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강원 고무열이 인천과의 K리그1 5라운드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고무열 강원 고무열 ⓒ 한국프로축구연맹

 
달아나면 따라붙고, 그것도 모자라 멋진 골을 터뜨리며 뒤집어 놓은 게임이 끝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룬 채 끝났다. 다음 날 2게임이 남았지만 6라운드 최고의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그 와중에 보기 드문 4게임 연속골 주인공이 탄생했다. 강원 FC의 상승세를 앞에서 이끌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 고무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원 블루윙즈 세 명의 수비수가 만든 좁은 삼각지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시킨 멋진 골이어서 그 가치가 더 빛났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13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6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골씩 주고받는 흥미로운 게임을 펼치며 2-2로 비겼다. 이로써 강원 FC는 같은 시각 상주에서 열린 어웨이 게임에서 4-2로 완승을 거둔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전북(승점 15), 울산(승점 14)'이 지키고 있는 선두 그룹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는 3위(승점 11점) 자리를 지켰다.

닮은꼴 2골씩 주고받은 수원과 강원

현재 머물고 있는 하위권 순위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홈 팀 수원 블루윙즈는 골잡이 타카트의 발끝에서 하루 빨리 골이 터지기를 바라며 크르피치와 나란히 투 톱 포메이션을 내밀었다. 상대 팀 강원 FC와의 지난 시즌 어웨이 게임(2019년 8월 17일, 춘천 송암 스포츠타운)을 떠올리면 타카트에게 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게임에서 놀라운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며 3-1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타카트는 K리그 2년차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지난 시즌 울산의 주니오(35게임 19골)와 끝까지 득점왕 경쟁을 펼친 끝에 33게임 20골(게임 당 0.6골)로 극적인 타이틀을 따냈기에 이번에도 수원의 골 가뭄을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2020 시즌 현재까지 6게임 무득점 늪에 빠져있는 형편이다. 이 게임에서도 타카트는 유효 슛 없이 페널티 구역 밖 슛 1개, 오프 사이드 1개의 기록만 남기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의권이 들어오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두 팀은 전반전에만 한 골씩 주고받으며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게임 시작 후 8분만에 명준재의 오른쪽 측면 컷 백 크로스를 크르피치가 오른발로 차 넣어 홈 팀 수원이 먼저 달아났지만 30분에 어웨이 팀 강원이 바로 따라붙었다. 신광훈의 절묘한 로빙 패스를 받은 김경중이 180도 몸을 돌리는 고난도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순간 수원 수비수들이 팔을 치켜들며 부심에게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점검 결과 기막힌 라인 브레이킹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 FC가 자랑하는 유기적인 조직력은 상대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라인을 언제든지 허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동점골 순간이었다.

이 흥미로운 게임 흐름은 후반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45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더욱 묘한 점은 후반전에 주고받은 또 한 골씩이 전반전의 그것과 상반되는 모양이어서 놀라웠다. 측면 컷 백 크로스로 만든 골을 수원의 '명준재 도움-크르피치 골'로 시작하니 그와 똑같은 패턴으로 강원의 '조재완 도움-고무열 골'로 역전시켰고, 미드필드 지역 키 패스를 받아 상대 오프 사이드 함정 허물기로 만든 골을 강원의 '신광훈 도움-김경중 골'로 따라붙으니 역시 같은 패턴으로 수원의 '고승범 도움-김민우 골'로 최종 스코어 2-2를 만든 것이다.

삼각지대로 파고든 '고무열', 4게임 연속 골

이 게임에서 나온 4골 모두 현대 축구의 득점 패턴을 멋지게 반영하는 것이었지만 강원 FC 멀티 플레이어 고무열이 넣은 역전골 순간은 저절로 박수가 터져나오는 명장면이었다. 64분에 강원 FC의 왼쪽 측면 역습이 빠르게 전개됐다. 조재완의 경쾌한 측면 드리블은 어느새 왼쪽 끝줄 가까이까지 수원 수비수들을 흔들어댔고 그 공은 곧바로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로 수원 골문 바로 앞까지 전달됐다. 그 주변에 수원 수비수들이 훨씬 많았지만 어느 틈엔가 강원의 고무열이 빠져들어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방향을 살짝 바꿔 그물을 흔들었다. 

수원 페널티 구역 밖 비교적 먼 곳으로부터 고무열의 가속도가 눈부셨지만 더 놀라운 것은 고무열이 감행한 공간 움직임이었다. 조재완의 컷 백 크로스 타이밍과 각도를 정확하게 읽은 고무열은 수원 수비수 셋이 만든 삼각형(헨리와 구대영을 이은 밑변, 민상기가 지킨 꼭짓점) 공간이 비교적 좁았지만 바로 그 복판으로 달려들어간 것이다. 4게임 연속 골 순간, 역시 골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유능한 공격 자원임을 멋지게 입증한 것이다.

역시 축구는 단순한 숫자 놀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한 명장면이 83분에 나왔다. 수원 미드필더 고승범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고 절묘한 오른발 키 패스로 극적인 동점골을 도운 것이다. 고승범 바로 앞에 강원 FC의 노련한 두 선수 '신광훈-한국영'이 버티고 있었지만 그 둘 사이로 키 패스가 들어갔고 김경중의 품에 안겨있는 듯했던 김민우가 맨투맨 수비를 뿌리치고 빠져들어가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김민우의 오프 사이드 반칙이 선언됐지만 섬세한 VAR 판독 이후 귀중한 동점골을 확인했다.

이렇게 3위 자리를 지킨 강원 FC는 며칠 쉬지도 못하고 7라운드 홈 게임을 위해 강릉으로 달려가야 했다. 16일(화) 오후 7시 울산과 만나 선두권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을 살핀다.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 성남 FC를 상대하며 K리그 팬들에게 '마계대전(馬鷄大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2020 K리그 원 6라운드 결과(13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2-2 강원 FC [득점 : 크르피치(8분,도움-명준재), 김민우(83분,도움-고승범) / 김경중(30분,도움-신광훈), 고무열(64분,도움-조재완)]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타가트(46분↔한의권), 크르피치(72분↔김건희)
MF : 김민우, 안토니스(58분↔염기훈), 고승범, 박상혁, 명준재
DF : 구대영, 민상기, 헨리
GK : 노동건
- 경고 : 한의권(66분), 고승범(71분)

강원 FC 선수들
FW : 조재완, 김승대, 김경중(87분↔김지현)
MF : 이현식(61분↔이영재), 한국영, 고무열
DF : 신세계(58분↔채광훈), 김영빈, 임채민, 신광훈
GK : 이광연
- 경고 : 김경중(7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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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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