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의 새 앨범 <크로마티카>

레이디 가가의 새 앨범 <크로마티카>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레이디 가가는 우리 시대의 디바다. 그처럼 탁월한 노래와 춤, 작곡 솜씨를 과시하면서도 독특한 멋을 뽐낼 수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레이디 가가 슈퍼볼'을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레이디 가가가 돌아왔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레이디 가가의 신보 <크로마티카(Chromatica)>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Rain On Me') 1위를 거머쥐었다. 첫번째 싱글이었던 디스코 팝 '스튜피드 러브(Stupid Love)'가 예고했듯, 레이디 가가는 댄스 가수로서의 정체성으로 돌아왔다. 차분한 컨트리 사운드와 함께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했던 <조앤(JOANNE)>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쉘로우(Shallow)'로 대표되는 영화 <스타 이즈 본>의 OST를 포함하면, 2년 만의 귀환이다.
 
레이디 가가는 사람들이 이번 앨범을 들을 때, 단순히 '레이디 가가 개인의 여정'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노래를 듣는 당신의 고통', '당신의 삶'을 투영해서 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레이디 가가는 과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 그리고 수많은 트라우마를 고백했던 바 있다. 그런데 가가는 이번 앨범 작업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즉, 신보 <크로마티카>는 아티스트와 팬이 함께 경험하는 치유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가와 팬이 함께 떠나는, 치유의 여정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레인 온 미(Rain On Me)'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피처링과 함께 완성되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의 톤이 빚어내는 화음이 인상적이다. 두 슈퍼스타는 자신들의 슬픔을 빗물에 비유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 뿐 아니라,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맨체스터 테러, 옛 애인인 래퍼 맥 밀러의 죽음 등 트라우마로 남는 요소들이 많았다. 산뜻한 하우스 리듬과 별개로, 이 곡은 짙은 슬픔을 머금고 있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은 '비여 내려라'라고 말한다. 자신들을 괴롭히는 내면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I'd rather be dry, but at least I'm alive. Rain on me."
(차라리 메말라 버리는 게 낫겠지, 그래도 나는 살아 있는걸. 비를 내려줘.)
 

'레인 온 미'의 프로듀서는 프랑스 디제이 챠미(Tchami)다. 카톨릭 신부처럼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그는 딥 하우스를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 챠미 뿐만이 아니다. 메인 프로듀서 블러드팝을 비롯해서 마데온, 스크릴렉스, 악스웰 앤 인그로소 등, EDM 앨범이라고 생각해도 될만큼, 저명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많이 참여했다. 이처럼, 레이디 가가는 크로마티카에서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1980년대 디스코와 1990년대 팝의 무드를 재현하면서도, 트렌드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앨범의 장점으로는,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크로마티카 1', '크로마티카 2', '크로마티카 3' 세 개의 연주곡은 자연스럽게 그 다음 트랙과 이어지면서 유기성을 확보한다. 한국팬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트랙은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피쳐링한 '사우어 캔디(Sour Candy)'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레이디 가가가 직접 블랙핑크 측에게 연락하면서 성사된 것.

그러나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곡은 후반부를 장식하는 '사인 프롬 어보브(Sine From Above)'이다. 팝의 전설이자 가가의 멘토인 '엘튼 존'이 피쳐링했다. 이 곡은 EDM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곡 초반에 깔린 스트링 사운드는 아비치처럼 서정적이다. 후렴구에서는 화려한 트랜스 사운드가 감정을 쌓아 올리며, 곡이 끝나기 직전 갑작스러운 비트 전환은 역동적이다. 놀라운 것은, 칠순을 넘긴 엘튼 존의 칠순을 넘긴 엘튼 존의 목소리가 EDM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 이 노래는 눈물을 빼면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을 때, '음악'이 자신을 구원했다는 서사다.
 
레이디 가가는 예전부터 타인의 아픔에 관심이 많았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청소년, 성 소수자, 학교 폭력 피해자 등, 이들을 돕는 것을 실천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의 음악으로 어떻게 듣는 이를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최근 심리 상담의 흐름은 개인의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레이디 가가는 과거의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
 
'프리 우먼(Free Woman)'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디 가가는 과거 자신이 한 음악 프로듀서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가가는 그 날의 경험이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가가는 과거의 자신을 '성폭력의 생존자'로 정의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그저 '자신', 또 '자유로운 여성'으로 정의하겠다고 외친다. 레이디 가가는 과거에도 '틸 잇 해픈스 투 유(Til It Happens To You)'에서 같은 아픔을 노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방식은 분명 달라졌다.
 
레이디 가가는 자신이 겪어 온 역경의 시간을 응축한 뒤, '해피 엔딩'으로 귀결시킨다. <크로마티카>는 댄스곡이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코로나 광풍 이후, 우리에게 파티는 과거의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앨범은 여름 파티나 페스티벌에 몹시 잘 어울리는 댄스 앨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을 취하고 있는 앨범이 듣는 이의 내면을 쓰다듬는 것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레이디 가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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