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갑작스러운 '사인 훔치기' 의혹에 휩싸였다. LG 구단은 오해라며 해명했지만, 일부 팬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8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LG와 SK전이었다. LG는 이날 올시즌 최고의 타선폭발을 터뜨리며 24-7로 대승했다. 그런데 13-3으로 앞서던 7회초 1사 1루에서 김현수가 우월 2점홈런을 날린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수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덕아웃에서 오지환이 가까이 다가온 김현수를 향하여 "사인 잘 봤어. 사인 잘 봤어"라고 두 번 반복해서 말하자, 김현수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바로 근처에 있던 중계 카메라를 가리키며 눈짓을 했다. 그러자 오지환은 말을 중단하고 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카메라를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곧이어 중계화면에 얼굴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또다른 누군가가 "혹시 이거 컷패스트볼?"이라고 하는 소리도 들린다.

TV 중계를 통하여 이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며 일부 야구팬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LG 트윈스가 상대 사인을 훔쳐보고 타자들에게 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1루에 있던 오지환이 타자 김현수에게 상대 팀 배터리의 사인을 훔쳐보고 알려줘서 홈런을 칠 수 있었고, 오지환이 김현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자 김현수가 중계카메라를 의식하고 말을 끊은 게 아니냐는 게 사건의 정황이다.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4회초 LG 공격 2사 1·2루 상황에서 LG 오지환이 좌중간 안타를 친 뒤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2루 주자 정주현은 홈인. 1루 주자 홍창기는 3루까지 진루.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LG 트윈스의 경기. 4회초 LG 공격 2사 1·2루 상황에서 LG 오지환이 좌중간 안타를 친 뒤 1루에 안착해 기뻐하고 있다. 2루 주자 정주현은 홈인. 1루 주자 홍창기는 3루까지 진루. ⓒ 연합뉴스


의혹 강하게 부인한 LG

하지만 LG는 사인을 훔쳤다는 의혹에 대하여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구단 측은 자체적으로 선수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 김현수가 동료들에게 홈런을 치고도 격한 세리머니는 자제하라는 사인을 보냈고, 오지환의 발언도 그와 관련된 대화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후 LG는 추가득점을 냈어도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류중일 LG 감독도 29일 경기를 앞두고 "1루에서 어떻게 사인을 훔칠 수 있겠냐"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LG의 해명에도 적지 않은 야구팬들은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 LG가 사인을 훔쳤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TV 중계화면으로 짧게 비친 LG 덕아웃의 부자연스러운 대화들, 그리고 이날 마침 LG 타선이 대폭발하며 핸드볼급 스코어가 탄생했다는 사실관계 정도가 전부다. LG는 이날 경기에서만 무려 6개의 홈런과 23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또한 사인훔치기 논란이 벌어질 이튿날인 29일 경기에서도 또한번 타선이 화끈하게 터지며 11-6으로 승리했다.

야구팬들이 LG의 해명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데는 과거의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LG는 2년에도 사인 훔치기 의혹에 휩싸였고 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2018년 4월 18일 광주 기아 타이거즈전에서 덕아웃 상대팀의 포수 사인을 적어 붙여놨다가 적발되며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것. 사인 훔치기 논란의 증거가 나온 건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LG는 공식으로 사과해야 했다.

사인훔치기는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 증거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경우는 오직 2018년 LG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동안 대부분 구단들간의 의혹제기로만 거론되었을 뿐이다.

이번 사건에서 LG는 일단 사인훔치기 의혹을 강하게 부정한 상태이고, 상대인 SK도 굳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삼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않는 한 이 해프닝은 여기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팬들이 오해했다고 해도, 애초에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빌미를 제공한데는 LG 측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LG 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지환의 사인 발언이나 김현수가 카메라가 가리키는 동작이 맥락상 부자연스러웠다는 점이 팬들의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다. 추가적으로 해당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라도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팬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 기회에 앞으로 어떤 팀이라도 사인훔치기를 시도하거나 동참하지 않겠다는 KBO 구단들의 공개적인 합의 선언을 이끌어내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특정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팬들이 사인훔치기라는 행위 자체를 더 이상 야구의 일부분으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여론이야말로, 이번 해프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교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