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상위권 싸움을 이어 가려던 바쁜 LG의 발목을 잡았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롯데는 59승1무57패 승률 .509의 성적으로도 7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는 4경기에 불과해 아직 포스트시즌을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롯데는 선발 아드리안 샘슨이 6이닝6피안타(1피홈런)6탈삼진3실점으로 시즌 6번째 승리를 따냈고 9회에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은 1이닝 무실점으로 19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1회 선제 투런 홈런을 터트린 손아섭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이병규가 3안타, 한동희, 김재유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1번타자로 출전한 오윤석은 3타수3안타2득점2볼넷이라는 완전무결한 성적으로 부상으로 이탈한 안치홍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2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 대 LG 경기. 3회 초 2사 만루 때 롯데 오윤석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9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 대 LG 경기. 3회 초 2사 만루 때 롯데 오윤석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주전들의 갑작스런 이탈, 백업들에겐 절호의 기회

kt 위즈의 강백호는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팀의 차세대 간판타자로 불리며 루키 시즌 개막전부터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프로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강백호처럼 '선택 받은' 일부 슈퍼루키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인급 선수들은 입단 초기 2군과 백업요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주전 선수의 부상이나 슬럼프, 또는 갑작스런 이적 같은 변수가 발생해야 비로소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생기곤 한다.

LG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유격수로서 8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대체불가한 붙박이 유격수 오지환을 보유하고 있다. 삼진도 꽤 많은 편이고 경기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를 때도 있지만 리그에서 오지환 만큼 다재다능하고 꾸준한 유격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LG에게도 유격수 포지션에 고민이 있다. 바로 오지환의 뒤를 받쳐 줄 백업 유격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LG는 지난 7년 동안 유격수로서 100이닝 이상 소화했던 선수는 2017년의 손주인과 작년의 구본혁 뿐이다. 손주인은 작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신예 구본혁도 아직 오지환이 각종 변수로 이탈할 경우 확실히 빈자를 메울 수 있을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백업 유격수도 없는 마당에 오지환의 자리를 위협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만한 유격수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LG의 5년 차 외야수 홍창기는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일찌감치 타격재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홍창기는 김현수와 채은성,이천웅,이형종으로 이어지는 LG의 화려한 외야진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실 홍창기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주전 선수들을 밀어내기엔 작년까지 프로 4년 동안 38경기에 불과했던 1군 경력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꾸준히 백업 외야수로서 1군 선수로 경험을 쌓던 홍창기는 지난 7월 주전 중견수 이천웅의 부상을 틈 타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고 있다. 뛰어난 선구안과 정확한 타격을 앞세워 올 시즌 LG의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홍창기는 29일까지 출루율 부문에서 리그 11위(.405)를 달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홍창기는 시즌 10승을 올린 고졸신인투수 소형준(kt)의 유일한 신인왕 경쟁자로 꼽힌다.

최근 5경기 10안타8타점 포함 9월 타율 .464 맹타

고양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한 내야수 오윤석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8라운드로 지명됐지만 프로 입단 대신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4년을 보낸 후 다시 도전한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야구 선수로서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놓였다. 오윤석은 4년 전 자신을 지명했던 롯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하며 계약금을 받지 못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5월 정식 선수계약을 하며 1군에 등록된 오윤석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1홈런3타점7득점을 기록하며 유틸리티 내야수로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졸 선수들이 그렇듯 오윤석에게도 병역 문제가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오윤석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오윤석은 작년 76경기에 출전하며 프로 데뷔 후 1군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타율 .222 1홈런21타점21득점으로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오윤석은 올해도 안치홍의 가세로 인해 1,2군을 오가는 평범한 백업 선수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한창 타격감을 끌어 올리던 주전 2루수 안치홍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오윤석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오윤석은 안치홍 부상 이탈 후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이 기간 동안 무려 10안타8타점4득점을 기록하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즌 2번째로 1번타자로 출전했던 29일 LG전에서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첫 타석 안타 후 손아섭의 홈런 때 결승득점을 기록한 오윤석은 두 번째 타석 1타점 적시타, 세 번째 타석에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이자 프로 데뷔 후 첫 3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오윤석은 9월 들어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464(28타수13안타)1홈런9타점6득점으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안치홍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다면 다시 벤치로 밀려날 확률이 높다. 비록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KBO리그에서 쌓아온 커리어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보여준 놀라운 활약은 20대 시절을 무명으로 보낸 오윤석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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