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민 선수

황경민 선수 ⓒ 박진철 기자

  
'배구 왕조'의 재건은 가능할까.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을 거듭한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단행했다.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에도 2005시즌 우승,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년 연속 우승으로 총 8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V리그 7년 연속 우승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기록이다.

가히 '삼성 배구 왕조'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시기였다. 그 왕조를 이끈 사령탑은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이었다.
 
그러나 신치용 감독이 2015년 5월, 20년 만에 삼성화재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2015-2016시즌 V리그에서 삼성화재는 창단 최초로 겨울 리그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도입된 2016-2017시즌은 정규리그 4위로 내려앉으며, 창단 최초로 봄 배구(준플레이오프 이상) 진출마저 실패했다.

그리고 2017-2018시즌 최종 순위 3위, 2018-2019시즌 정규리그 4위로 또다시 봄 배구 탈락, 2019-2020시즌 정규리그 5위로 계속 부진했다. 

성적 하락, 선수 구성 약화 '이중고'

삼성화재는 올 시즌인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구단 프런트와 감독 그리고 선수단까지 총체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배구단 프런트 최고 사령탑인 단장도 최근 바뀌었다. 감독도 고희진(40)으로 교체했다.

선수단은 더욱 크게 변화했다. 지난 4월 FA 시장에서 팀 간판이자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인 박철우가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또한 삼성화재 류윤식(레프트)-송희채(레프트)-이호건(세터)과 우리카드 노재욱(세터)-황경민(레프트)-김광국(세터)-김시훈(센터)을 서로 맞교환하는 3 대 4 대형 트레이드까지 실시했다. 그리고 5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는 폴란드 출신의 바르토시 크시시에크를 선택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삼성화재는 지난 6월 30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전체 선수 등록을 하면서 올 시즌에 뛸 선수 구성을 1차적으로 완료했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라이트는 바르토시 크시시에크(1990년·207cm·폴란드), 김동영(1996년·188cm)이 책임진다. 레프트는 황경민(1996·194cm), 고준용(1989년·193cm), 정성규(1998년·187cm), 신장호(1996년·183cm)로 구성됐다.

센터는 박상하(1986년·197cm), 지태환(1986년·199cm), 손태훈(1993년·196cm), 김시훈(1987년·199cm), 김정윤(1995년·196cm), 엄윤식(1994년·197cm)이 맡는다. 세터는 김형진(1995년·186cm), 김광국(1987년·188cm), 리베로는 이지석(1998년·182cm)이 나선다.

'리베로 보강' 급선무... 몰빵 배구 시대도 '퇴조'
 
 삼성화재 연습경기 모습... 경기도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 배구단 훈련장 (2020.6.30)

삼성화재 연습경기 모습... 경기도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 배구단 훈련장 (2020.6.30) ⓒ 박진철 기자

 
삼성화재 선수 구성을 살펴보면, 리빌딩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아쉬운 대목이 발견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비력 약화'다.

리베로는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던 백계중과 이승현이 모두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백계중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면서 'FA 미계약' 신분이 됐다. 이승현은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돼 사실상 방출됐다. 

현재는 지난 시즌 백업 레프트로 뛰었던 이지석이 리베로를 맡고 있다. 더군다나 공격과 수비를 책임지는 레프트 공격진도 황경민을 제외하고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력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국내 공격수의 공격력도 라이트 박철우, 레프트 송희채, 류윤식까지 한꺼번에 팀을 떠나면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센터진도 자원은 많지만 주전 멤버의 재활, 공익근무 등으로 누수 요인도 많다.

결국 올 시즌 삼성화재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황경민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황경민의 활약에 따라 삼성화재가 전통적 트레이드마크인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몰빵 배구'에서 벗어나느냐도 달라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V리그 남자배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6-2017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3년 동안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두 팀만이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독식했다. 지난 시즌도 두 팀이 2~3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강팀으로 자리를 지켰다.

두 팀은 구단 모기업의 적극적인 배구단 투자로 FA 영입, 2군식 팀 운영 등을 통해 좋은 선수 구성과 경기력을 갖추었다. 또한 배구 스타일도 과거 삼성화재 식 배구와 거리가 먼 토털 배구를 추구한다. 삼성화재도 여러 측면에서 달라져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고희진 "우리 선수 장점에 맞는 배구"... 황경민 "팀과 윈윈 기대"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 ⓒ 박진철 기자

 
지난 6월 3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트레이닝센터(STC) 내 배구단 훈련장에서는 삼성화재와 경희대가 연습경기를 실시했다. 그 현장을 찾았다.

고희진 감독은 기자와 만나 "아직 선수단 구성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며 "신인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이 다 끝나봐야 명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에 대해서는 "우리 선수의 능력에 맞는 배구를 원한다"며 "우리 선수가 높이가 없는데 높이 배구를 할 수 없는 거고, 선수가 스피드가 없는데 스피드 배구를 할 수는 없다. 우리 선수의 구성에 맞게, 우리 선수들의 장점에 맞는 배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OVO컵과 신인 드래프트까지 모두 마치고, 선수 구성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 제가 생각하는 배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경민도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그는 "처음 트레이드가 결정됐을 때는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우리카드보다 삼성화재에 있는 게 저한테는 훨씬 기회가 많고, 선수로서 클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삼성화재에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 우리카드 때보다 제가 더 많이 맡아야 된다"며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그 또한 잘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이 지난 2시즌 동안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작년보다 순위가 더 올라가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서로 윈윈해서 팀도 잘되고 저도 잘 커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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