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신곡 '락 다운(lockdown)'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신곡 '락 다운(lockdown)' ⓒ 워너뮤직코리아

 
힙합 음악은 다른 장르와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그래서 다양한 멋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뮤지션 앤더슨 팩(Anderson .Paak)는 그 '멋'의 좋은 예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닥터 드레의 정규 앨범 < Compton >(2015)이었다. 켄드릭 라마, 에미넴, 스눕독, 아이스 큐브 등 쟁쟁한 피쳐링 군단이 즐비한 앨범이었지만, 가장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는 신예인 앤더슨 팩이었다. 노래하듯 랩하고, 랩을 하듯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앤더슨 팩은 장르의 경계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그는 알앤비와 힙합, 재즈, 소울,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융화시킨다. 무대 위에서 드럼을 치면서 랩을 하는 모습은 앤더슨 팩의 정체성을 잘 설명한다. 그의 성취는 '2년 연속 그래미 수상'이라는 위업으로 인정받았다. 앤더슨 팩은 유독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미군 남성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팩(paak)'이라는 이름은 어머니의 성인 '밀양 박씨'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한국 팬들은 그를 두고 '밀양 박씨가 낳은 최고의 아웃풋'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은 아버지이기도 하니, 미국 힙합신에 속한 뮤지션 중에서는 한국과 가장 인연이 짙다 할 것이다.

앞다퉈 노래하는 '미국의 오늘'

앤더슨 팩이 지난 6월 신곡 'lockdown(통행금지)'를 발표했다. 이 곡의 발표는 노예 해방을 기념하는 Juneteenth(미국 Texas주 흑인들의 노예 해방 기념일, 6월 19일)에 맞춰 이루어졌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그 어떤 노래보다 정치적이다. 2020년 미국의 상반기는 '코로나 19'와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구조적인 인종 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광장뿐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비욘세는 'Black Parade'를 부르면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에 힘을 보탰으며, 허(H.E.R)는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읊조림이었던 'I Can't Breathe'를 노래로 만들었다.

"Lockdown, We ain't gotta stop 'cause they tell us to."
(통행금지. 그들이 우리보고 멈추라고 하기에,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을거야.)


앤더슨 팩은 신곡 'lockdown'에서 2020년 미국이 직면한 시국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가사를 빼고 들었을 때는, 이 곡이 '저항 팝'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곡에 비해 화려한 사운드가 최소화되긴 했지만, 세련된 멜로디와 펑키한 기타 그루브는 누가 뭐래도 앤더슨 팩의 것이다. 우리는 가사를 면밀히 살펴 보아야 하겠다.

통행 금지가 선언되었고, 최루탄과 고무 총탄이 날아들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에서 시위를 이어간다. 그리고 앤더슨 팩은 그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답답하게 했던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소요 속에서 발생한 약탈과 방화를 곧 시위대와 동일시하는 태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We was tryin' to protest, then the fires broke out.
우리는 저항하려고 했지, 그런데 화재가 난거야!

Look out for the secret agents, they be planted in the crowd."
비밀 요원들을 경계해, 그들은 군중 속에 심어져 있지.


앤더슨 팩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다루고 있는 인종 차별, 경찰에 의한 폭력만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 정권의 실업률, 그리고 코로나 19에 대한 형편없는 대처 등을 가감 없이 언급한다. 켄드릭 라마와 같은 'T.D.E' 레이블 소속 래퍼 제이록(JAY ROCK)의 나긋나긋한 랩 역시 이 곡에 무게감을 더했다. (아쉽게도 음원 버전에서는 그의 랩을 들을 수 없다.)

시민들이 일어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는 앤더슨 팩뿐 아니라 한인 래퍼 덤파운데드(Dumbfoundead), 시드(Syd), 안드라 데이(Andra Day) 등의 음악 동료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종종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 가지 않는다. 앤더슨 팩도 마찬가지다. 앤더슨 팩의 아들 역시 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 자다 일어난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앤더슨 팩은 비몽사몽의 아들을 품에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THE PEOPLE ARE RISING(시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된다.

여기서 그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앤더슨 팩이 'lockdown'을 부른 것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계승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앤더슨의 아이들이 어른이 된 세상에서는, 피부색만으로 누군가가 체포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는 그것을 꿈꿨을 것이다. 그렇게, 시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음악은 냉험한 시대를 잊게 해주는 환각제이기도 했지만, 시대를 기록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해왔다. 수십 년 전,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Born In The USA'에서 레이건 시대의 민낯을 그렸다. 밴드 그린데이는 'American Idiot'과 'Holiday'는 조지 부시와 이라크 전쟁으로 상징되는 2000년대 초반을 기타 사운드에 실었다. 그렇다면 앤더슨 팩의 'lockdown'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지 않겠는가.

2020년, 우리는 코로나 19 사태와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목도했다. 11월 대선의 결과에 따라, 이 곡은 트럼프 시대의 한가운데를 표현하는 곡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트럼프 시대의 종반부를 그리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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