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에 대한 언론의 박한 평가가 서운하다. 예년에 비해 무난하게 치러졌고,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인원을 최소화해 무관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왜 대리수상만 비판하는지 모르겠다. 대종상뿐만 아니고 다른 영화상들도 대리수상이 많은데, 대종상만 비판한다. 수상자가 결정돼 트로피에 이름까지 새겨진 마당인데, 수상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억지로 오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지난 4일 대종상영화제 한 관계자는 영화상에 대한 안팎의 평가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큰 사고없이 나름 무난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언론을 비롯한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56회 대종상영화제가 지난 3일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전년도 추석에서 여름철 개봉영화까지 심사대상으로 정해 10월 말에서 11월에 하던 영화제는 쇄신을 위해 한 해 개봉된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했고, 올해부터 행사 기간도 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종상' 이병헌, 의리남의 손인사 이병헌 배우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대종상' 이병헌, 의리남의 손인사 이병헌 배우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이정민

 
하지만 코로나 19가 발목을 잡으면서 2월 예정했던 행사는 연기됐다가 3일 치러졌다. 2018년 추석부터 지난해 개봉한 영화들이 심사대상이다 보니, 개봉 2년이 다 돼가는 영화가 수상작이 되기도 했다. <기생충>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음악상을 받았고, 배우 이병헌은 <백두산>으로 남우주연상, < 82년생 김지영 >의 정유미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예전 대종상과 비교해볼 때 최근 대종상의 변화는 심사 결과에 있다. 과거엔 납득하기 어려운 몰아주기 시상으로 수상작들을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고, 수긍하기 어려운 선정으로 비판과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근래 몇 년 동안 심사 논란은 사라졌다.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몇 해 전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시상식에 불참한 배우
 
"올해 대종상시상식에 참여해야 되는지 고민된다."
 
후보에 오른 한 배우 측 관계자는 대종상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이런 고민을 내비쳤다. 그는 "촬영 일정이 겹친 게 가장 큰 이유지만, 혹시 상을 못 받더라도 상 받는 분들에게 축하라도 해주자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중간에 짬을 내 참석을 할 수는 있겠는데, 그렇게 해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었다. 이어 "지난해도 수상은 못했으나 축하의 마음으로 갔는데, 행사가 워낙 엉망이다보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좋은 마음으로 가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 그 배우는 올해 대종상영화제에 불참했다. 대종상영화제를 바라보는 영화 관계자들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대종상' 박봄, 놀라운 비주얼 박봄 가수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대종상' 박봄, 놀라운 비주얼 박봄 가수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6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하고 있다. ⓒ 이정민

 
사실 올해 대종상은 예전처럼 논란이 많지는 않았다. 수상자들의 불참으로 인해 축하공연을 한 가수 박봄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행사 진행 과정에서 심각할 정도의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다. 하지만 대종상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간 오랜 세월 동안 되풀이된 온갖 논란과 파행이 원죄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이미지가 개선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물론 대종상이 쇄신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는 한국영화 원로인 이장호 감독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운영위원인 권영락 시네락픽쳐스 대표가 주축이 돼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2017~2018년 행사는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현재 부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장수 전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 실무를 맡아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이뤄냈다. 김홍준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 등 국내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본심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고질적인 심사 논란이 사라지게 됐다.
 
그간 대종상의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면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한국영화인총연합회라는 데 있다. 현재 한국영화의 중심에 있는 영화인들이 아닌 1970년대~199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원로그룹에게 개최 권한이 있는 것이다.
 
2017년 이전에는 이들 산하단체를 중심으로 8개 단체에서 1~2명이 의무적으로 추천됐고, 여기에 평론가와 제작 관계자들이 포함돼 그간 심사위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심사위원 중에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는 이들도 있어 자격 논란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의 관여가 상당히 줄어들면서 심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와의 거리두기가 일정 부분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권사업 비판 나오는 이유
 
 3일 열린 56회 대종상영화제

3일 열린 56회 대종상영화제 ⓒ 대종상영화제

 
그렇다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인총연합회와 5년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 김구회 집행위원장은 내년 57회 영화제까지 운영을 맡게 되고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구조다.

양측은 영화인총연합회에 발전기금 명목으로 일정한 비용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이 돼 있다. 발전기금은 영화인총연합회 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충무로 안팎에서 대종상이 결과적으로 이권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대종상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권사업이라는 시선을 불식할 수 있도록 운영 권한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에게 넘어와야 한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로 개최 권한이 넘어와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영화인총연합회 산하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종상이 그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한국영화 전체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대종상이 바뀌어야지 지금과 구조에서는 언제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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