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22년 만에 시즌 15승을 따낸 외국인 에이스를 거느리게 됐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한화를 4연패의 늪에 빠트린 삼성은 7위 롯데 자이언츠에게 9.5경기 뒤져 있고 9위 SK 와이번스에게는 12.5경기 앞선 '외로운 8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59승3무73패).

삼성은 1회 한화 선발 박주홍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터트린 김동엽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구자욱도 8회 쐐기 투런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마운드에서는 9회 1사1, 2루에 등판한 오승환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1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은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은 1998년의 스캇 베이커 이후 22년 만에 15승을 기록한 삼성의 외국인 투수가 됐다.

1998년 베이커 이후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15승 고지
 
 5월 1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5월 1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생겼을 때 이승엽,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신동주, 최익성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던 삼성은 망설임 없이 투수 2명을 지명했다. 그리고 26경기에 등판한 베이커는 리그 27위에 해당하는 평균자책점(4.13)을 기록하고도 다승 공동 3위(15승)에 올랐다. 38홈런의 이승엽, 27홈런의 양준혁을 비롯해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7명이나 되는 삼성의 강타선 덕분이었다.

하지만 베이커의 15승은 작년까지 삼성의 외국인 투수가 기록한 처음이자 마지막 15승이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당시 17승의 임창용과 함께 삼성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고 나르시소 엘비라는 2.50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이 아닌 5월부터 팀에 합류하면서 풀타임으로 활약하지 못했고 결국 시즌 13승으로 아쉽게 15승 달성에 실패했다.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2006년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는 외국인 원투펀치 팀 하리칼라와 제이미 브라운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하리칼라와 브라운은 2006년 삼성의 원투펀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정규리그 23승을 합작했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한 시즌에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리칼라와 브라운은 각각 2007년과 2008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지만 삼성 시절의 위력을 재현하진 못했다.

2010년 SK 와이번스에게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했던 삼성은 2011년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후 통합 4연패, 정규리그 5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굳건한 왕조를 건설했다. 삼성은 2012년 빅리그 10승 경력의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를 영입했고 탈보트는 25경기에 등판해 14승 3패 ERA 3.97을 기록하며 한끗 차이로 15승 달성에 실패했다. 만약 탈보트가 그 해 부상 없이 27경기 이상 등판했다면 무난하게 15승 이상을 기록했을 확률이 높다.

삼성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이야기할 때 많은 야구팬들이 '네덜란드 특급' 릭 밴 덴 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2013년 7승 9패의 평범한 성적을 올리고도 위력적인 구위를 인정 받으며 삼성과 재계약한 밴덴헐크는 2014년 13승 4패 ERA 3.18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만약 밴덴헐크가 일본으로 떠나지 않고 삼성과 재계약했다면 1, 2년 안에 충분히 15승을 달성했을 것이다.

빈약한 타선의 지원 속에 이뤄낸 15승 '쾌거'

삼성은 2015년 강속구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가 13승을 기록한 후 지독한 외국인 투수난에 빠졌다. 실제로 삼성이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지난 4년 동안 한 시즌 최다승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는 2018년 7승을 올린 리살베르토 보니야(라쿠텐 몽키스)였다. 작년 4승을 올리고도 재계약에 성공한 벤 라이블리도 올 시즌엔 옆구리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우며 시즌 5승에 그치고 있다.

삼성은 좌완 선발 최채흥 정도만 유일하게 제 역할을 해줬을 뿐 토종 선발들의 활약이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특히 2년 차 시즌을 맞아 성장이 기대됐던 원태인은 전반기 5승 2패 ERA 3.56으로 선전했다가 후반기 12경기에서 1승 8패 ERA 7.02로 무너지면서 신인급 투수의 한계를 실감했다. 작년 3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3년 차 양창섭도 올 시즌 막판에 복귀해 단 3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따라서 삼성에게는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뷰캐넌의 활약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시즌 초반 적지 않은 기복을 보이며 '퐁당퐁당 투구'로 허삼영 감독과 삼성 팬들을 불안하게 했던 뷰캐넌은 8월 7일 SK 와이번스전부터 16일 한화전까지 최근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한 번도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없다. 그만큼 뷰캐넌은 분명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였다는 뜻이다.

전반기 8승 6패 ERA 4.15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던 뷰캐넌은 후반기 12경기에서 7승 1패 ERA 2.61(79.1이닝 23자책)이라는 그 어떤 구단의 에이스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빼어난 투구를 기록했다. 뷰캐넌은 16일 한화전에서도 7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볼넷5탈삼진1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묶으면서 승리를 따냈다. 1998년의 베이커 이후 무려 22년 만에 시즌 15승을 달성한 삼성의 외국인 투수로 등극한 것이다.

1998년의 베이커가 삼성의 강타선에 도움을 받아 만든 15승이라면 뷰캐넌은 팀 타율(.266), 팀 득점(639점) 8위의 허약한 타선 지원 속에서 따낸 15승이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아내와의 이별을 앞두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유명한 '사랑꾼'인 뷰캐넌은 평소 동료들과 장난을 치면서 덕아웃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삼성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 복덩이나 다름 없는 뷰캐넌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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