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저는 ADHD 아이들이 참 예뻐요. 속으로 그러실 거예요. '얘랑 며칠만 살아 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나.' 그러실 수 있지만, 사실 저는 그래요." (오은영)

지난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딸 넷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찾아왔다. 굳이 고민을 듣지 않아도 그 고충이 이해가 됐다. 네 명의 자녀를 양육한다는 건 이미 그 자체로 고된 일일테니 말이다. 홍현희는 딸이 많으면 엄마 입장에서 공감대도 형성되고 좋지 않냐고 물었지만,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대답하는 엄마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화롭던 하루는 엄마가 "너네도 이제 공부 좀 해 보자"고 말하는 순간 산산조각났다. 원성이 터져 나왔지만, 아이들은 공부방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둘째 딸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언니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린 것이다. 엄마는 "거기 앉았다가 언니랑 싸우지 말고"라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고, 둘째는 "왜 항상 언니만 여기 앉아야 하는데"라고 맞받아쳤다. 

갈등은 계속됐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둘째는 유독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 또, 노래가 없으면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반항했다. 막내가 동화책을 소리내서 읽자 시끄럽다며 동화책을 덮어버리기도 했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급기야 컴퓨터로 노래를 틀어 공부를 하고 있는 자매들에게 피해를 줬다. 참다못한 엄마는 다시 둘째와 살벌한 전쟁을 벌였다.

ADHD가 전공인 오은영 박사의 시선은 달랐다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영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던 오은영 박사는 둘째가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고 진단했다. 사실 엄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고 지켜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엄마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게다가 딸 넷을 키우고 있으니 오롯이 둘째에게만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확실히 둘째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정형돈은 마치 폭군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ADHD가 전공인 오은영 박사의 시선은 달랐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핵심은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하고 억제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 금쪽이가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을지 걱정했다.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도 이렇게 많은 갈등을 일으키니 얼마나 힘들지부터 생각했다.

관점이 다르니 문제의 실마리가 보였다. 실로 놀라운 전환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엄마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엄마의 행동이 지시적이고 강압적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유독 둘째에게만 "안 돼!"와 같은 부정적인 언어로 대화를 나눴다. 칭찬보다는 야단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 아이와 맞대응하고 화를 내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엄마의 내상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였다. 오랜 육아로 인해 우울증을 겪기도 했고, 둘째와 갈등을 겪을 때마다 스트레스성 위경련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성실한 엄마는 그 와중에도 관심을 바라는 막내에게 호응까지 해줘야 했다. 이번에도 대화 도중 둘째가 성질을 내며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들어갔고, 화가 난 엄마는 배를 움켜쥐었다. 결국 엄마는 응급실로 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오은영 박사는 안타까워하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어른이 화가 나면 조용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아이라도 마음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고 결정까지 내리곤 하니 말이다.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언니... 제발 나랑 같이 자주면 안 돼? 딱 한 번만... 오늘만..."

한편, 부모도 몰랐던 둘째의 비밀이 공개됐다. 둘째는 ADHD로 불면증까지 겪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애처롭게 소리치고 있었다. 둘째는 두려움에 떨며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 멘토는 ADHD가 불면증과 관련이 있다면서 ADHD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에 걸쳐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엄마가 아픈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죄책감을 갖게 된 것이다. 또, 엄마의 부정적인 반응 때문에 자신은 잘하는 게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무력감도 그 아이를 짓눌렀다. 그러니 혼자 있을 때면 모호한 불안이 끊임없이 습격해 왔다. 모두가 잠든 혼자 있는 시간, 그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공포와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둘째는 자신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왜 엄마에게 숨겼던 걸까. 그건 놀랍게도 "엄마가 걱정하실까 봐"였다. 자신이 우울할 때 엄마가 속상해 하셨다는 둘째의 깊은 속마음을 들은 엄마는 다시 오열했다. 실제로 둘째는 엄마가 위경련으로 주저앉았던 날에도 미안함에 엄마의 주변을 서성이다 조용히 집안일을 도왔을 만큼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 엄마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다. 엄마가 몇 점이냐는 질문에 첫째를 제외한 딸들은 모두 활짝 웃으며 100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첫째만 80점이라는 짠 점수를 준 것일까. 그 이유를 묻자 "엄마가 행복하면 채워져요"라는 생각지도 못한 성숙한 대답을 내놓았다. 결국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아이들한테 있어서 부모는 놀아주지 않아도 맛있는 걸 못해줘도 넓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히지 못해도 어떨 때는 소리 버럭버럭 지르고, 어떨 때는 뭐라고 해도, 가끔은 내 마음을 몰라줘도, 부모는 아이들 옆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가 놀라운 사람들입니다."

남은 건 둘째의 ADHD를 치료하는 것과 아이들이 걱정하는 엄마의 20점을 채우는 것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긍정적인 언어로 상호작용을 해줄 것을 조언했다. 또 둘째가 좋아하는 요리를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도 추천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엄마가 다정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나가자 둘째도 차분히 대답을 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야단이 아니라 칭찬을 하고, 거부하기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해주니 둘째는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자 좀처럼 하지 못했던 표현들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엄마가 바뀌니 아이들도 금세 바뀌었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그건 분명 오은영 박사가 생각의 틀을 바꿔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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