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미쓰백>의 한 장면

MBN <미쓰백>의 한 장면 ⓒ MBN

 
MBN 예능 프로그램 <미쓰백>(Miss Back)은 한때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여자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인생곡을 만나 재기를 꿈꾼다는 스토리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겉보기에 화려해보이는 유명 걸그룹 멤버들이 무대 밖의 인생에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고충이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조명하는 '관찰 다큐멘터리'에, 인생곡을 얻기 위하여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화려한 '무대경연 퍼포먼스'의 형식을 결합시켰다.

<미쓰백>이 방송 초반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던 부분은 역시 출연자들의 절절한 사연이 주는 '진정성'일 것이다. 넘치는 재능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꿈에서 멀어져야만 했던 수많은 연예인들의 애환,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원치 않는 연예활동이 남긴 트라우마, 경제적인 어려움, 악플러의 비난과 루머로 인한 고통 등은 곧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한류 신드롬 뒤에 가려진 한국 연예계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속에서 더 이상 방송을 위해 포장된 이미지로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솔직하고 용기있게 드러낸 출연자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안타까움과 공감대를 동시에 자아냈다. 나인뮤지스 탈퇴 이후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고백한 류세라, 스텔라 활동 당시 선정적인 콘셉트 강요로 상처받았던 김가영, 또한 이들과는 상반되게 매사에 자신감 넘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의 절정을 과시한 와썹 출신 나다 등은 왜 그녀들에게 <미쓰백>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했는지 잘 보여준 사례들이다.

또한 <미쓰백>의 차별점은 항상 '무한 경쟁과 서바이벌'을 강조하던 기존의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먼저 출연자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듯한 '휴머니즘적'인 태도였다. MC이자 멘토인 백지영-윤일상-송은이 같은 관찰자의 시선을 통하여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상처받았을 멤버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역할로 접근했다. 자극적인 편집이나 자막을 최소한 자제하고, 탈락자가 발생하지않는 경연 시스템(자진하차는 제외), 인생곡의 음원 수익을 출연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배분하는 모습 등 요즘 시대의 화두인 공정성을 부각시킨 요소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만했다.

오히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멤버들의 사연을 소개해주던 초반부가 지나고, 정작 프로그램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곡 경연' 부분으로 진입하면서부터다. <프로듀스> 시리즈로 유명한 안무가 배윤정이 등장하여 멤버들의 부족한 안무숙지를 질타하는 장면, 하나의 공통 경연곡을 놓고 각자의 무대를 펼치며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는 장면, 듀엣 미션의 등장 등 이미 기존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에서 이미 충분히 익숙한 장면들이 하나둘씩 반복되기 시작했다.

<미쓰백>의 출연자들은 각자 음색이나 퍼포먼스, 캐릭터의 장단점이 가진 매력이 상반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현역 활동기간 중에는 항상 소속사나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소화하느라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다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상처받았던 전력이 있다. 기왕에 이런 멤버들을 어렵게 모아놨다면 이들의 개성을 억누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
 
 MBN <미쓰백>의 한 장면

MBN <미쓰백>의 한 장면 ⓒ MBN

 
지난해 방영된 Mnet <퀸덤>은 '걸그룹판 나는 가수다'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마마무, 아이들, 오마이걸, 러블리즈, AOA, 박봄 등의 출연 팀들은 경연을 거치며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얼마든지 다양한 무대와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증명했다. Mnet 프로그램답지 않게 악마의 편집이나 자극적인 경쟁에 의존하지 않고도 걸그룹의 실력만으로 얼마든지 멋진 경연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도 꼽힌다.

물론 <퀸덤>의 콘서트급 무대 수준을 <미쓰백>의 개인 경연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규모의 문제와는 다르다. 멤버들에게 인생곡을 선물해주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으면서 콘셉트에 따라 특정 멤버간 유-불리가 확연히 차이날 수 있는 곡을 공통 과제로 던져주고, 승자 독식의 경쟁을 유도한 1라운드 미션부터가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어긋났다. 심지어 '투명 소녀'를 가장 자신만의 해석으로 편곡한 류세라는 원곡자인 윤일상으로부터 "원작자의 의도가 무시 당한 기분이다. 이건 내 곡이 아니다"라는 악평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TOP 3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예상대로 소율-유진-수빈 등 비교적 어리거나 귀여운 이미지의 멤버들이었고, 막내 유진이 최종 주인공으로 결정됐다. 멤버들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고 봤을 때 곡 콘셉트상 시청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던 결말이었다. 애초에 '모범 답안'이 정해져 있는 미션이라면, 출연자들이 용기를 내서 각자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특색없고 빈약한 구성은 자연히 프로그램의 긴장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12일 방송에서는 스페셜 멤버로 새롭게 합류한 EIXD 멤버 혜린의 이야기와, 출연 멤버들이 가족을 주제로 인생곡의 가사를 직접 작사하게 하는 미션이 이어졌다. 이미 초반부에 몇주간에 걸쳐 보여줬던 멤버들의 개인사 이야기를 동어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벌써 프로그램이 6회째인데, 꼭 자극적인 편집이나 경쟁구도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회차마다 시청자들의 흡인력을 이끌어낼만한 뚜렷한 시청 포인트도, 기억에 남을만한 인상적인 무대도 아직 없다는 게 아쉽다. 새 출발과 변화가 절실한 베테랑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놓고, 10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슈퍼스타K>식의 틀에 박힌 구성을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니 시청자들로서는 뭔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다.

<미쓰백> 출연자들의 개인사가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계기가 될수는 있지만, <퀸덤>이나 <나가수>처럼 진정한 감동은 결국 '무대의 완성도와 공감대'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미쓰백>은 출연자들의 과도한 '감성팔이'만 반복하다가 용두사미에 그친 아쉬운 프로젝트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누구보다 무대가 그리웠고,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는 젊은 여가수들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되기에는 아쉬운 시간이다.
미쓰백 인생곡 경연예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