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 포스터. ⓒ 넷플릭스

 
2019년 오랜만에 전남 보성의 단독주택으로 내려온 서연, 핸드폰을 잃어 버려서 무선 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이상한 전화를 두 번이나 받는다. 그녀에겐 뇌종양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가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아빠. 서연이 어렸을 적 엄마의 큰 실수로 집이 불타며 아빠는 사망했고 서연은 화상을 입었다.

어느 날, 잠을 자다가 큰소리에 깬 서연은 벽으로 가려진 지하실 가는 길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1999년 이 집에 살았던 이가 쓴 걸로 보이는 일기를 읽으며 영숙의 존재를 확인한다. 

한편 1999년 같은 집엔 신엄마와 신딸 영숙이 살고 있었다. 신엄마는 영숙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그녀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화기를 통해 몇 번 통화했던 서연이라는 이름의 동갑내기가 '미래의 같은 공간'에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이후 서연과 영숙, 영숙과 서연은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서태지 팬이었던 영숙에게 서연이 조만간 컴백할 서태지의 '신곡' <울트라맨이야>를 들려주는 식이다. 

영숙의 집에 서연의 가족이 집을 보러 온 어느 날,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오열하는 서연에게 영숙이 '재밌는 생각'이자 '순수한 우정을 위한 제안'을 한다. 서연의 아빠가 죽던 날, 영숙이 서연의 집으로 가서 일을 해결해 주는 것. 이후 서연을 둘러싼 모든 게 바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좋은 느낌에 취해 있던 시간 동안 영숙은 소외감을 느낀다. 단단히 화가 난 영숙을 본 서연은 영숙을 위해 뭐든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오영숙'에 대해 찾아보다가 '보성읍 영천리 4번지'를 검색해 뭔가를 찾아낸 서연. 영숙의 끔찍한 미래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영숙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19년에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 2020년 3월에 극장 개봉을 예정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듯, 코로나 때문에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르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야말로 안방 아닌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빵빵한 사운드와 함께 봐야 제맛일 것이기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장르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야말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제격인 면도 있다. 극장을 찾기가 매우 애매한 관객 입장에선, 안방에서나마 좋은 작품과 보고 싶은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

<콜>은 모든 면에서 극장에 맞게 최적화하며, 공을 들인 게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고 오감으로 느끼야 하는 작품이다. 눈에 띄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바, 그중에서도 2019년 서연의 집과 1999년 영숙의 집이 독보적이다. 거시적으론 각각의 심리 상태에 맞게 구성하고 배열하면서, 미시적으론 그때그때의 감정 상태에 맞게 조명 작업을 한 듯하다. 또한, 영숙이 하는 짓에 따라 서연의 주위 모든 게 바뀌는데 그때마다 달라지는 미장센은 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게 한다. 

원작 영화 <더 콜러>의 핵심 콘셉트만 가져와 극대화하는 한편 스토리를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구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20년의 시공간 차가 만들어 내는 복잡한 이야기의 씨실과 날실이 흩날리지 않고 잘 꼬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장르 영화라고 해서 보이는 것만 신경 쓴 게 아닌, 내실도 탄탄하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1990년생으로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이른 나이에 상업영화 데뷔를 이룩한 이충현 감독의 패기와 2015년 단편 <몸 값>으로 국내외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한 내공이 엿보인다. 

이 영화를 볼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니 가장 앞세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가 있으니 오영숙 역의 '전종서'다. 2년 전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한 신예 중 신예이지만,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끼'를 이번에도 발산했다. 영화 속에서, 서연의 말을 듣고받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난 후 그동안 감췄던 혹은 발산하지 못했던 광기를 폭발시킨 것과 맥락이 이어지는 듯하다. 물론, 그녀가 그렇게 마음껏 '뛰놀' 수 있었던 건 김성령, 이엘, 박신혜 같은 베테랑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 줬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자극을 찾게 하는 자극들

<콜>은 지금, 여기를 대표하는 '감각'적 영화라고 할 만하다. 상업영화의 문법을 모범생처럼 잘 따라가되 자신만의 스타일 또한 가미해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화 곳곳에 '왜'의 궁금증이 어마어마하게 달라붙을 수 있다. '구멍'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스토리의 현실적 의심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찾아보고 들여다보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영화가 그렇게 만든다. 궁금해하며 의심을 가져볼 새도 없이 무섭게 몰아붙이며, 달을 가리킨 손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말한다. 단단하고 감각적인 영화의 안팎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그저 집중하며 따라가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최선의 방법이다. '왜' 보다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대를 많이 하고 영화를 보시라,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테다. 그 자극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자극을 찾게 할 것이다. 이충현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될 테고, 전종서 배우의 팬이 될 사람들이 많을 테다. 김성령, 이엘, 박신혜 등의 베테랑들에겐 '역시, 믿고 보는 배우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테다. 좋은 건 좋은 걸로 이어진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을 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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