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레인 온 미> 앨범 커버 이미지

레이디 가가 <레인 온 미> 앨범 커버 이미지 ⓒ 유니버설뮤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돌아왔다. 컨트리 장르를 내세워 커리어 상 독특한 변곡점을 남겼던 정규 5집 <조앤(Joanne)> 이후 무려 4년 만의 복귀다. 허나 그 공백의 체감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 준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인기 덕택이다. 사운드 트랙이었던 '쉘로우(Shallow)'는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는 이후 그래미,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오른다.
 
늘 대중의 관심 안에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완벽히 대중적이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던 1집 <더 페임(The Fame)>(2008), 2집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2011)가 데뷔 초 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건 '키치'하고 세상을 앞서(?)간 바로 그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음악 자체의 중독성도 한 몫 했겠지만 분명 독특한 외부적 요소가 주는 파괴력이 있었고 이게 역으로 가가 작품에 높은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키치한 차림으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이와 잘 맞는 시너지의 또 한 차례 키치한 그의 노래 '배드 로맨스(Bad romance)', '텔레폰(Telephone)', '포커 페이스(Poker face)' 등이 세계를 울렸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아트팝(Artpop)>(2013)의 지나친 개성, 재즈로 의외의 장르 전환을 선보인 <치크 투 치크(Cheek To Cheek)>(2014)을 거쳐 컨트리까지 섭렵했던 그가 그렇게 다시 본토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대놓고 대중을 지향한다. 국내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 엘튼 존 등 화려한 라인업의 피처링 진이 눈에 띄고 음악적 장르는 말 그대로 백 투 더 8090을 2020으로 경유해 당겨왔다. 디스코, 유로댄스, 하우스가 곳곳에서 생명력을 뽐내고 광폭한 EDM의 드롭이 요즘 날의 청취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댄스 플로우의 한쪽에는 짙은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떨어지는 비에 빗대 노래하는 '레인 온 미(Rain on me)', 대중 가수로서 늘 가면을 쓸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는 '펀 투나잇(Fun tonight)', 성폭력 등의 상처로 인한 아픔을 고하는 '911'까지 곡의 제작 원료는 '아픔'이다. 이 발아하고 발화하는 개인성은 지난 <조앤>과 연장 선상에 서 있지만 이 앨범의 속내는 더 깊고 더 연약하고 때론 더 강하다. 이 이질적인 양가성이 작품의 의미를 드높인다.
 

3개의 짧은 인터루드 '크로마티카(Chromatica)' 1~3을 사이사이에 배치에 앨범을 쫀쫀하게 이어붙이고 대부분의 수록곡을 3분 중반으로 끊었다. 그만큼 '전체연령가'를 목표한다. 인터루드는 자연스레 다음 곡과 이어지는데 특히 '크로마티카 II'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유로 디스코 풍의 '911'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인기 가수 셰어(Cher)의 대표곡 '빌리브(Believe)'가 떠오르기도 한다. 끝곡 '바빌론(Babylon)'도 마찬가지다. '본 디스 웨이'의 뒤를 이은 퀴어 앤섬인 이 곡은 명백히 마돈나의 '보그(Vogue)'에 영향받았다.
 
장르의 활용에서 연유된 윗세대 선배와의 교류가 대중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 가가의 목표를 잘 보여준다. 전면을 감싸고 있는 복고의 향취가 좀 더 새로운 것을 기대했을 누군가에게는 밋밋한, 그저 반복되며 고조될 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와 호흡한 '사우어 캔디(Sour candy)'는 강하게 튀어나오는 가가의 음색과 블랙핑크의 목소리가 어긋나 전체 흐름을 끊는다. 자신을 상표 붙은 인형에 비교한 '플라스틱 돌(Plastic doll)' 역시 가사의 묵직함이 없었다면 흐려졌을 노래다.
 
그럼에도 영리하다. 초기 스타일의 복고를 차용하나 '프리 우먼(Free woman)', 엘튼 존과 함께한 '사인 프롬 어보브(Sine from above)', '리플레이(Replay)'같은 곡에는 EDM의 드롭을 살려 트렌드를 반영하고 곡 단위를 넘어 앨범 단위를 지향하게 한 음반의 구성력도 좋다. 다만 작품의 승리는 가장 밝은 사운드를 담았지만 가장 어두운 자전적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낸 지점에서 기인한다. 16개의 수록곡, 45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짧고 강렬하게 리듬에 취해 뛰다 땀을 닦을 때쯤 가가의 메시지가 뒤늦은 울림을 준다.
 
이 진솔한 고백에 응답하듯 '레인 온 미(Rain on me)'는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로 데뷔했고 앨범차트 정상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가가, 제2의 전성기가 더욱 높게 닻을 올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중음악 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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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IZM 필자 박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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