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 넷플릭스

 
2002년 10월 27일 비 오는 일요일, 아르헨티나 카르멜 컨트리클럽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마리아 마르타 가르시아 벨순세는 남편과 함께 친구네 가족과 점심 식사를 했고 오후 4시엔 다른 친구들과 테니스 시합을 했다. 하지만 비가 내려 가족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제부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축구 경기가 끝난 오후 6시 1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카를로스는 6시 5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하여, 그녀의 잘못된 상태를 최초로 발견하게 된 남편 카를로스, 그가 집에 와 보니 문이 열려져 있었고 가르시아는 욕조에 고꾸라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그녀를 끌어내 눕혔다. 7시면 항상 방문해 안마를 해 주는 안마사가 집에 왔다고 한다. 그는 우선 여동생 이레네에게 전화로 알렸고,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뛰쳐나가 의사를 찾았다. 카를로스는 구급대에 전화를 걸었고, 7시 30분 경 첫 번째 구급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7시 45분 경 두 번째 구급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둘 다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족들은 한데 모여 밤을 새우며 그녀를 기렸다. 그러던 와중, 가르시아는 어떻게 죽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했다. 단순히 목욕을 하려던 중 미끄러져 머리를 찧어 사고를 당해 죽은 걸까? 여하튼, 그들은 곧 마리아 마르타 가르시아 벨순세의 장례식을 치른다. 이미 땅에 묻힌 가르시아, 하지만 담당 검사인 몰리나 피코가 관련 증인들을 소환해 신문하면서 사고는 서서히 사건으로 변질된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완전히 딴판인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류층 공동체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는 사건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사건의 전모를 풀어 내고자 했다. 아르헨티나의 카르멜 컨트리클럽이라는, 상류층들이 철저한 보안으로 외부와 단절된 채 편안하게 생활하는 공동체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큰 관심을 끌었다. 

'정황이 없고 당황한 가족들'은 가르시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가르시아 아래에 있던 납 조각을 변기에 버렸다. 경비원한테 말해 경찰이 들어오지 않게 했다고도 하고, 사건 현장을 말끔히 청소해 핏자국 하나 남지 않게 했다. 부검 결과 머리에서 5개의 총알이 발견되었다. 변기에 버려진 납 조각은 튕겨나간 6번째 총알이었다. 이제 가르시아는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왜 그녀를 죽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밀실 살인은 미스터리물의 단골 소재이자 가장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누가' 죽였는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사건에서 '누구'는 자연스레 '왜'로 이어진다. 동기를 밝히지 못하면 '누가'가 성립되기 힘들다. 그렇다, 카르멜 컨트리클럽은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 밀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정황상, 외부의 소행일리는 희박하고 내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몰리나 검사, 언론, 대중의 시선이 다름 아닌 가족들에게로 쏠린다. 가족들의 행동이 수상했음은 물론이다. 증거를 은폐하려는 수작으로 봐도 충분한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그녀는 도대체 누가, 왜 죽인 걸까

몰리나 검사는 기어이 고인의 남편 카를로스와 가족들을 기소한다. 공범과 함께 살인을 저질렀고 이후 증거들을 은폐하려 한 죄였다. 그가 세운 가설 중 하나는 이렇다. 가르시아는 자선사업가로 후원 계좌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평소 카르텔과 거래를 하고 있던 카를로스가 돈 세탁에 그 후원 계좌를 이용했다. 이를 알게 된 가르시아는 좌시하지 않을 거라 항변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 끝에 살해당한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가르시아가 철저한 보안의 카르멜 컨트리클럽 본인 집 욕실에서 6발의 총을 맞고 죽은 것도 절대 흔하지 않지 않은가.

가족의 입장에선,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연히 황당하기 그지없었을 터. 변호사를 대동해 치열하게 대응해 보지만, 결국 증거 은폐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만다. 이후, 몰리나 검사와 카를로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진다. 몰리나는 카를로스가 살인에 가담한 핵심인물이라 주장하고, 카를로스는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한다. 가족들은 카를로스의 편을 들고, 두 번째 구급대 의사와 몇몇 경비원들은 몰리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해 크게 무너진 적이 있었다. 잘 나가던 증권 중개인으로 큰 돈을 벌고 일찍 은퇴해선 외부와 단절된 채 안전한 소왕국에서 호의호식하던 카를로스와 가족들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에 일반 대중들의 시선이 쏠린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극적인 뉴스를 언론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시간이 흘러 무죄 판결을 받는 카를로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다가 2016년 다시 무죄 판결을 받고 지금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은 완전 종결되지 않았다. 카를로스 등의 가족과 함께 유력한 용의자로 뽑혔던 이웃집 니콜라스 파첼로와 경비원들이 계속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건의 전말은 언제 알 수 있을까. 가르시아는 도대체 누가, 왜 죽인 것일까. 

선정적인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는 외부와 단절된 부유층의 소왕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 대중의 관심을 사는 부분이다. 가족들의 수상한 움직임과 컨트리클럽 내 타인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가 하면, 미스터리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론의 작태 역시 아주 볼 만하다. 

사건의 진실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모을 자극적인 소재들을 찾아 보도하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언론은 사건이 빨리 종결되길 절대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혼돈으로 치달아 갈팡질팡 못하게 되길 바란다. 그래야 재밌는 기사거리를 양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사건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당시 언론 보도로 인해 대중은 물론 경찰과 검찰과 피의자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사건의 주요 관계자들은 횡설수설을 면치 못했고 판결은 계속 뒤집혔다. 

그렇다고 언론의 '잘못'만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독자들의 관심이 없다면, 즉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사건 당사자들에게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수상한지, 몰라서 수상한 짓을 한 건지 알고도 저지르고 나서 인맥을 동원한 건지 말이다. 검사 집단은 수상한 가족과 카르멜 컨트리클럽을 왜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지, 그들과 뒤에서 연결되어 있어 사건 당시 초짜였던 몰리나 검사만이 들쑤시고 다녔던 것인지. 

시리즈에는 카를로스와 가족들 그리고 몰리나 검사와 사건 관계자의 변호사들, 지인들이 대거 출현해, 당시를 상세하게 재연한다. 모두 동일한 사건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들어 보면 거의 맞지 않다. 철저하게 본인을 위해, 본인에게 해가 되지 않게 말하고 있다. 비록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가르시아의 이복 여동생 이레네가 말한다. "형부 카를로스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검찰에서 부르지도 않았어요." 그들이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사건 이후의 과정을 헤쳐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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