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에서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비율은 75%에 이른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는 네이버신문과 카카오일보 두 개만 있다"는 한국신문협회의 주장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 5일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목적은 오직 '클릭'...당신을 낚은 포털 뉴스' 편은 포털 뉴스의 생산과 소비, 유통 과정을 짚어봤다. 온라인 뉴스 생태계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포털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뉴스를 보고 듣는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의 뉴스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건 아니다. 포털의 검색 제휴 매체가 되려면 인·허가를 받은 뒤로 1년이 지나야 하고 월 100건 이상 기사를 생산해야 하며 자체 기사 비율이 30%를 넘어야 한다.

네이버·카카오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를 심사하는 독립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제휴 요건을 갖춘 신청 매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포털에 인링크 방식으로 기사를 전송하는 '뉴스 콘텐츠 제휴사'와 언론사 홈페이지에 아웃링크 방식으로 연결되는 '뉴스 검색 제휴 매체'를 결정한다. 2019년 하반기에 411개 매체가 검색 제휴를 신청했지만, 통과한 매체는 불과 26개일 정도로 심사는 까다롭다.

인터넷 언론사가 포털의 제휴 매체로 선정되면 다양한 수익 창출의 길이 열린다. 먼저, 포털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현재 네이버는 모바일 네이버의 '언론사홈' 및 '기사 본문' 영역 광고 수익, '언론사 편집' 뉴스 영역과 '마이뉴스'에서 발생하는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을 전액 해당 언론사에 지급하고 있다. 클릭 수가 언론사 수익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

기사의 생산과 확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많은 언론사가 시간을 들인 고품질의 기사를 쓰지 않고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내는 상황이다. 기사의 숫자를 억지로 늘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단순히 복사, 붙여넣기 해서 전송하거나 포털에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행위인 '어뷰징'도 일삼는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PD저널 <인터넷신문 기자 33% "보도자료 통째로 베껴도 내 기사">(2018.11.23.)에 의하면 인터넷 신문 기자들이 일주일 동안 생산하는 평균 기사량은 스트레이트(단신) 기준으로 21.9건, 기획·해설 기사는 평균 5.2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4건 정도의 기사를 생산할 정도로 업무량은 과도하다.

기사량을 채우기 위해 보도자료를 마구 복사, 붙여넣기하다 보니 황당한 실수도 벌어진다. 2020년 3월 31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교수 연구팀은 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기념해 배우 송혜교씨와 서 교수가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주립과학도서관에 홍범도 장군의 대형 부조 작품을 기증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냈다.

그런데 전달한 보도자료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는'을 '더 널리 알리수 있는'으로 적는 실수가 있었다.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37개 매체 가운데 9개는 오타를 수정해서 보도했지만, 28개는 그대로 옮겼다. 보도자료를 읽지도 않고 받아쓴 결과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책임감 없는 기사라고 비판한다.

"인터넷 뉴스들의 구조를 보면 단시간에 현재성과 주목성을 높인 다음에 시간 흐름에 따라서 새로운 뉴스로 덮이는 현상이 보입니다. 굳이 검색하지 않는 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책임감 없는 언론의 출발점이 바로 이런 오타를 내버려 두는 겁니다. 밀려서 올라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논리가 인터넷 뉴스 안에 생성되어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이슈에 편승할 요량으로 과거 기사를 '한편~재조명되고 있다'로 포장해 다시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북한 이슈가 터지자 스포츠경향은 <남북정상 끊어진 텔레파시...'최현우 마술' 풀렸나>(2020.6.17.)란 기사를 올렸다. 남북 관계가 최악인 가운데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이었던 마술사 최현우의 텔레파시 마술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날 스포츠경향의 <레드벨벳 웬디 '옥류관 평양냉면, 빨간맛 아닌 비린 맛'>(2020.6.17.)은 북한이 평양냉면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을 퍼부은 것을 계기로 과거 레드벨벳 멤버 웬디의 평양냉면 시식기가 재조명되었다고 썼다. 두 기사엔 어떤 논리도, 맥락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만 유도할 목적밖에 없다.

이슈가 터지면 일부 기자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발굴하고자 페이스북, 유튜브, 옛날 기사 등을 뒤진다. 버닝썬 사건 당시에 아이뉴스24 <정준영 "난 야동 안 봐, 모을 뿐이야" 충격 발언 재조명>(2019.3.14.), 아주경제 <'정준영 귀국' 김태현, 과거 방송서 정준영에 "죄책감은 안드니?"...무슨 일?>(2019.3.13.), 스타투데이 <'성관계 몰카' 정준영, 승리 가는 군대도 못간다…'초졸 군면제 이유'>(2019.3.13.) 등은 사안과 연관성이 없는 과거 일을 연결한 일종의 어뷰징 기사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화제가 되었을 땐 연관성도 없는 영화들을 조명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런 기사들은 사안을 가십거리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한다.

"남북문제나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 같은 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소비가 되면서 무게를 떨어뜨리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어쩌면 어뷰징 기사를 썼던 기자 스스로 결코 의도치 않았던 나쁜 영향까지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규모가 큰 언론사는 자회사를 이용해 어뷰징 기사를 만들기도 한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회사인 조선비즈가 단독으로 <여권 의혹 잇달아 터진 작년 하반기… 文정부 구글에 콘텐츠 삭제요청 1.8배 급증>(2020.6.24.)을 쓰자 곧바로 조선일보의 다른 기자가 <여권 의혹 쏟아지던 작년 하반기.. 정부, 구글에 삭제요청 1.8배 증가>(2020.6.24.)를 작성했다.

지면에는 또 다른 기자의 이름으로 <조국 사퇴 등 여권 의혹 쏟아지던 작년 하반기 정부, 구글에 삭제 요청, 정권 초보다 3배 급증>(2020.6.25.)이 실렸다. 비슷한 기사를 계속 쓰면서 이슈를 만들고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언론사들은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 또는 기사 작성을 아예 홍보 대행사에 맡기는 식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기사 보도를 대행해주는 업체는 120만 원만 내면 포털과 제휴한 언론사 6곳에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기사 작성은 홍보 대행사가 맡고 매체는 기사 밑에 달리는 기자 이름과 매체 이름만 빌려준다. 매체들은 어떤 내용이 실리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때론 기업이나 재벌에 대한 비판 이슈를 긍정적인 기사로 덮기도 한다. 미디어오늘 <100만 원이면 비판 기사를 네이버에서 숨길 수 있다>(2018.2.28.)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홍보성 기사로 덮는 일명 '밀어내기' 기사가 금전거래로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한 홍보마케팅대행사 대표는 "포털에 부정적인 기사가 올라왔을 때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1~2시간 내 게재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5~10개의 기사를 올리는 '단건 밀어내기'는 130~250만 원, 5~10개가량 묶은 기사 세트를 게재하는 '클러스터링 밀어내기'는 250만 원 이상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카카오는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최근엔 실시간 검색어를 없앴다. 2019년 10월 25일 개선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고 사회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었다.

네이버는 "스스로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인가?"란 KBS 기자의 질문에 "뉴스 생산자와 뉴스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란 측면에서 미디어는 맞지만, 언론의 정의와는 역할이 다르다"며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은 언론사가 추구하는 다양한 저널리즘을 쉽게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답변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다. 뉴스 유통 권력의 절대 강자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애플 뉴스는 언론사 출신들로 구성된 편집 인력이 매일 100~200개의 기사를 살펴 그중 몇 개를 골라 톱으로 올린다. 포털이 편집권을 행사해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선별하고 혹시 사고가 나더라고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네이버가 알고리즘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직접 배열과 편집에 나서길 요구한다.

"네이버는 항상 책임을 조금씩 빼 왔다. 정치권이나 독자들이 항의하면 '우리가 한 게 아니라 언론사에서 한 겁니다'라며 책임을 저버려온 역사다. 정치권을 비판하는 보도, 단독 보도, 특종 보도 이런 것들을 배열을 안 한다. 이게 지금 시대에 필요한 건가? 왕관을 쓰려는 자는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다. 네이버가 인공지능에 맡길 게 아니라 책임을 다해서 직접 편집하면서 좋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배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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