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퍼 이영지는 각종 유튜브 영상물이 선호하는 초대손님 중 한명이다. 최근엔 유명 편의점 채널에 출연해 특유의 유머 넘치는 입담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 BGF리테일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웹 예능이 쏟아지는 유튜브, 모바일 시장에서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분야건 마찬가지지만 웹 예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너도나도 제작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 알차게 내용을 꾸미더라도 이른바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저 수많은 동영상 중 하나에 머물 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웹 예능계에서 떠오르는 신예 스타 한 명이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래퍼 이영지다. <영지발굴단>, <영지전능쇼>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웹 예능 2개에 동시 출연할 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에도 초대손님으로 등장하며 신흥 대세로 부각된 2002년생 힙합 음악인. 영지는 어느새 이 분야의 '핵인싸'로 자리매김했다.
10대의 당찬 패기, 웹 예능계 돌풍 주도
▲ 래퍼 이영지가 출연중인 웹예능 '영지발굴단'의 한 장면. ⓒ 겟TV
이영자라는 이름은 지난해 엠넷의 청소년 힙합 경연 오디션 <고등래퍼> 시즌3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남학생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이 프로그램에서 이영지는 '귀에 때려 박는' 속사포 랩으로 첫 등장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고 결국 최연소·여성 참가자 최초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저 일반적인 신예 음악인의 등장 과정과 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영지의 행보는 기존 힙합 스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엠넷 <굿걸>을 통해 또 다시 존재감을 부각시킨 이후 화제가 된 건 음원, 음반이 아니라 다름 아님 웹 예능이었다.
<고등래퍼>, <굿걸> 시청자들이 다채로운 표정 속 사이다 같은 리액션의 이영지를 자신의 '원픽'으로 일찌감치 손꼽았던 만큼, 웹 예능계 역시 대세 래퍼를 그냥 두지 않았다. '고교생 래퍼의 투잡' 등 노이즈 마케팅의 요소가 없진 않았지만 웹 예능 <영지발굴단> 첫 회는 한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이영지의 남다른 행보를 담았다.
각종 직업 체험이 중심을 이룬 탓에 장성규를 주축으로 하는 웹 예능 <워크맨>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영지발굴단> 속 이영지는 웬만한 개그맨 이상의 유머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자신만의 확실한 틀을 마련했다.
'웹 예능인' 이영지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 건 유튜브 KBS Entertain의 <영지전능쇼>다. <영지전능쇼>는 영지가 KBS의 예능 프로그램을 리뷰한다는 콘셉트로, 이제는 자신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추리닝' 복장으로 편하게 TV를 시청하며 각종 KBS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다. 아무리 웹 예능이라지만 타 프로그램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영지는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재미없어요" 등 솔직한 표현으로 시청자 사로잡아
▲ KBS가 만드는 웹예능 '영지전능쇼'의 한 장면 ⓒ KBS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의 무대를 10대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경연 프로그램 <전교톱10>을 보면서 패널들의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거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게임 방송인데 왜 게임 화면 대신 저 분들만 카메라로 잡을까?"(<위캔게임>), "시청자들은 고령인데 프로그램은 젊은 척 한다"(<1박2일>)라며 솔직한 입담을 과시한다. <영지전능쇼>는 단순한 리액션 중심 웹 예능임에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데, 이는 이런 가감없는 감정표현이 한 몫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이영지가 웹 예능계 '핵인싸'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솔직한 표현을 하더라도 타인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고 예의를 지키기 때문이다.
유튜브 타 채널에서도 앞다퉈 이 10대 래퍼를 초대해 각종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TV와 유튜브를 통해 동시 공개된 JTBC <아는 형님>의 숏폼 예능 <우주힙쟁이> 1~2회에선 삼촌뻘 음악인 김희철과 민경훈을 상대로 진땀 나는 힙합 강좌를 진행해 큰 웃음을 자내기도 했다. '힙알못' 선배들의 황당한 라임 전개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속성 강의를 이끌어간다.
<영지발굴단>에 출연한 톱스타 이동욱의 모습을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수줍게 먼 산만 바라보는가 하면 <영지전능쇼>에서는 세븐틴 호시와의 전화 통화에서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럴 때면 우리가 알던 거침없는 이영지가 아닌 그저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이다.
당찬 10대 래퍼와 웹 예능 신흥 대세의 경계를 허물면서 어느새 이영지는 이 분야의 '핵인싸'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선 어느덧 웹 예능계 대세로 떠오른 이영지에게서 힙합 음악인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보내지만, 이 또한 래퍼 이영지만의 매력 아니겠는가.
▲ 웹예능 '영지발굴단'의 한 장면 ⓒ 겟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