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스틸 컷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스틸 컷 ⓒ MBC 에브리원

 
대한민국에는 3대 마요가 있다. 치킨마요, 참치마요, 그리고 언니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이 웃기면서도 슬픈 마요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MBC에브리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가 매주 화요일마다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서지성(송하윤 분)은 음성인식 스마트 가전 유비쿼터스 혁신 개발팀의 과장 대행이다. 그녀는 AI 냉장고에 사용자들의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그들의 컨디션에 최적화된 추천 식사메뉴를 읊어주는 야심작 '장고'를 개발 중이다. 그런데 하필 '장고'를 시연하는 날, 예상치 못한 오작동으로 PT가 중단되고 말았다.

사회생활 만렙의 성실한 과장 대행인 그녀는 밤늦게까지 홀로 남아 장고의 버그를 수습하려 고군분투한다. 겨우 다시 작동하게 만든 장고에게 그녀는 시험 삼아 직장상사의 식사메뉴를 주문했다. 바로 그때, 장고는 그녀가 입력하지도 않은 상사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물론 상사의 SNS 피드와 카드 거래내역까지 술술 공개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직장상사가 장례식장을 가서 밤을 새운다고 둘러대던 날 실제로는 같이 간 동료와 몰래 빠져나와 호텔 바에 갔다가 내친김에 숙박비까지 법인카드로 결제했단 사실도 까발린다. 서지성은 허락되지 않은 개인정보까지 건드리는 AI 냉장고의 오작동 때문에 시연을 계속해서 미루게 된다.

'장고'가 서지성이 명령만 하면 개인정보를 취합해 한 사람에 대한 적나라한 사생활까지 대령해준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판타지적 요소다. 실제로 개인의 카드 결제 내역과 허락되지 않은 비공개 SNS 피드, 그리고 누군가의 이동 동선과 같은 것을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끌어 모을 수 있는 기술이란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주는 흥미진진함은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는 종종 절대 가선 안 될 길이나 결코 만나선 안 될 쓰레기를 피하게 됐을 때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상신이 도왔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지성의 AI 냉장고에 심어진 프로그램은 조상신이다. 장고를 손에 넣은 서지성은 빅 데이터를 거머쥔 가장 큰 권력자다. 그녀는 장고만 있으면 주변 모든 사람들을 파악하고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 인생의 오답들을 착착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은 우연이라 하더라도 한 인간이 다른 개인의 삶을 계속해서 몰래 엿보는 것은 명백히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그래서 장고의 조상신은 잠시 그녀의 삶을 구해주러 왔다가 결국은 사라지는 수순을 밟을 것 같고 종국에는 없어질 버그가 될 것 같다. 

장고가 서지성의 예비신랑 방정한(이시훈 분)이 그녀의 불법촬영 동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파투 낸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해서 파혼을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자 그녀는 장고의 도움으로 루머 유포자를 잡아 일단락시킨다. 서지성의 불행이 그쯤에서 끝났나 싶었더니 파렴치하고 비굴한 그녀의 전 남친, 방정환이 다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든지 용서받을 수 있는 가벼운 실수였다고 믿기에 그녀와 다시 잘해보려고 끊임없이 연락한다. 그녀가 연락을 받아주지 않자 급기야 그녀의 집을 무단 침입하는 대형 사고를 친다. 저렴하기 짝이 없는 그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하면 실수, 남 이하면 범죄"다.

4회밖에 안 된 드라마에 이미 등장한 범죄들이 엄청나다. 불법촬영, 악성 루머, 무단 침입. 아마도 드라마의 제목이 시사하듯 만나지 말아야 할 남자가 어떤 인간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게 넣은 일화 들일 것이다. 드라마 시작부터 온갖 고생을 겪은 서지성이 앞으로는 제발 꽃길만 걷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마도 그 꽃길은 21세기를 사는 레트로 감성의 남자, 정국희(이준영 분)와 함께일 것이다.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스틸 컷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스틸 컷 ⓒ MBC에브리원

 
생활안전 구조대 3년 차 소방관인 정국희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물이다. 돌아가신 엄마가 물려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소중하게 들고 다니고, 선물 받은 스마트폰에는 어플 하나 제대로 깔려있지 않으며, 출동 중에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면 스스로 인간 네비가 되어 길을 안내한다. 그는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한 스몰 데이터도 빅 데이터만큼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문명의 혜택과 동떨어져 사는 정국희의 평범하고 스몰 한 일상은 서지성과의 만남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못하지만 자신의 고장 난 자전거를 작동원리까지 똑똑하게 설명해주며 뚝딱 고쳐주는 그녀에게 호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더 놀라운 건 AI 냉장고 '장고'가 서지성을 위한 추천 메뉴로 계속해서 청국장을 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희가 자주 가는 청국장 집에서 야무지게 함께 밥을 먹던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편안한 연인 그 자체였다. 출동 다녀와서 청국장 한 그릇 먹으면 다시 충전되는 것 같다는 국희의 말에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라는 중의적 대사로 화답한 지성. 아마도 두 사람은 앞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충전이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복선이 아닐까.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한 스몰 데이터들로 지성과 국희 두 사람만의 서사를 쌓아가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서로가 서로의 인간다운 매력에 푹 빠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양윤미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claire1209)에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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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화예술 교육 활동가/ 『오늘이라는 계절』 저자 - 5년차 엄마사람/ 10년차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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