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기성용 ⓒ 연합뉴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RCD 마요르카가 기성용과의 계약만료를 발표했다. 마요르카는 7월 1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과의 결별 소식을 전했다. 현재 기성용은 이미 한국에 조기 귀국하여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기성용이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공식 시간은 약 10분에 불과했다. 기성용은 지난 2월 K리그 복귀가 무산된 후 유럽행을 타진하여 마요르카와 단기 계약을 맺었다. 한국인 선수로서 스페인 1부리그에 진출 한 것은 역대 7번째였다. 기성용은 입단 영상에서 스페인리그에서 뛰는 것이 어릴 적부터 오랜 꿈이었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기성용은 지난 3월 에이바르와의 원정 경기(2-1 마요르카 승)에서 교체선수로 출전기회를 잡으며 스페인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 경기가 스페인에서 기성용이 출전한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리그가 한동안 전면중단됐다. 

마침내 6월 12일부터 리그가 재개되었지만 이번에는 기성용이 훈련중 당한 발목부상으로 계속해서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기성용은 결국 남은 시즌 팀에 기여하기가 어렵고 재계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구단과 합의 하에 조기 계약 종료와 한국 귀국을 선택했다.

한국 선수들이 유난히 스페인 리그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기성용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범근(독일), 손흥민-박지성(이상 잉글랜드) 등 한국 선수들이 족적을 남긴 다른 빅리그와 달리, 스페인은 그동안 이천수를 비롯하여 박주영, 이강인, 백승호, 이승우 등 많은 선수들이 도전장을 던졌으나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할만한 사례가 한 명도 없다.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꼽히는 기성용이지만, 20대 중반 이후로 클럽 커리어가 계속해서 꼬이고 있다는 사실은 아쉽다. FC서울에서 처음 프로에 데뷔하여 2009년 스코틀랜트 셀틱에 진출하여 유럽무대 경력을 시작한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선덜랜드(임대)을 거쳐 2014-15시즌 스완지에서 개인 최다인 8골을 터뜨리며 커리어의 정점을 맞이했다.

하지만 커리어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번번이 이적 타이밍을 놓친게 독이 됐다. 기성용은 몇차례 빅클럽과의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기성용의 커리어 최전성기를 함께했던 소속팀 스완지시티는 수년간 하위권에서 아슬아슬한 잔류 경쟁을 반복하다가 2018년 끝내 2부리그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스완지와의 계약이 종료된 기성용은 다음 시즌 뉴캐슬로 이적했다. 첫해는 비교적 꾸준한 출장기회를 잡았으나 두 번째 시즌에는 감독교체 이후 주전경쟁에서 완전하게 밀리며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분류됐다. 기성용은 올해 1월 뉴캐슬과의 계약을 조기해지하고 11년만의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친정팀 FC서울과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 등이 기성용의 행선지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우선협상권과 위약금 조항을 가지고 있던 FC서울과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드러내며 국내 복귀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기성용은 이 과정에서 서울 구단에 노골적으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예회복을 노렸던 스페인에서의 도전도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용두사미로 끝났다.

기성용도 어느덧 31세로 선수경력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몇 년전부터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력도 들쭉날쭉했고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지 오래되어 실전감각 저하도 우려된다. 소속팀에 좀더 충실하기 위하여 태극마크까지 내려놓은 기성용이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정쩡한 저니맨으로 맴돌다가 커리어 후반기를 망칠 수도 있다. 

기성용의 향후 거취는 안갯속이다. 국내 복귀-해외 리그 재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이지만, 팬들의 바람이나 본인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서 가장 안정적인 시나리오는 국내 복귀다. 해외리그의 경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세계축구 이적시장이 많이 위축된 데다, 미국이나 중동-중국무대 등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리그와 환경에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 기성용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성용의 다음 거취가 결정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선수도 구단도 최근 시행착오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무엇보다 신중한 고민과 선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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