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무관중', '비대면'이라는 단어들이 스포츠와 문화 전반, 그리고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 경기나 가수들의 콘서트는 이제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교행사는 물론이고 '인륜지대사'로 불리는 결혼식마저도 하객들을 초대하지 못한 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는 미래의 KBO리그 스타들을 선발하는 '2021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올해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소수의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행사장과 각 구단의 회의실을 화상으로 연결해 선수를 지명하는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들과 가족들, 각 구단 스카우트 팀, 그리고 일부 야구팬들까지 모여 박수와 환호, 탄색이 교차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 구단의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신인지명이 예년보다 줄어들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10개 구단이 10라운드까지 100명의 선수를 모두 지명했다. 물론 이들 중 누군가는 KBO리그를 주름잡는 스타가 되기도 하고 일부는 1,2년 만에 방출 명단에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에 지명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100명의 선수 모두 '제2의 이승엽', '리틀 류현진'을 꿈꿀 자격이 있다.

고2때 최동원상, 어차피 2차1순위는 김진욱이었다

 
 강릉고 좌완 에이스 투수 김진욱(19)이 전체 1순위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김진욱은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개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사진은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김진욱 모습.

강릉고 좌완 에이스 투수 김진욱(19)이 전체 1순위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김진욱은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개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사진은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김진욱 모습. ⓒ 김진욱

 
2018년 2차1라운드 전체 1순위가 서울고의 강백호, 2019년 1순위가 해외파 이대은으로 사실상 '예약'돼 있었던 것처럼 올해 1라운드 1순위 역시 어떤 선수가 선발될지는 야구팬들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다. 고교 2학년 시절이던 작년, 청소년대표 에이스였던 유신고의 소형준(이상 kt위즈)을 제치고 아마추어 최고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한 강릉고의 '특급좌완' 김진욱이 2차지명으로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중학 시절 수원북중에서 춘천중으로 전학오면서 1차 지명 자격이 사라진 김진욱은 일찌감치 2차1라운드 전체 1순위 후보로 꼽혔다. 김진욱은 황금사자기 준우승과 감투상, 대통령배에서는 강릉고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며 MVP와 함께 우수투수상을 휩쓸었다. 잠재력에서는 키움 히어로즈에 1차 지명된 장재영에 다소 못 미친다 해도 현 시점에서 투수로서의 완성도는 또래 투수들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

1차 지명에서 마땅한 대어가 없어 고민 끝에 장안고의 포수 유망주 손성빈을 지명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2차1라운드에서 고교야구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인 김진욱을 지명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다만 롯데에 입단했던 많은 유망주 투수들이 롯데의 핵심 투수로 성장했던 경우가 드물었던 점을 돌아 보면 고교 시절 비교적 많은 공을 던졌던 김진욱 역시 입단 후 철저한 관리와 육성이 필요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전 두산 베어스와 kt 감독, 현 한화 투수와 이름이 같은 김진욱을 비롯해 전·현직 스타들과 이름이 같은 선수들이 많이 지명됐다. KIA 타이거즈에 2차1라운드로 지명된 고려대 투수 박건우는 두산 외야수와 이름이 같고 두산에 1라운드로 지명된 선린인터넷고 투수 김동주는 '두목곰'과 동명이인이다. SK와이번스에 1차 지명된 제물포고 좌완 김건우 역시 1986년 신인왕 출신 김건우와 이름이 같다.

2라운드 지명권을 나승엽에게, 승부수 던진 롯데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개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으로 열린 2021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전체 11순위로 내야수 나승엽(덕수고)을 지명하고 있다. 나승엽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과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개 구단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으로 열린 2021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전체 11순위로 내야수 나승엽(덕수고)을 지명하고 있다. 나승엽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과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 나승엽

 
올해부터 전 시즌 하위 2개 팀은 1차지명에서 지역연고를 벗어난 전국단위지명이 가능하다. 키움이 덕수고 투수 장재영, 두산이 서울고 내야수 안재석, LG트윈스가 충암고 투수 강효종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을 때 롯데가 내심 쾌재를 부른 이유다. 롯데는 전국단위 1차지명을 통해 훗날 한동희와 함께 '포스트 이대호시대'를 이끌어갈 거포 내야수인 덕수고의 나승엽을 지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나승엽이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롯데는 절망에 빠졌다. 롯데는 1차 지명으로 고교 최고의 포수인 장안고의 손성빈을 지명했지만 고교야구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나승엽을 놓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메이저리그 구단의 해외계약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현재 나승엽은 어떤 프로팀과도 계약하지 못한 '무적' 상태임이 밝혀졌다.

결국 롯데는 모험을 선택했다. 2차 2라운드 1순위(전체 11순위)라는 높은 순번의 지명권을 사용해 나승엽을 전격 지명한 것이다. 이미 해외구단과 구두계약까지 마친 선수를 지명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자칫하면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는 상위 지명권 한 장을 허무하게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나승엽을 설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는데 2차 2라운드 지명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반면에 지난 8월24일 NC 다이노스가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가 학교폭력 논란으로 지명철회가 됐던 김해고의 에이스 김유성은 2차 지명에서도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고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김해고를 우승으로 이끌었을 만큼 김유성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KBO리그 구단들은 끝내 '학교폭력 가해자를 감싼 구단'이라는 수식어를 떠안는 것을 거부했다.

스타 부자의 희비, 김건형 웃고 심종원 울었다

이정후(키움), 박세혁(두산), 유원상(kt), 유민상(KIA), 강진성(NC), 이성곤, 김동엽(이상 삼성 라이온즈) 등 야구인 2세들이 KBO리그에서 스타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올해 2차지명에서도 두 야구인 2세의 도전이 많은 화제가 됐다.

LG와 KIA에서 감독을 지냈고 역대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경력(4회)을 보유한 김기태 전 감독의 아들 김건형과 통산 328홈런과 5개의 우승반지를 보유한 '헤라클레스' 심정수의 장남 심종원이었다.

두 선수 모두 해외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가 대폭 줄어 들면서 해외파 트라이아웃을 통해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트라이아웃 전후로 각종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된 선수는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전체75순위로 kt 위즈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김기태 전 감독의 아들 김건형이었다.

우투좌타의 외야수 김건형은 1994년 홈런왕에 빛나는 거포 출신 아버지와 달리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이 강점인 선수다. 특히 타격에 재능이 있고 기본기가 좋아 올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킨 배정대와 함께 kt 외야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비교적 낮은 순번이지만 KBO리그의 부름을 받는데 성공했다. 물론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해 나갈지는 전적으로 김건형의 노력에 달려 있다.

반면에 심정수의 첫째 아들인 우투좌타 외야수 심종원은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호쾌한 스윙과 강한 어깨로 부자선수 프로진출을 노렸지만 끝내 심종원을 선택한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신인 드래프트로 인한 KBO리그 진출에 실패한 심종원은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국내에서 육성선수로 입단할 구단을 알아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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