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포스터

영화 <반도> 포스터 ⓒ (주)NEW

 
지금 우리는 '전염병'이 몰고 온 재난 속에 살고 있다. 코로나19는 기존의 다른 바이러스보다 전파성이 꽤 높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하는 등 조심하며 살아간다.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인터넷 상에선 감염자들을 비난하는 일도 일어난다. 물론 한편애눈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란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상황이 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상황이 악화되고 오래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지치고 결국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된다.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바이러스 노출의 우려에도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계급적인 갈등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다수는 현재의 위치에서 적응하려 노력 중이고 적응을 해 나아가고 있다. 전염병 전과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좀비 전염병을 등장시켜 열차 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한정된 공간인 기차에서 좀비 전염병이 순식간에 번지고 그 안에 살아남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에 따라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한국에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영화가 보여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시점이 현재였던 영화 속 설정이 주는 긴장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빠르게 달리지만 열차 안이라는 공간의 폐쇄성은 좀비라는 장르에 꽤 잘 어울렸다. 약간의 신파가 더해지긴 했지만, 영화가 가진 속도감이 그런 신파적 느낌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부산행>은 흥행에 성공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염병이 돌고 있는 지금과 묘하게 닮아있는 좀비 영화 <반도>
 
 영화 <반도> 장면

영화 <반도> 장면 ⓒ (주)NEW

 
성공한 본편의 힘을 받아 속편 <반도>가 지난 15일 개봉했다. 전염병이 창궐한 현재 상황과 묘하게 닿아있는 영화는 과거 <부산행> 시점에서 4년 후의 대한민국을 다룬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과거 군인이었던 정석(강동원)이다. 좀비가 창궐한 그날 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나 가족과 함께 홍콩행 배에 몸을 실었지만, 가족을 지키지 못한다. 자책감에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되는 정석. 그에게 4년간의 홍콩 생활은 지옥과 같았을 것이다. 

정석의 모습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 벌어지는 차별 상황과 묘하게 겹쳐진다. 전 세계에 코로나 확진자가 퍼지는 이 시기에 아시아인이나 중국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가 벌어지고 있다. 감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당 인종들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정석은 홍콩에서 생활하며 주변의 불편한 시선에 은근한 불만을 표하지만 그들을 보는 시선들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저 환영받지 못하는 난민의 탈을 쓴 이방인일 뿐이다.  

두 인물은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은 뒤 다시 대한민국으로 향한다. 이후 영화는 세계와 완전히 차단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여준다. 영화 속 대한민국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모습이고, 거리는 좀비들로 가득 차 있다. 영상은 전염병으로 몰락한 도시의 모습을 꽤 매력적이고 실감나게 보여준다. 정석과 그의 일행들이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고 나서 목격하게 된 버려진 차들과 잡초가 자란 도로 그리고 텅 빈 도심지의 모습은 이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속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알린다.      
폐허 속에서 그들만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
 
 영화 <반도> 장면

영화 <반도> 장면 ⓒ (주)NEW

 
영화에는 현지에서 살아남은 가족인 민정(이정현)과 그들의 아이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과 631부대에 소속돼 있는 서 대위(구교환), 황 중사(김민재)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정석이 차례로 만나게 되는 생존자들은 정석과 다르게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그곳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나간 사람들이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곳에 적응한 사람들은 반쯤 미쳐있거나 혹은 아주 또렷한 정신으로 주변의 위험들을 피해 가면서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 정석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데, 남성인 정석과 여성인 민정의 가족들이 협력하면서 남성 중심의 미치광이 집단을 제거하고 벗어나려 한다는 측면에서 영화 <매드 맥스>가 떠오른다.

사실 이런 설정들은 이미 우리가 여러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보아온 것들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도>는 <매드 맥스>를 떠오르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카체이싱 장면이나, 변형된 형태의 차들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남자와 여자들이 한 집단에 대항해 탈출하는 모습 등이 꽤 유사하다.

영화 속 인물들의 구도를 전작인 <부산행>에 비해 단순화하면서 이야기의 갈등 구조를 명확하게 설정했다는 것, 그리고 탈출을 하려면 차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보면 이 영화가 지향하는 점이 명확해진다. 오락성을 좀 더 강조하면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감 있게 관객의 시선을 끌고 나아가길 원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에서 가장 공들여 관객에게 보여주는 장면은 카체이싱이다. 폐허가 된 도심지에서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는 좀비들을 차로 치거나 피해서 질주하는 모습은 충분히 박진감이 넘치고 스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또한 전작은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들이 출몰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간 데 비해 이 영화는 넓은 공간에서 좀비를 피하기 때문에 숨 막히듯 옥죄어 오는 긴장감이 덜한 편이다. 무엇보다 좀비들이 일종의 영화적 도구로 소비되어 버리면서 좀비 영화 특유의 감성을 포기해 버린다. 

<부산행> 세계관 계승하지만 아쉬운 속편 
 
 영화 <반도> 장면

영화 <반도> 장면 ⓒ (주)NEW


영화가 왜 전작의 직후 또는 1년 후가 아닌 4년 후를 택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의 설정이 근미래로 변경되면서 결국 그 안에서 다뤄지는 것은 그 안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과 그들 간의 갈등일 것이다. 변해버린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죽음의 도시를 탈출하는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긴장감이 떨어진다. 총기 액션을 대신 보여주지만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다. 또한 영화 속 서 대위 캐릭터가 꽤 매력적인 빌런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너무나 쉽게 소비되어 버리고 만다. 

만약 4년 후 반도를 다루지 않고, 영화 초반 등장한 것처럼 부산행 직후 시점에서 탈출하는 이들이 탄 배를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좀 더 긴장감이 있지 않았을까?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배가 꽤 많이 등장했다면, 좀 더 현실감 있는 전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4년이나 지난 시점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택했고, 좀비 장르의 특성을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총기 액션과 추격 액션으로 그 부분을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긴장감이 다 채워지지는 못했다. 

한편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반도>에는 몇 번의 신파 장면이 나온다. 전편인 <부산행>에도 일부 신파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극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반도>는 영화 중반과 후반부에 꽤 많은 비중을 들여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전편이 부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편은 모성을 좀 더 강조하고 있고,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가족이 함께 있는 공간이 결국 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 영화 속 막내 아이인 유진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갈 거라는 외부인의 말에 이야기한다. 

"제가 살던 곳도 정말 좋았었다고요." 

그의 말 속에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든 가족과 함께 있으면 그곳이 바로 좋은 집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최근 현실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그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하는 건 변화 상황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방법이면서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지도 모른다. 

영화 <반도>는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꽤 멋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모습과 카체이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전편과 같은 긴장감이 많이 줄었고, 좀비 영화로서의 매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전편의 배우 마동석과 같은 통쾌한 캐릭터가 없어져 상황 자체에서 오는 통쾌한 느낌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또한 신파 장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편에 비해 좀 더 가족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전편보다 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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