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웃사촌> 포스터

<이웃사촌>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7번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환경 감독의 신작 <이웃사촌>은 정우의 3년 만의 컴백작이자, 미투 운동으로 잠시 영화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오달수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자택에 격리된 야당 후보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도청팀장 대권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만 보면 독일영화 <타인의 삶>이 떠오르는 구성이다. 이 구성을 바탕으로 이환경 감독은 자신의 장점 두 가지를 버무린다.  

장점 첫 번째는 웃음이다. <7번방의 선물>에서 이환경 감독은 용구와 감옥 식구들이 몰래 감옥에 들어온 용구의 딸 예승과 함께 감방생활을 하는 모습을 통해 코믹한 장면을 다수 연출해낸 바 있다. 지난 작품에서 죄수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도청팀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대권은 상부에 반항했다는 이유로 부산으로 좌천된다. 세상에 빨갱이가 가득하다 믿는 그는 유력 대선후보 정치인의 자택 도청을 맡는다.  
 
 <이웃사촌> 스틸컷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그곳의 팀장으로 부임한 대권은 엉뚱한 도청팀 2인조와 만나게 된다. 이들은 도청은 뒷전이고 먹는 것에 열을 올리고, 방을 하와이처럼 꾸며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두 사람의 영향 때문인지 대권 역시 점점 허당으로 변해간다. 감시 대상인 의식에게 모습을 들키는가 하면, 의식의 집에 초대받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큰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런 유머는 암울한 시대를 희극으로 풀어내는 힘을 보여준다. 의식은 군사정권 하에서 대권출마를 제지당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정부는 그를 자택에 감금시킨 것. 때문에 의식은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그는 옆집의 '감시자'인 도청팀을 '이웃사촌'으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집으로 초청한다. 

두 번째 장점은 감동이다. <7번방의 선물>이 천 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는 감동의 역할이 크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이웃사촌> 스틸컷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의식은 집에 갇혀 모든 자유를 제한받는다. 그의 통화, 가족들과의 대화는 모두 기록된다. 의식이 가수 나비의 '빙글빙글'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도청팀이 이를 상부에 보고하자 이 노래를 비롯해 '돈다'는 의미가 담긴 곡들이 모두 금지곡이 되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처음에는 의식이 빨갱이일 것이란 생각에 열심히 도청을 하던 대권은 그의 가족에 가해지는 폭력에 염증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자신의 가족에게 가해질지 모르는 폭력 때문이다. 의식의 가족은 자택에 감금되어 있는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대권은 그 조그마한 행복조차 깨뜨리려는 정권의 폭력에 가혹함을 느낀다.  
 
 <이웃사촌> 스틸컷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단점이라면 이분법적인 캐릭터 활용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기에 캐릭터의 다채로운 맛이 부족하다. 이는 스토리의 전개가 단순하단 소리이기도 하다. 단순한 스토리 전개의 문제점은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관객이 모두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는 동화적인 순수한 매력을 주지만 흥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인물이 평평하다 보니 극적인 묘미가 덜하다. '착한 영화'를 만들어 왔던 이환경 감독이 선보이는 또 다른 행복 바이러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의 작품이 지닌 단점도 고스란히 가져왔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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