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 SBS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주요 차트를 석권했고,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새 앨범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내걸렸다. 많은 인디 밴드들이 해외 뮤직 페스티벌을 무대로 공연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기도 한다.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상황이지만, 이것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일은 아니다. 과거와 단절된 채 발전하는 음악은 없기 때문이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역사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SBS 김영욱 CP는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2년 동안 205명의 대중음악인, 산업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고, 다량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망라하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정보들은 집단지성 플랫폼 서비스인 '우리가요' 사이트에서 더욱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무한도전-토토가>, <불후의 명곡> 등 과거의 명곡들을 꺼내어 보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아카이브 K>는 여기서 더 나아가, 역사적 의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한국형 발라드'편에서는 박주연 작사가와 고 유재하의 업적을 논했고, 유재하의 데뷔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가 뮤지션들의 삶을 바꿔 놓았다며 공을 치하했다. '댄스 뮤직' 편에서는 문나이트 클럽을 '한국 흑인음악 역사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했다. 심도 있는 분석을 공유하면서도, 아티스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치면서 축제와 같은 분위기 역시 만들었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 SBS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 SBS


지난 1월 31일 방영된 5회의 주제는 '홍대 인디 밴드'였다. 현세대의 인디 밴드 잔나비의 프론트맨 최정훈이 메인 MC 성시경을 도와 일일 MC로 자리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조선 펑크'의 시발점이었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혼동(?)의 대상이 되는 두 밴드는 함께 한국 펑크 신(scene)을 이끌어온 주인공들이다. 드럭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크라잉넛과 옐로우키친의 앨범 <아워 네이션>은 한국 인디 신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방송분은 록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다. 5회의 문을 연 크라잉넛은 '말 달리자'를 연주한 뒤 베이스를 부쉈고, 노브레인이 '넌 내게 반했어'를 연주할 때, 크라잉넛의 멤버들이 '우리도 가자'며 무대 위로 난입하며 함께 놀았다.

존경받고 있는 두 선구자의 길은 쉽지 않았다. 홍대 앞 공연장들은 유흥업소로 등록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공연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클럽에서 펼쳐졌다. 뮤지션들은 단속을 피해 가면서 공연을 진행해야만 했다(1998년 뮤지션들과 공연장이 연대해 '라이브 클럽 합법화 운동'에 나섰고, 1999년 11월 식품위생법이 개정되었다). 뮤지션들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 보았던 클럽 드럭의 이석문 전 사장의 인터뷰가 생생함을 더 했다.
 
펑크 록 뿐 아니라 자우림과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 PC 통신 동호회를 기반으로 시작된 록 밴드들의 역사 역시 다뤄졌다. 기술적인 진보가 문화의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옛 음악들을 준거점으로 삼는 밴드 잔나비는 '고백(델리 스파이스)'을, 카더가든은 '가장 보통의 존재(언니네 이발관)'를 부르며 과거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5회 방송분을 마무리한 것은 브로콜리 너마저가 부르는 '앵콜요청금지'였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자신들의 첫 방송 출연이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이었다고 소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홍대 클럽이 줄어들고, 밴드신이 침체기에 빠졌을 때 신해철이 인디 뮤지션들을 소개했던 사실을 기억하며 여운을 남긴 것이다. 5회가 '아무 것도 없던 시절' 인디 신을 일궈온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6회는 장기하와 얼굴들, 새소년, 잔나비, 옥상달빛 등 그 토대 위에서 그림을 그려나간 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될 예정이다.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 제5회 ' '홍대 인디 밴드'의 한 장면 ⓒ SBS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클럽 '드럭', 자우림은 클럽 '블루데블', 브릿팝과 얼터너티브의 세례를 받은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은 클럽 '스팽글'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클럽의 성향마다, 음악적 스타일이 나뉘고, 이것이 고유의 신(scene)을 형성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공연장이 사라졌다. 뮤지션들이 오를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 역시 열리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전에 없이 암울한 상황이기에, 인디 신의 역사를 다시 짚어보는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 K>의 의의는 크다. 10여년 전, 유력 대선 주자의 캠프 관계자가 '인디 밴드는 음악계의 2군이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계량화된 실적과 수치로 예술을 판단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디 뮤직의 성장을 만든 열정을 결코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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