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는 종목별로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스포츠 전설들이 생소한 조기축구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며 축구와 예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뭉찬> 멤버들로 구성된 '어쩌다 FC'는 최근에는 마포구 구대회에 도전하여 4강에 진출할 정도로 방영 초기에 비하여 실력도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의 인기도, 축구팀으로서의 실력도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방영 1년을 넘기면서 아쉬운 부분들도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초창기와 비교하여 약간 달라진 프로그램의 방향성, 일부 출연자들에 대우를 둘러싼 형평성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한장면.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한장면. ⓒ JTBC

 
<뭉찬>은 초창기와 비교하면 멤버들이 많이 교체됐다. 첫 방영 당시에는 불혹을 바라보는 김동현이 막내였을만큼 멤버들의 연령대가 높았고 축구 실력이나 기본적인 이해도도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이형택, 김요한, 박태환, 모태범, 김병현, 이대훈 등 새로운 멤버들이 가세하면서 연령대가 점점 낮아졌고 실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년 멤버들에 대한 하차와 홀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의 창단멤버였던 심권호(직장 스케줄), 진종오(올림픽 준비), 이봉주(허리 부상) 등은 각자 개인 사정을 이유로 현재는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뭉찬> 제작진은 그동안 멤버들이 이탈할 때마다 조기축구팀의 특성상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완전 하차나 복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그나마 지난 6월 방송된 <뭉찬> 창단 1주년 특집에 등장하며 근황을 알린 것은 이봉주 뿐이었고, 심권호와 진종오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특별히 물의를 일으켜서 불명예스럽게 하차한 사례가 아닌 이상, 원년 멤버를 이렇게까지 홀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진종오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인이 직접 <뭉찬>에서 하차당했음을 암시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현역 사격 선수인 진종오는 <뭉찬> 초기 '라스트 보이'로 불리며 측면 수비수로 자주 기용되었으나 현재 이 자리에는 여홍철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도쿄올림픽 본선이 내년으로 연기되었음에도 진종오의 <뭉찬> 복귀 여부가 전혀 언급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진종오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뭉찬>에 왜 나오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제 축구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사람은 쓸모가 없어지면 버림받게 되죠"라는 의미심장한 댓글을 달았다. 

사실 방송가에서 출연자들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시청률이나 출연자의 인기도에 따라, 고정이라고 생각했던 멤버들이 설명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뭉찬> 멤버들의 경우, 단순히 일개 방송 출연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전설'들이다. <뭉찬>의 콘셉트도 스포츠 전설들이 축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 JTBC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어려울 때 함께 했던 멤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나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명백한 '토사구팽'으로 비칠 수 있다. 하차든 복귀든 출연자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해명하는 것은 해당 전설들이나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출연자 보호(선수 관리)에 대한 인식도 조금 아쉽다. 축구는 유난히 신체접촉이 많고 격렬한 스포츠다. 한때는 스포츠 레전드였다고 해도 이미 현역 시절에 육체적 소모가 심했고 나이가 많은 중장년멤버들이 상당수인 <뭉찬>의 특성상, 부상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또한 <뭉찬>은 예능프로그램이기도 하기에, 축구와는 상관없는 폐타이어 끌기나 운동회 등 '예능적으로' 몸을 써야하는 상황도 다른 프로그램보다 잦은 편이다.

이봉주는 <뭉찬> 촬영기간 동안 허리 부상이 악화되며 방송에서 하차해야했다. 라디오 방송 인터뷰(싱글벙글쇼) 등에서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할 만큼 몸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샀다. 이봉주의 부상이 반드시 <뭉찬 >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중년의 나이에 무리한 운동이나 혹사가 신체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다 FC가 출전한 지난 마포구 구대회에서는 이미 이봉주의 부상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주장 이형택이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채로 4강전까지 모두 풀타임 출장하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물론 본인의 출전의지가 강했고, 심지어 주변 동료들조차도 '갈비뼈가 여러 개인 건 하나 정도는 부러져도 괜찮다는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출전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뭉찬> 멤버들은 엄연히 각자의 본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중년을 훌쩍 넘겼고, 누군가는 아직 타 종목에서 현역으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기도 하다. 이봉주의 사례가 바로 대표적인 반면교사에 해당한다. 

그나마 나이가 있는 중년멤버들에 비하여 막내급에 해당하는 젊은 출연자들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좀 더 심각하다. 특히 선수의 몸상태를 관리해야할 감독인 안정환은 모태범이나 박태환 등 젊은 멤버들이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출전을 강행시키는 등 부상자 관리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젊은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포츠 레전드들의 축구 성장기'라는 초기의 콘셉트가 흐릿해진 것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최근 이만기, 김재엽, 양준혁, 허재 등 원년멤버나 시니어 라인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이대훈, 박태환, 김병현, 모태범, 김요한 등 아직 현역이거나 혹은 레전드라기에는 애매한 젊은 선수들까지 가세하면서 단기간에 팀전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그만큼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는 초창기보다 더 벌어졌다. 무엇보다 뒤늦게 합류한 멤버 한두 명의 개인 능력에 따라 팀전체가 좌우되는 듯한 모습은 프로그램 본래의 방향성과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뭉찬>은 방영 1년을 넘기며 어느덧 초보 축구팀의 레벨을 넘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방송가에 1년 이상 방영되며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축구라는 종목에 도전하며 부상 위험이나 이미지 희화화에 대한 우려까지 기꺼이 감수하며 최선을 다한 스포츠 레전드들의 순수한 헌신이 있었기 때문임을 프로그램 제작진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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