무후무한 레이블​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김현철과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은 동아기획이 배출한 스타 음악인 중 한명이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김현철과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은 동아기획이 배출한 스타 음악인 중 한명이다. ⓒ SBS

 
1980~1990년대에 '동아기획'이란 브랜드는 말 그대로 신뢰의 상징이었다. 들국화, 김현식 등 내로라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룹들이 죄다 이곳에서 음반을 발표했다. 요즘 말로 '믿고 듣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국내 굴지의 녹음실로 손꼽히는 서울스튜디오에서 거액 제작비를 투여해 만든 음반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해외 팝 음반에 결코 뒤쳐질 것 없는, 음악적으로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음반 판매량에선 팝 음반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지만 동아기획 가수들의 등장은 시장 흐름을 점차 바꿔놓기 시작했다. 누구도 엄두를 못내던 라이브 앨범 제작도 과감히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또 무려 3천만 원이라는 거액 계약금 내밀면서 가능성 있는 신예(김현철)을 영입하는 등, 무모할 정도의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를 풍성하게 채워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날 방송에선 김현철, 장필순, 빛과 소금, 유영석(푸른하늘), 박학기, 함춘호(시인과 촌장) 등 동아기획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그 시절 각자의 대표곡을 부르는 등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레이블의 종말, 누락된 거장들... 여전히 남는 아쉬움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 SBS

 
​이날 <아카이브K> '동아기획' 편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와 멋진 공연을 통해 그 시절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50대 전후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가져다줬다.
반면 방송 편성시간의 한계 때문에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성기가 있다면 쇠락기도 있을 터.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아기획이 왜 사라졌는지, 이번 방송에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1990년대에 많은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빈 자리가 생겨났으면 새 얼굴들로 이를 메우는 게 당연했지만 동아기획은 그들을 대신할 만한 신예 발굴에 실패했다. 1990년대 중반 이소라, 김장훈 등이 인기를 얻긴 했지만 그 외의 후발주자들은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동아기획은 어느덧 음악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존재로 남고 말았다.

또한 ​엄인호, 이정선을 중심으로 한영애 그리고 김현식이 가세했던 신촌블루스는 한국 블루스 음악의 선구자였지만 <아카이브K>에선 사진 한 장으로 소개하는 정도의 비중에 그쳤다. 또한 하덕규가 속했던 시인과 촌장이나 이소라 등 꽤 비중 있는 음악가들도 거의 다루지 않은 점은 이 방송의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그럼에도 이번 <아카이브K>는 TV 매체를 과감히 거부하고 오로지 음악 하나로만 승부를 걸었던 장인들의 집단인 동아기획의 가치를 수면 위로 꺼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방송이었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빛과 소금을 비롯한 전성기 소속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동아기획편의 한 장면. 빛과 소금을 비롯한 전성기 소속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 SBS

 
▶ 동아기획 발매 주요 음악인 
(   ) 정규 음반 발매연도 기준

들국화 (1985~1987)
전인권 (들국화) (1987~1988)
최성원 (들국화) (1988~1990)
김현식 (1986~1996. 사후 미발표곡 음반 포함)
조동진 (1985~1986, 1~3집 재녹음 발매)
시인과 촌장 (1986~1988)
봄여름가을겨울 (1988~2002)
푸른하늘 (1988~1994)
신촌블루스 (1989~1992)
엄인호(신촌블루스) (1989~1997)
한영애(신촌블루스) (1988)
박학기 (1989~1990, 1993)
김현철 (1989~1993, 2000~2002)
장필순 (1989~1990)
빛과 소금(1990~1991, 1994)
이소라 (1995~1998)
코나 (1993~2000)

그외 최구희, 주찬권 (이상 들국화, 솔로음반), 송홍섭 (김현식 프로듀서), 박승화 (유리상자 솔로 1집), 야샤(김현철, 조동익, 손진태, 함춘호 프로젝트) 피아노 (1994년 3인조 혼성그룹), 김형철 (신촌블루스), 정서용(신촌블루스), 한상원 (재즈 기타리스트), 씨유 (3인조 걸그룹) 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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