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장면. ⓒ KBS2

 
"<개를 훌륭하다> 하면서 이렇게 상처가 많은 건 처음 봐요." (이경규)

수제자 이경규는 고등학생 보호자의 손발과 팔다리에 난 상처들을 보며 경악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흔들, 그건 수많았던 입질을 의미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꽤 깊은 상처들이 여럿 있었다. 보호자는 시도때도 없이 물렸을 것이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러나 달리 말하면 보호자가 그동안 엄청난 고통을 참아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엇이 그걸 가능하게 했을까. 

지난 21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진도 믹수인 봄(수컷, 1세)이었다. 봄이는 보호자를 잘 따랐고 애교도 많았다. 기본적인 훈련도 잘 되어 있었다. 보호자는 자신이 반려견을 자랑스러워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아유미는 봄이가 사납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빗질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꼬리 쪽으로 손이 가자 갑자기 입질이 시작됐다.

봄이는 가슴줄(하네스)에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보호자가 산책을 나가기 위해 가슴줄을 채우려고 하자,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결국 보호자의 손을 물어버렸다. 상처가 또 하나 늘었지만, 보호자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아예 훈련용 장갑을 착용하고서 가슴줄 채우기에 도전했다. 물론 거침없이 물어버리고 날쌔게 도망가는 봄이를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 

"누난 아프지 않아. 누난 강한 여자니까."

보호자는 세탁기 위에 봄이를 올려놓고 다시 시도했는데, 봄이의 저항은 여전히 강했다.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슴줄 착용이 수월할 법도 한데 봄이의 경우는 달랐다. 이미 적응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산책 준비를 하는 데만 평균 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록 이번에는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보호자의 당찬 모습에 강형욱 훈련사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잠시의 보호자의 오빠가 집을 방문했다. 봄이의 반응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반기는가 싶더니 얼마 안 가 갑자기 공격성을 띠기 시작했다.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보호자도 당황한듯 다급히 말려봤지만, 돌변한 봄이는 계속해서 오빠에게 입질을 했다. 물리는 건 오빠만이 아니었다. 엄마의 경우에는 너무 깊이 물려 MRI까지 찍어야 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입질만으로 포기할 수 없다는 보호자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봄이의 공격성이 발현된 언제부터였고, 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보호자는 그 시기가 7개월부터였는데, 잠결에 봄이를 밟았던 게 계기라고 설명했다. 그 후 봄이의 입질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아무나 물어대는 봄이 때문에 가족들 간에 갈등까지 생기고 말았다. 가족들은 이대로는 힘들다며 차라리 시골집에 두자는 의견이었고, 보호자는 입질만으로 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여기서 제가 마음 약해져서 못하겠다고 하면 봄이를 못 고칠 것 같아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봄이에 대한 보호자의 책임감은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었다. 18살인 보호자는 혼자 살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졸혼으로 엄마와 함께 지내게 됐으나 직장 문제로 따로 있게 된 것이다. 봄이를 데려온 건 그 때문이었다. 보호자는 혼자 지내면 외로울까봐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제안했고, 엄마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보호자와 봄이는 가족이 됐다.

들개의 새끼였던 봄이는 야생에서 구조됐고, 그 때문에 목줄이나 가슴줄에 격렬히 저항했다. 입질도  봄이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리라. 이경규의 말처럼 봄이의 입질은 '역대급'이었다. (따로 살고 있는) 가족들의 아우성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보호자에게 봄이는 유일하게 곁에 머물러 주는 가족이었다. 24시간 붙어 지내는 하나뿐인 존재였다. 포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목줄을 채울 수 없는 봄이를 교육하기 위해 강 훈련사도 훈련용 장갑을 착용해야 했다. 그럼에도 손에는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그만큼 봄이의 입질은 거침없었다. 공격성만큼은 야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훈련은 힘들고 괴로웠다. 그럼에도 보호자는 담담히 그 과정을 받아들였다. 강 훈련사는 그런 보호자를 보며 대견해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책임한 보호자들에 의해 버려져 유기견 보호소로 향하는 반려견들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그 중 대부분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되고 만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수없이 상처를 내는 반려견을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는 18살 보호자의 존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훌륭한 보호자의 덕목은 한번 가족으로 받아들인 반려견은 끝까지 지키는 그 책임감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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