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키움을 꺾고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4위로 뛰어 올랐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20안타를 몰아치며 13-2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주 일요일 LG 트윈스전 역전패(3-7)로 주간스윕을 아쉽게 놓쳤던 삼성은 이날 승리로 두산 베어스에게 6-9로 패한 LG와 kt 위즈에게 2-8로 패한 KIA 타이거즈를 동시에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30승25패).

삼성은 2회 박해민을 불러 들이는 결승 적시타를 때린 김상수가 3안타1타점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박해민이 3안타3타점, 최영진, 구자욱, 이원석, 이학주, 김동엽까지 무려 7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한 타선이 골고루 터졌다면 마운드에서는 역시 선발 투수의 호투가 돋보였다. 지난 1일 완투승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승으로 시즌 7번째 승리를 수확한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그 주인공이다.

 
 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퐁당퐁당' 오명 씻고 삼성 선발진 리더로 우뚝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3년 동안 활약했던 뷰캐넌은 2018년 일본 프로야구 1군에서 10승11패 평균자책점4.03의 성적을 올렸을 정도로 실적이 확실한 투수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었던 2014년에는 6승8패3.75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뷰캐넌에 대한 삼성 구단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뷰캐넌은 5월 7일 NC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5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뷰캐넌은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땄지만 이어진 19일 LG전에서 다시 5이닝10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위력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만 흔들리는 날에는 타자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는 전형적인 '퐁당퐁당' 스타일의 투수. 시즌 개막 후 3경기 만에 드러난 뷰캐넌의 특징이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기복이 심한 투수보다는 꾸준한 투수를 좋아한다. 아무리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차이가 심하면 감독이 시즌을 운영하는데 있어 소위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날엔 키움 같은 강타선을 상대로 무실점 투구를 펼치다가도 흔들리는 날에는 한 경기에 10점씩 내주는 투수는 감독이나 투수코치가 가장 활용하기 힘든 유형의 투수다.

그렇게 시즌 초반 삼성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던 뷰캐넌은 5월의 마지막 두 경기를 통해 팬들의 한숨을 환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24일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고도 뛰어난 완급조절로 무실점 투구를 펼친 뷰캐넌은 30일 시즌 첫 등판에서 만났던 NC와의 설욕전(?)에서도 7이닝3피안타1실점 호투로 연승을 기록했다. 한 경기 잘 던지면 다음 경기에서 무너지던 불안요소를 지워버린 2경기 연속 호투였다.

뷰캐넌의 가장 큰 장점은 이닝 소화능력이다. 뷰캐넌은 10점을 내주며 무너진 날에도 기어이 5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선발투수로서 언제나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해주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투수라는 뜻이다. 최채흥, 원태인, 허윤동 등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들이 즐비한 삼성 마운드에서 만31세의 베테랑 뷰캐넌은 벤 라이블리가 옆구리 부상으로 빠져 있는 삼성 선발진의 새로운 리더가 되고 있다.

아내 건강문제로 미국 돌아가, 여전히 건재한 뷰캐넌

뷰캐넌은 6월 19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5승2패3.62의 성적으로 삼성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러던 뷰캐넌이 6월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2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8실점으로 또 한 번 뭇매를 맞았다. 물론 뷰캐넌이 이따금씩 대량실점을 하는 날이 있다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2자책 이하를 기록하고 있었고 상대가 최하위 한화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부진이었다.

하지만 이날 뷰캐넌의 부진한 투구에는 이유가 있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한국에 입국해 뷰캐넌과 함께 지내던 아내가 건강 악화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뷰캐넌은 아내와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등판이었던 1일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9이닝4피안타7탈삼진1실점 역투로 완투승을 따냈다. 그리고 로맨티스트인 뷰캐넌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 승리를 바친다"는 소감을 말한 후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뷰캐넌은 아내가 떠나 힘든 상황에도 삼성의 팀원임을 잊지 않았다. 5일 LG전을 앞두고 자필 편지를 통해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뷰캐넌은 자신을 위로해준 동료들을 위해 초밥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포구실책을 한 선발 투수 최채흥에게는 덕아웃에서 최채흥의 글러브를 확인한 후 포수미트를 가져다 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뷰캐넌은 평소에도 장난끼 넘치는 삼성 덕아웃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뷰캐넌은 아내가 미국으로 떠난 후 7일 키움을 상대했다. 아내가 떠난 후 맞는 첫 등판인 만큼 자칫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뷰캐넌은 6이닝 4피안타2볼넷3탈삼진1실점으로 국가대표급 상위타선을 거느린 키움을 확실히 틀어 막았다. 뷰캐넌은 삼성의 에이스답게 믿음직스런 투구로 시즌 7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삼성 타선도 13득점을 올리며 화끈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터 5강 경쟁의 승부처가 될 거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삼성은 최근 7경기에서 6승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은 타일러 살라디노가 곧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라이블리도 불펜 투구를 시작했다. 완전치 않은 전력에도 무서운 속도로 순위를 끌어 올린 삼성에 지원군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삼성이 완전체 전력을 갖춘다 해도 상성의 '에이스'는 변함 없이 뷰캐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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