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영구결번 선수이자 KBO리그 역대 최다 볼넷 기록(1278개)을 가지고 있는 '양신' 양준혁은 지난 2007년 6월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로 통산 2000안타를 때려냈다. 한 선수가 부상 없이 무려 20년 연속 100안타를 때려내야 만들 수 있는 기록. 당시만 해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양준혁의 2000안타는 다시는 나오기 힘든 '불멸의 기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양준혁의 2000안타는 더 이상 '불멸의 기록'이 아니다. 양준혁에 이어 무려 10명의 선수가 더 2000안타의 고지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10월 6일에는 2318안타로 은퇴한 양준혁조차 넘보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2500안타에 도달한 선수가 등장했다. 별명이 워낙 많아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 LG 트윈스의 '심장' 박용택이 그 주인공이다.

박용택은 6일 삼성전에서 9회 말 대타로 출전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트리며 KBO리그 역사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했던 2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그렇다면 과연 박용택의 2500안타는 13년 전 양준혁이 2000안타를 쳤을 때처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불멸의 기록'처럼 여겨질까. 물론 '최초'라는 수식어는 영원히 남겠지만 모든 기록이 그렇듯 박용택의 2500안타 역시 언젠가는 분명히 깨질 확률이 높다(기록은 7일 기준).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LG 박용택이 2-2로 맞선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서 안타를 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LG 박용택이 2-2로 맞선 9회말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서 안타를 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39세 김태균-이대호 나이가 문제, 오히려 최형우에게 기대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현재 박용택의 2500안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현역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7일까지 2209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박용택과의 차이가 300개도 채 나지 않는다. 박용택보다 3살이 어린 김태균이 박용택의 나이까지 해마다 100개 정도의 안타를 적립한다면 2023 시즌에는 무난하게 2500안타를 돌파할 수 있다(물론 김태균의 전성기 기량이라면 2년으로 기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록이 그렇듯 최다 안타 역시 경기 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꾸준히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비주전 선수가 기록을 세우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작년 127경기에 출전해 132안타를 때려냈던 김태균은 올해 67경기에서 48안타를 추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올 시즌 타율이 .219로 타율이 추락하며 심각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성적 하락)를 겪고 있는 김태균이 내년 시즌 극적으로 부활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조선의 4번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는 7일까지 통산 1878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에도 123경기에서 136안타를 때렸지만 여전히 박용택과는 6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대호가 2500안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40대 중반에 가까울 때까지  올해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사실 이대호로서는 전성기 구간에 5년을 해외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2500안타가 충분히 사정권에 들어왔을 것이다.

올 시즌까지 보여주고 있는 기량만 놓고 보면 김태균과 이대호보다는 1958안타의 최형우에게 기대를 거는 게 빠를 수도 있다. 최형우는 38세 시즌인 올해도 150안타를 돌파했을 정도로 나이에 따른 성적하락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형우가 올 시즌이 끝난 후 생애 두 번째 FA 계약만 잘 체결하며 '모범 FA'로 활약한다면 박용택의 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1987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최정은 7일까지 1744개의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최정은 지나치게 홈런 스윙으로 일관하며 타율이 .292에서 .259로 크게 떨어졌고 그만큼 안타수(104개)도 줄어 들었다. 최정이 해마다 130~140개 안타를 때리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최정은 박용택의 최다안타 기록보다는 이승엽의 최다홈런 기록(467개)을 목표로 하는 게 더 현명하다.

김현수-손아섭 가능성 높아, 이정후는 3000안타도 가능?

2000안타를 돌파했거나 2000안타에 근접한 현역 선수들이 대부분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라는 점에서 박용택의 기록은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앞으로 많은 안타를 추가할 확률이 높지 않은 노장 선수들보다는 현재 전성기 구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2500안타에 도전할 만한 선수를 찾는 게 빠를지 모른다. 대표적인 선수가 '타격기계' 김현수(LG)와 '므찐 오빠' 손아섭(롯데)이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이던 2008년과 2009년 최다안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안타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김현수는 LG 이적 후에도 3년 동안 연 평균 164안타를 때려내고 있고 올 시즌 잔여 경기 동안 더 많은 안타를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시즌을 약 1800안타로 마친다고 가정하면 1988년생의 김현수가 향후 5년 연속 150안타를 때려낼 경우 마흔이 되기 전에 박용택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타율 .295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3할 타율이 좌절된 손아섭은 작년 부진의 아쉬움을 날려 버리려는 듯 7일까지 타율 .358 165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11년 동안 연평균 163안타 이상을 때리고 있는 손아섭은 특별히 더 분발할 필요도 없이 향후 4년 동안 평균치만 유지한다 해도 가볍게 2500안타를 돌파할 수 있다. 김현수와 손아섭은 현 시점에서 2500안타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미래의 최다안타왕'은 따로 있다. 바로 프로 데뷔 4년 만에 700안타를 돌파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연 평균 176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이정후는 일찌감치 병역혜택까지 받아 큰 부상이나 해외 진출 변수만 없다면 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다. 만약 이정후가 현재의 기량으로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2500안타는 물론 KBO리그 최초의 3000안타도 꿈이 아니다.

박용택은 한국나이로 40세 시즌이었던 2018년 3할 타율과 함께 159안타를 기록했다. 박용택은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한 올 시즌에도 정확히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나이만 앞세운 최고령 선수가 아닌 LG가 자랑하는 '공포의 왼손대타'로 맹활약하고 있다. 만약 후배 선수들이 진정으로 박용택의 2500안타에 도전하고 싶다면 타격기술보다는 불혹의 나이에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박용택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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