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티'의 한 장면

'#몰티'의 한 장면 ⓒ CJ ENM

 
"편집, 자막으로 웃기는 방송."
"편집자의 영혼을 갈아넣은 자막이다."
"자막 달아주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삽입된 지는 이미 20년도 훌쩍 넘었다. 어느덧 자막은 예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고, 상황을 재치 있게 자막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그러나 언제나 예능에서 자막은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했다. 빨리 지나가버리는 대화들을 자막으로 잡아채 시청자에게 강조해서 전달할 수는 있었지만, 자막 만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에 이러한 '자막 찬양' 댓글이 줄을 잇는 영상 콘텐츠가 있다. 소리 없이도, 자막 만으로 시청자가 방송을 100% 이해할 수 있는 '#몰티'(몰래보는 티비의 줄임말)가 그 주인공이다. CJ ENM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디지털콘텐츠로 제작하는 ':Diggle(디글) 스튜디오'의 CJ ENM 디지털클립사업팀 유승만 팀장을 지난 17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몰티는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예능들을 짧은 분량의 영상으로 편집해서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tvN D ENT'의 한 콘텐츠다. 주로 tvN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를 짧게 편집한 영상에 재치 있는 자막을 달아, 소리 없이도 영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유승만 팀장은 "강의실에서 몰래 유튜브를 보던 에디터들의 경험에서부터 #몰티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수업 중에 교수님 몰래 유튜브를 보려면 소리를 완전히 끄고 봐야 했던 것. 이러한 경험은 '소리를 켜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자'라는 발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몰래보는 TV, 몰티'로 이름을 정한 것 역시 그래서라고. 이어 유 팀장은 "단순한 자막으로 대사를 보여주는 방법이 아닌, 대사에 맞는 이미지나 특수 효과 등을 사용해 소리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몰티'의 한 장면

'#몰티'의 한 장면 ⓒ CJ ENM

 
'#몰티' 자막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들리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특히 공개 코미디 예능인 <코미디 빅리그>에는 코미디언들이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하고, 빠른 호흡으로 대사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주는 장면도 많이 나온다. #몰티는 목소리 높낮이와 크기에 맞춰 자막을 넣고, 의성어, 의태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시청자가 소리의 현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 

이에 대해 유 팀장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상 대사와 그 대사에 포함된 뉘앙스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독특한 대사 뉘앙스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코미디언이 많다 보니 그 뉘앙스을 살리는 표현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현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문법이나 표준어 대신 시청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유 팀장은 "표준어보다 들리는 대로 대사와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뉘앙스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여기에 이미지와 특수효과를 추가하며 실제(소리)와 100%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에 나오는 모든 소리를 글자로 전달하는 #몰티는 관객의 웃음소리도 자막으로 활용한다. 특히 관객과 함께 촬영하는 <코미디 빅리그>는 웃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자주 비추는데, (코로나 19 확산 이후에는 랜선을 통한 화상채팅으로 관객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몰티는 이러한 장면에 웃음을 뜻하는 'ㅋㅋ' 자막을 넣어 관객들의 얼굴을 가려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유승만 팀장은 웃음 자막을 통해 '몰티적 표현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공개 코미디의 특성 때문에 관객의 얼굴을 'ㅋㅋ'로 가렸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개 코미디에서 관객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를 차지한다. 유튜브에서도 같은 최대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한번에 웃는 얼굴과 웃음 소리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ㅋㅋ'를 사용했다. 'ㅋㅋ'을 사용할 때도, 관객석 전체를 보여주는 장면과 관객 1명을 (카메라로) 잡는 장면에서 서로 다른 'ㅋㅋ'를 사용했다. 'ㅋㅋ'도 하나의 중요한 '몰티적 표현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몰티'의 한 장면

'#몰티'의 한 장면 ⓒ CJ ENM

 
소리 없이 '몰래' 보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한 영상은 의외의 곳에서 화제가 됐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코미디 빅리그>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청각장애인들이 #몰티 콘텐츠에 환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표현해주는 #몰티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서비스에 가까웠지만, 단순하고 건조하게 소리를 전달하는 화면해설에 비하면 훨씬 생동감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몰티 영상의 댓글창에 청각 장애인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유승만 팀장은 "제작 과정 중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파일을 받을 수 있으면 제작이 조금 수월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화면해설 방식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몰티'가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청각장애인분들이 달아주신 댓글들을 보면서 감사함과 동시에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뉘앙스 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따라 지상파에서도 의무적으로 10% 이상의 화면해설 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나 예능에서 화면해설을 찾아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이다. '#몰티'에 관심을 표하는 청각 장애인들은 "텔레비전의 드라마, 예능에서도 이렇게 재미있는 화면해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 팀장은 "TV용 자막은 유튜브에서 보면 너무 작고, 유튜브 콘텐츠의 자막은 TV로 보면 너무 커보이게 된다. TV에서 몰티처럼 특수효과와 자막이 많은 콘텐츠를 본다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어지럽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TV와 유튜브 모두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자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몰티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유튜브에 맞춰 기획되었고 시청 직후 바로 좋아요, 댓글 등으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유튜브의 특성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표현하다 보니, 짧은 영상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유 팀장은 "5분 내외 길이의 영상에 등장하는 자막 글자수는 평균적으로 250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사의 어조나 음성의 떨림, 배경음악 등 들리는 소리를 전부 고려하여 제작하려면 한 글자, 한 글자에 들이는 공은 더욱 커질 테다. '#몰티' 유튜브 댓글에도 편집자들의 근로 시간을 걱정하는 반응이 많았다. 
 
 '#몰티'의 한 장면

'#몰티'의 한 장면 ⓒ CJ ENM

 
하지만 유승만 팀장은 "담당 에디터가 한 영상을 끝까지 책임지고 만드는 구조로 작업 중이다. 1편을 제작하기 위해 들이는 에디터의 노력은 편집 프로그램에 쌓여있는 레이어의 높이가 말해주는데, 보통 400개 정도의 레이어를 쌓아 제작된다. 주당 1~2개 정도를 제작하고 있으며, 정해진 근무와 휴식 시간 안에서 진행된다"고 에디터들의 과로 의혹(?)을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몰티 영상 속 숨겨진 '당근'으로 에디터들이 고충을 표현하면, 이를 알아봐주신 시청자/구독자 분들이 댓글로 많은 호응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몰티만의 재미도 있다. #몰티 영상의 끝자락에는 제작 에디터들의 닉네임이 몰티의 자막스타일로 삽입되어 있으니 에디터들을 응원해 달라"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월 '#몰티'는 "Rest. 잠깐 쉬어갑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며 휴식을 자청했다. 해당 영상에는 "절대 가지마", "꼭 돌아와야 해요", "기다릴게요 몰티" 등 팬들이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유승만 팀장은 "그동안은 <코미디 빅리그>를 중심으로 #몰티를 제작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위해 휴식기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드라마, 꽁트 등 더 많은 콘텐츠를 몰티로 제작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콘텐츠와 친절한 소리 자막으로 시청자를 찾아가겠다"며 유튜브 채널 '디글'을 구독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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