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놀라운 역습 드리블 득점 성공으로 받은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후보로 함께 이름을 올린 전 프랑스 국가대표 공격수 앙드레 피에르 지냑은 아직 건재했다. 실점 후 14분만에 지냑이 넣은 동점골은 이 게임 결과를 놓고 봐도 큰 영향을 준 것이었고 세트 피스 구조 측면에서도 완벽한 작품이었다. 한국 축구의 전설 홍명보 새 감독을 내세워 야심차게 새출발한 울산의 도전은 아쉽게도 끈끈한 멕시코 클럽 티그레스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4일 오후 11시 카타르 알라얀에 있는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티그레스 UANL(멕시코)와의 첫 게임에서 1-2로 역전패하여 5, 6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세트 피스로 엇갈린 운명
 
 지난달 19일 통영산양스포츠파크 천연C구장에서 진행된 2021 K리그 울산현대 전지훈련에 참가한 홍명보 감독의 모습

지난달 19일 통영산양스포츠파크 천연C구장에서 진행된 2021 K리그 울산현대 전지훈련에 참가한 홍명보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K리그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골잡이 주니오(브라질)가 중국 슈퍼리그로 떠나고 울산은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강원 FC에서 검증된 공격수 김지현을 데려온 것도 모자라 과거 이청용과 한솥밥을 먹었던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출신 골잡이 루카스 힌터제어를 영입했다. 

바로 이 대회 FIFA 클럽 월드컵 일정으로 다른 K리그 구단들에 비해 20일 이상 먼저 시즌을 시작한 울산은 홍명보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야심차게 카타르로 날아가 북중미&카리브해 대표로 나온 티그레스 UANL을 만났다. 멕시코 특유의 끈끈한 팀 컬러가 인상적인 강팀이었다. 

그래도 울산은 게임 시작 후 24분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를 적중시키며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이제 울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특급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짧게 감아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김기희의 방향 바꾸기 헤더 슛이 그대로 티그레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 대회를 위해 역시 카타르로 날아온 멕시코의 자존심 티그레스 선수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들도 준비한 세트 피스는 충분했다. 결국 울산은 티그레스의 코너킥 세트 피스 두 개로 역전패를 당한 셈이었다. 티그레스의 귀중한 동점골이 비교적 일찍 터진 것도 뜻깊었지만 완벽한 코너킥 세트 피스 작품 그 자체여서 수비하는 울산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멀뚱멀뚱 쳐다보고 말았다.

38분에 티그레스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가 하파엘 카리오카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것도 가까운 쪽으로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약속된 플레이였다. 코너킥을 직접 받은 레예스는 머리로 공의 진행 방향을 살짝 바꿔 놓았고 이 타이밍을 기다린 앙드레 피에르 지냑은 울산 골문 바로 앞으로 빠져들어와 시원한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넣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유럽 평가전에 소집됐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장기간 곤욕을 치른 골키퍼 조현우가 울산 골문을 지켰지만 지냑의 발리슛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카리오카-레예스-지냑'으로 이어진 코너킥 세트 피스 약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울산으로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전반전 추가 시간에 나타났다. 전반전 1-0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단 14분 만에 동점골을 내준 것도 모자라 비슷한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또 상대 팀 위험 인물을 놓친 것이었다. 이번에는 왼쪽 코너킥 크로스를 막으려다가 센터백 김기희가 팔을 잘못 치켜들며 점프하는 바람에 핸드 볼 반칙이 VAR(비디오 판독 심판) 카메라에 정확하게 찍히고 말았다. 전반전 추가 시간 페널티킥 결정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11미터 지점에 공을 세워놓고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주인공도 앙드레 피에르 지냑이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슛 동작은 티그레스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지난해 FIFA 푸스카스상은 손흥민이 받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냑이 당당히 후보 이름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시아 대표 클럽 수식어를 달고 있는 울산 현대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58분, 세계 축구팬들 다수를 흥분시킬 수 있는 슈퍼 골이 티그레스 골문으로 기막히게 빨려들어갔다. 왼발잡이 수비수 불투이스가 기습적으로 올린 후방 크로스를 윤빛가람이 가슴으로 받아서 잔디 위에 떨어지기 전에 아름다운 180도 회전 가위차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에스테반 오스토이치(우루과이) 주심과 타란 니콜라스 제1부심은 냉정하게도 오프 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불투이스의 왼발 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윤빛가람의 무릎이 티그레스 수비 라인보다 몇 센티미터 앞으로 나온 것을 정확히 꼬집어낸 것이다. 울산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VAR 시스템으로도 재차 확인된 오프 사이드 순간이었다.

이처럼 절호의 동점 골 기회를 놓친 울산은 73분에 골잡이 김지현 대신 이번에 데려온 골잡이 힌터제어까지 들여보냈지만 티그레스 골문을 더이상 열지 못하고 종료 휘슬 소리를 들었다.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빼고 새내기 공격형 미드필더 강윤구까지 기용했지만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교한 공격 패스가 원하는 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울산 현대는 nnn이 대회 최종 5위 결정전으로 밀려났고 티그레스는 남아메리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팀 SE 파우메이라스(브라질)와 맞붙는 준결승전에 올랐다. 

FIFA 클럽 월드컵 결과(4일 오후 11시,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 알라얀-카타르)

울산 현대 1-2 티그레스 UANL [득점 : 김기희(24분,도움-윤빛가람) / 앙드레 피에르 지냑(38분,도움-레예스), 앙드레 피에르 지냑(45+5분,PK)]

울산 현대 선수들
FW : 김지현(73분↔힌터제어)
AMF : 김인성(66분↔김성준), 윤빛가람, 이동준
DMF : 신형민(79분↔강윤구), 원두재
DF : 설영우,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클럽 월드컵 울산 현대 티그레스 홍명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