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창원 LG-부산 kt 경기에서 LG 조성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창원 LG-부산 kt 경기에서 LG 조성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성원 창원 LG 감독과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은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있다. 두 사람은 선수 시절 KCC에서 추승균 전 KCC 감독을 포함하여 '이-조-추 트리오'를 형성하여 '현대 왕조'를 구축했던 스타 출신 지도자들이다. 이들 3인방은 지금도 한국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국내 선수 라인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특히 조성원과 이상민은 나란히 현재 프로농구에 단 2명 밖에 없는 'MVP 출신 감독'이기도 하다. KBL 역사상 정규리그 MVP 출신 감독은 승부조작으로 농구계에서 제명된 강동희 전 원주 DB 감독까지 3명뿐이다. 신기성 전 신한은행(여자농구) 감독이나 주희정 고려대 감독도 있지만 이들은 아직 KBL에서는 감독을 맡아보지 못했다. 허재 전 KCC 감독은 챔프전 MVP(1998년) 경험은 있지만 정규리그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최고의 정점까지 오른 인물들이기에 감독으로서도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성원과 이상민 모두 왕조를 함께 이룩한 KCC가 아닌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는 것도 묘한 공통점이다. 조성원은 2000-01시즌부터 01-02시즌 중반 트레이드 되기까지 LG에서 약 1년 반밖에 활약하지 않았지만, 00-01시즌 LG에서 커리어 하이 활약을 기록하며 생애 유일한 MVP까지 수상한 바 있다. 이상민 감독은 2007년 KCC에서 FA로 영입한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이적한 이래, 이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까지 인연을 이어가며 완전한 '삼성맨'으로 변신했다.

두 감독은 오는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지도자로서 운명적인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동안 지도자로서 활동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활동무대와 시기가 달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던 두 감독이 처음으로 KBL에서 격돌하게 된 것.

아이러니하게도 두 MVP 출신 감독들의 개인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이들이 이끌고 있는 LG와 삼성의 현 주소는 초라하다. 코로나 사태로 조기종료된 지난 시즌 삼성이 7위, LG가 9위에 그치며 6강권 진입에 실패했던 두 팀은, 명예회복을 노린 올시즌도 나란히 1승 4패를 기록하며 울산 현대모비스와 함께 초반 공동 최하위(8위)에 그치고 있다.

경기력도 바닥이다. LG는 76.8 득점, 야투율 37.8%으로 모두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으며 70점대 팀득점의 빈공에 허덕이고 있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반면 삼성은 90.4실점으로 연장전을 두 번 치른 KT(90.5실점)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그 최다실점, 리바운드는 34.4개로 꼴찌를 기록중이다. 한마디로 '무딘 창과 녹슨 방패'간의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안타깝게도 두 감독의 지도력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성원 감독은 과거 WKBL과 대학 농구 감독을 역임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못했다. 명예회복을 노렸던 LG에서는 과거 자신의 현역시절을 연상시키는 '공격농구'를 선언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경기력에서는 '현실의 벽'을 절감하는 모습이다.

조 감독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강조하면서 슛 시도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선수들의 개인기량 부족과 엉성한 슛셀렉션으로 인하여 오히려 실속 없는 난사로 전락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캐디 라렌에 높은 공수의존도는 여전하고, 베테랑 조성민-강병현의 동반 부진, 김시래의 기복 등 문제점은 나아진 게 없다. 정규시즌이 개막했는데도 아직도 연습경기에서 선수 점검하듯이, 작전타임을 지나치게 아끼거나, 선수들을 고르게 10분씩 나눠서 출전시키고 교체시에는 3~5명씩 한꺼번에 바꾸는 등,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조 감독의 실험적인 용병술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SK 대 서울삼성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상민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SK 대 서울삼성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상민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감독은 2014년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아 벌써 두 번의 재계약을 거쳐 7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안준호-김동광 전 감독을 넘어 삼성 역대 최장수 감독 기록까지 넘보고 있지만 성과는 우승까지 이끈 전임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챔피언전 준우승 한 차례를 포함하여 봄농구에 진출한 것이 6시즌 중 단 두 번뿐이고, 최하위도 두 번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상무에서 제대한 김준일-임동섭이 손발을 맞춰 왔고, NBA 출신 아이재아 힉스까지 영입하며 '명가재건'을 기대했지만 개막 후 4경기 연속 패배에 허덕이는 등 올해도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쳐져 있다.

특히 4쿼터마다 실책으로 자멸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간신히 첫승을 거둔 지난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4쿼터에 10-21로 밀리며 역전패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삼성의 4쿼터 득점력은 17.6점으로 리그 최하위이며, 실점은 훨씬 높은 25.4점이나 된다.

조성원 감독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3점슈터이자 클러타임에 강한 '4쿼터의 사나이'로 불렸다. 이상민 감독은 '컴퓨터가드'로 불리우며 한 시대를 호령한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이끌고 있는 LG는 몇 년째 리그에서 가장 슛이 부정확한 팀, 삼성은 믿을 만한 '대형 가드'가 없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LG와 삼성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모기업인 구단답지 않게 프로농구에서의 성과는 초라하다. LG는 1997년 창단 이후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챔프전 우승(준우승 2회)을 차지해보지 못했고, 삼성도 2005~06시즌 두 번째 우승을 끝으로 벌써 14년째 무관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올시즌도 두 팀은 벌써부터 나란히 6강진입도 장담하기 힘든 하위권으로 전망된다. 시즌 초반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지도자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이조추 트리오의 막내였던 추승균 KCC 감독도 정규시즌 1위부터 최하위까지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결국 지도자로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으며 물러난 바 있다. 어느덧 지도자로서 활동한 지 꽤 긴 시간이 지난 조성원 감독과 이상민 감독에게도 이제는 경험보다 증명이 필요하다는 압박이 더 크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는 두 감독 중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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