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지상파 예능은 일요일 밤 15.4%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의 <미운 우리 새끼>이다.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 내세우는 아이템들마다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MBC의 <놀면 뭐하니?> 역시 두 자리 수 시청률로 올라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유행에 민감한 10대와 20대 시청자들의 이탈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의 발전으로 젊은 시청자들은 TV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게 익숙해졌다. 최근엔 예능프로그램도 1·2·3부로 나눠 호흡을 줄이고 있지만 젊은 시청자들은 이마저도 길다고 느낀다. 

시청자들이 짧은 호흡의 방송을 선호하자 최근 각 방송국에서는 TV가 아닌 인터넷 방송을 겨냥한 5~15분 분량의 짧은 웹 예능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과거 1인 미디어들에 의해 실험적으로 시도되던 웹 예능이 방송가에 널리 퍼져 이제는 웹 예능을 제작하지 않는 방송국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신서유기] 끝없이 확장되는 나영석표 웹 예능의 시작
 
 이미 7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신서유기>는 오는 10월 시즌8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7번째 시즌까지 제작된 <신서유기>는 오는 10월 시즌8을 선보일 예정이다. ⓒ tvN 화면캡처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마이너 문화'였던 웹 예능을 양지(?)로 끌어 올린 인물은 당대 최고의 예능 PD로 꼽히는 나영석PD다. 지난 2013년 KBS에서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같은 '힐링예능'을 차례로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 1박2일 > 시절처럼 웃음을 앞세우던 나영석표 예능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시청자들의 요구를 나영석 PD가 모를 리 없었다. 나영석 PD는 2015년 9월 < 1박2일 >의 주역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을 다시 모아 웹 예능 <신서유기>를 선보였다. 당시로써는 상당히 실험적인 형식이었지만 나영석 PD이기에 해볼 수 있는 시도였다. 

그리고 우려와 달리 <신서유기>는 대성공을 거뒀다. 시즌1이 방송 시작 한 달여 만에 조회수 5000만을 돌파하면서 방송 시작 당시 목표로 삼았던 2000만 조회수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결국 <신서유기>는 몇 번의 멤버교체 속에서도 꾸준히 새 시즌이 제작되면서 올해 초까지 7번째 시즌이 방영됐다. 이제는 인터넷 공개 후 TV에서도 방영하면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TV에서 편집본을 선공개한 후 인터넷에서 풀버전을 공개하기도 한다).

<신서유기>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끝을 모르는 확장성이다. 실제로 <신서유기>에서 파생된 <강식당>시리즈는 시즌3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달나라 공약이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삼시네세끼>와 <나홀로 이식당>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나영석 사단의 효자 프로그램이 된 <신서유기>는 오는 10월 8번째 시즌으로 대중들을 만날 예정이다.

[와썹맨] 프리스타일 진행과 병맛 편집의 원조
 
 박준형의 <와썹맨>은 자유로운 병맛 웹예능의 시작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박준형의 <와썹맨>은 자유로운 병맛 웹예능의 시작을 알린 프로그램이다. ⓒ 스튜디오 룰루랄라 화면 캡처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전달해야 하는 웹 예능의 생명은 바로 편집이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대부분의 인기 웹 예능들은 동체시력이 좋지 않은 시청자들은 따라가기도 쉽지 않을 만큼 빠른 호흡의 편집을 한다. 그리고 그 '웹 예능식 빠른 편집'의 원조격인 프로그램이 바로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와썹맨>이다.

JTBC 예능 <사서고생>의 스핀오프로 출발해 이제는 200만 명이 넘는 '꼬맹스(<와썹맨>의 구독자 팬네임)'를 보유한 인기채널이 된 <와썹맨>은 진행자 박준형의 개인기에 크게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god(지오디) 전성기 시절 영어랩과 내레이션을 도맡던 맏형 박준형은 2015년 결혼과 함께 국내에 거주하면서 <와썹맨>을 통해 지오디 활동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박준형은 대본을 무시(?)하는 자유분방한 진행으로 지오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의 가수시절을 잘 모르는 젊은 대중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박준형이 거리를 돌면서 만나는 젊은 시청자 대다수는 "지오디다"가 아닌 "와썹맨이다"고 외칠 정도로 이제 박준형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지오디의 맏형'이 아닌 '와썹맨'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70~80년대의 오래된 아이템이나 음식들에 대해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와썹맨>의 스피디한 편집과 박준형의 자유분방한 진행 방식은 현재 웹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와썹맨>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장성규의 <워크맨>은 방송 초기 <와썹맨>의 아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가수 비가 지난 달 개설한 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 역시 <와썹맨>의 영향을 받은 듯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훗날 웹 예능의 역사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나 기사가 나온다면 <와썹맨>은 반드시 소개돼야 할 웹 예능 중 하나다.

[자이언트 펭TV] 뽀로로 위협하는 신 초통령
 
 이제 펭수는 대형 아이돌 기획사를 드나들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제 펭수는 대형 아이돌 기획사를 드나들 정도로 거물(?)이 됐다. ⓒ 자이언트 펭TV 화면 캡처

 
뽀로로는 '유느님, 연느님 위에 뽀느님'이라는 농담 섞인 말이 있을 정도로 미취학 어린이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다. 뽀로로 극장판을 상영하는 극장 안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영화 시작과 함께 아이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런 뽀로로의 절대적 인기를 위협하는 존재가 바로 펭수, 그리고 펭수가 출연하는 웹 예능 <자이언트 펭TV>다.

<자이언트 펭TV>는 교육방송 EBS가 유튜브를 겨냥해 제작한 최초의 프로그램으로 작년 9월에 방송된 EBS 육상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교육방송에서 제작한 캐릭터와 콘텐츠임에도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하거나 도덕적 교훈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가 200만 명을 훌쩍 넘겼을 정도다.

<자이언트 펭TV>가 사랑 받는 원인으로 키 210cm에 캔참치를 좋아하며 "웃어라, 행복해질 것이니"라는 좌우명을 가진 주인공 펭수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대선배 뽀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펭수는 초반만 하더라도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였지만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 올린 후 특유의 입담, 그리고 EBS의 정규직 직원들마저 함부로 대하는 남 다른 '펭성'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특히 "백수가 아니라 꿈을 찾아가는 중인 거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등 펭수의 주옥 같은 어록들은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다.

이제는 다수의 CF에도 출연하고 에세이집을 출시하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지만 펭수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오늘의 펭수를 있게 한 <자이언트 펭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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