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방탄소년단(BTS)

방탄소년단(BTS)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020년 방탄소년단에겐 가장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오랜 기간 그저 꿈으로만 생각했던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1위곡 등극('Dynamite')을 현실로 이루면서 BTS는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자리에 우뚝 올라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도 남는 2020년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팬들과의 만남, 콘서트 투어는 더 이상 진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콘서트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섰지만 이는 가수와 팬 모두에센 100% 만족감을 선사하기 어려움도 뒤따랐다. 그래서일까. 20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미니 음반 < BE >는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2020년의 암울한 현실을 무덤덤한 어조로 노래한 곡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곡 'Life Goes On'은 요즘의 분위기를 가장 BTS다운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 눈치 없이 와버렸어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 여기 넘어져있는 나
혼자 가네 시간이 / 미안해 말도 없이." ('Life Goes On')


코로나는 어떠한 예고도 없이 우리를 닥쳐왔다.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봄날은 찾아왔지만 백신도, 치료약도 확실히 마련되지 않았던 우리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질병이 놓은 덫에 털썩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BTS의 표현처럼 어느날 세상은 멈추고 말았다. 'Life Goes On'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혼란에 빠진 요즘 우리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전반부는 흑백톤의 색채로 뒤덮여있다. 마치 황사 먼지에 휩싸인 듯한 어두침침한 풍경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상장적으로 표현해주는 듯 하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만 머물러 있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예전 영상들을 함께 보며 웃고 떠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점차 지루함을 느끼고 멤버들은 하나둘씩 지쳐가며 잠에 빠져들고 멤버 진 혼자만 멀뚱멀뚱 화면을 바라볼 따름이다. 결국 그 역시도 눈을 감는 순간 장소는 텅 빈 실내 공연장으로 이동한다. 객석에는 응원봉들이 빛을 쏟아내고 이를 배경으로 BTS 멤버들은 의자에 앉아 'Life Goes On'을 노래한다. 비록 7명 외엔 아무도 없는 공간이지만 그들은 웃으면서 미래를 기약하며 노래는 마무리된다. 

​그동안 다양한 상징물, 숨은 메시지를 소개해줬던 BTS의 역대 뮤직비디오들과 비교하면 'Life Goes On'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성으로 진행된다. 전문 디렉터가 아닌, 멤버 정국의 손길을 거친 이유도 있겠지만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곡의 내용을 감안하면 이는 가장 적절한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얼터너티브 힙합 장르로 소개되고 있는 'Life Goes On'은 어쿠스틱 기타의 느린 전개 속에 각 멤버들의 보컬, 랩이 균형감 있게 자리 잡으면서 BTS 특유의 격한 퍼포먼스나 파격적인 소리 조합 없이도 듣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저 미래로 달아나자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방탄소년단 'Life Goes On'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몹시 아프네/ 세상이란 놈이 준 감기
덕분에 눌러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 넘어진 채 청하는 엇박자의 춤
겨울이 오면 내쉬자/ 더 뜨거운 숨."('Life Goes On')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아픈 요즘이다. RM은 이를 두고 감기, 먼지 쌓인 되감기라는 절묘한 라임으로 설명한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겐 정박자로 가지 못하고 엇박자로만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게 다반사이다. 세상그리도 주위 사람들과의 단절이 가져온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의 시기는 BTS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고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외국 작곡가들의 손을 빌어 만든 '다이너망트(Dynamite)'로 흥겹게 난관을 이겨왔지만 그것만으론 백신 또는 치료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팬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그렇게 해서 등장하는 곡들이 2번 트랙 '내 방을 여행하는 법', 3번 'Blue & Grey'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방법이 전혀 없다. 결국 갈 수 있는 공간은 오직 내 방안 뿐. 매번 비슷한 소리와 장면이 소개되는 TV는 나를 위한 여행 수단이 되어주고 배달음식은 별 3개짜리 고급 레스토랑 같은 위안을 선사해준다. ('내 방을 여행하는 법') 또한 우울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시기를 겪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회색빛 그림자는 수억개의 표정을 지으며 축제의 공간으로 이끌어준다. ('Blue & Grey')

​이는 음반 전반부의 느린 속도감의 악곡들 vs. 후반부에 수록된 복고풍 경쾌한 댄스곡들을 나열하며 더욱 명확하게 의도를 드러낸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다이너마이트'로 우리 주위의 나쁜 기운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신작 < BE > 속 전체적인 소리의 질감이나 악곡의 완성도는 방탄소년단 답게 빼어난 내용물로 빼곡히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감정선을 적절히 녹여낸 보컬과 랩이 어울어지면서 "빌보드 1위 가수"다운 품격도 유지하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겨운 나날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들의 음악은 생각 이상으로 정감있게 들려온다. 

​많은 이들에겐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2020년 11월 현재지만 BTS는 긍정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점에서 'Life Goes On' 후렴구로 등장하는 "저 미래로 달아나자"라는 문장은 이번 음반이 추구하는 의도를 가장 단순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어떤 면에선 현실도피적인 내용의 가사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달라진 지금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일상을 찾아보고 상상의 날개짓을 마음껏 펼쳐볼 것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속을 헤멜지라도 우리들의 삶은 계속된다. 물론 그 곁엔 BTS가 함께 자리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새 음반 'BE' 표지

방탄소년단의 새 음반 'BE' 표지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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