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병수볼은 보는 즐거움을 넘어 뜻깊은 결과까지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어웨이 팀 강원 FC는 시즌 첫 승리에 목마른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어떻게 나온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거기에 맞추어 움직인 결과를 멋진 역전승으로 엮어낸 것이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5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시작 후 21분 7초만에 먼저 골을 내줬지만 딱 2분 42초(162초)만에 곧바로 동점골을 뽑아내더니 86분에 페널티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1게임 먼저 끝낸 리그 순위표에서 가장 높은 곳(3승 1무 1패 7득점 5실점)까지 올라섰다.

인천 김호남의 선취골 후 '162초'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상할 정도로 강원 FC를 만나서 이긴 기억이 별로 없다. 지난해 세 차례 만나 1무 2패(3득점 5실점)를 기록한 것도 그렇지만 특히 인천 홈 게임을 치르며 무려 7년, 날짜로는 2575일이나 못 이겼던 것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즌 첫 승리가 그 어느 팀보다 목마른 상황이었다.

이 간절함을 담아 주장 완장을 찬 김호남이 게임 시작 후 21분 7초만에 훌륭한 골을 먼저 넣었다. 오른쪽 윙백 정동윤이 놀라운 속도로 오른쪽 측면을 뚫고 들어와 날카롭게 밀어준 컷 백 크로스를 받아 김호남이 마중 나가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방향을 정확하게 바꿔 넣은 것이다. 

지난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두 번째 골도 김호남이 넣었으니 몹시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활짝 웃지 못했다. 더 절실한 팀 승리가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주장 완장을 차고 날개 공격수 역할은 물론 가운데 미드필더 역할까지 1인 2역을 맡아서 종횡무진 뛰어야 하는 형편에 골 세리머니는 사치로 보일 정도였다.

개막 후 다섯 게임만에 상대 팀보다 먼저 골을 넣은 기쁨을 처음 누리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허무하게도 그 시간을 3분도 못 즐기고 주저앉았다. 정확하게 162초만에 중원이 뻥 뚫리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강원 FC 왼쪽 풀백 채광훈이 왼쪽 측면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정동윤을 따돌리고 가운데로 공을 몰고 들어오는 사이에 그를 막기 위해 달려드는 인천 유나이티드 필드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다. 

채광훈이 약 35미터 이상의 거리를 드리블할 때 인천 유나이티드 가운데 미드필더 최범경, 임은수 둘은 나란히 올라가 있었고 그 뒤를 책임질 수비수 셋은 김승대, 고무열의 공간 침투를 견제하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고 기다리기만 했던 것이다. 뒤늦게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정호와 문지환이 채광훈에게 접근했지만 인천 골문으로부터 약 27미터 거리 정면에서 채광훈의 오른쪽 발등에 묵직하게 맞은 공은 골키퍼 정산이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강원 FC '고무열' 3게임 연속 골 활약

강원 FC의 이 멋진 동점골 순간에도 드러난 것처럼 또 바닥을 찍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제점은 가운데 미드필드였다. 대구 FC와의 시즌 첫 게임을 치를 때, 상대 팀 특급 공격형 미드필더 세징야를 꽁꽁 묶어버리며 K리그 모든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수비형 미드필더 마하지가 근육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못 뛰고 있는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동안 가운데 미드필드 조합으로 '김도혁, 김준범, 이우혁' 등을 섞어서 내보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바로 이 게임에는 '임은수, 최범경'의 새로운 조합을 썼지만 126초만에 내준 동점골 상황에서 드러난 것처럼 둘은 나란히 강원 FC 왼쪽 풀백 채광훈을 따라잡지 못했다.

강원 FC 김병수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기 위해 유능한 미드필더 한국영을 아래 꼭짓점에 두고 고무열과 이영재를 그 앞에 세워 유기적인 역삼각형을 펼친 것이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동점골을 내준 이후에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중원 공동화 현상은 몇 차례 더 나왔다. 40분, 강원 FC 김승대의 역습 드리블이 인천 유나이티드 페널티 지역 밖에서 이어질 때 역시 인천 유나이티드 가운데 미드필더들은 김승대를 따라붙지 못했다. 3분 뒤 동점골의 주인공 채광훈이 다시 한 번 왼쪽 측면에서 자유롭게 공을 잡아놓고 방향 전환까지 여유있게 한 다음 오른발 대각선 유효 슛을 날리는 장면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드 대응 전술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절정의 시간, 강원 FC가 기다린 순간이 다가왔다. 83분,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영재가 오른쪽 측면에서 새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을 몰다가 인천 골문 바로 앞으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보냈다. 공은 아쉽게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에게 굴러가 잡혔지만 그 바로 앞에서 고무열이 쓰러졌다. 그리고는 김용우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이영재의 전진 패스를 받기 위해 빠져나가는 고무열을 막다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문지환이 왼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아서 넘어뜨린 것이다. 

김용우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에서 온 조언대로 온 필드 뷰까지 시행했지만 페널티킥 선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페널티킥을 얻어낸 고무열이 11미터 지점에서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왼쪽으로 낮게 굴려넣었다. 3게임 연속 골을 터뜨리며 팀을 리그 순위 가장 높은 곳에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페널티킥 반칙을 저지른 문지환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수원 빅 버드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도 김민우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는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내주고 0-1로 졌기 때문이다. 휘슬을 분 주심을 쳐다보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곳곳에 설치해 둔 VAR 용 카메라가 더 세밀한 것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5분이나 더 이어졌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교체 카드 1장을 쓰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 그 결과 강원 FC는 깜짝 선두(승점 10)로 뛰어올랐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1부리그로 돌아온 광주 FC에게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11위(승점 2)에 머물게 됐다. 

겨우 1골 차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패스 관련 세부 데이터를 보면 이른바 병수볼이 가르쳐주는 수준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일반 거리 패스 성공률(강원 FC 91%, 인천 유나이티드 FC 81%) 차이도 큰 편이지만 롱 패스 성공률(강원 FC 70%, 인천 유나이티드 FC 46%) 차이가 너무나 커서 기본적으로 게임 운영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전방 패스 숫자(강원 FC 203개, 인천 유나이티드 FC 94개)도 2.2배에 가까운 차이가 드러났다.

이제 강원 FC는 13일(토) 오후 7시 수원 블루윙즈를 만나기 위해 빅 버드로 들어가며,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전주성으로 들어가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상대한다.

2020 K리그 원 5라운드 결과(5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1-2 강원 FC [득점 : 김호남(21분,도움-정동윤) / 채광훈(24분), 고무열(86분,PK)]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호남, 무고사, 이종욱(25분↔송시우)
MF : 김성주, 임은수, 최범경(63분↔지언학), 정동윤
DF : 김정호, 문지환, 김연수
GK : 정산
- 경고 : 김정호(67분), 문지환(83분)

강원 FC 선수들
FW : 정지용(32분↔조재완), 김승대, 김경중(74분↔정석화)
MF : 고무열, 한국영, 이영재
DF : 채광훈(76분↔이현식), 임채민, 김영빈, 신광훈
GK : 이범수
- 경고 : 김영빈(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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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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