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가 나날이 대범해지고 잔인해지며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를 일컫는 '촉법소년'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촉법소년과 관련하여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긴 청와대 청원만 지난 2017년 이후 다섯 건에 달한다. 한 청원에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31일 방송한 < SBS 스페셜 > '소년, 법정에 서다' 편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년 범죄 사건들을 취재하고 사건의 진행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소년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았다. 소년법, 보호인가? 면죄부인가?
 
 < SBS 스페셜 > 한 장면

< SBS 스페셜 > 한 장면 ⓒ SBS 스페셜


지난 3월 29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대학생이 대전 성남사거리에서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다 사고를 내고 뺑소니까지 저지른 운전자는 놀랍게도 만 13세밖에 되지 않은 중학생이었다. 차 안에는 또래 7명도 탑승해있었다.

이들은 서울에서 렌터카를 훔쳐서 대전에 왔다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를 벌이다 뺑소니 사고까지 저질렀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견인차 기사는 지구대로 잡혀 온 아이들을 보고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들이 반성은커녕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서에) 앉자마자 다리 꼬고 핸드폰 만지고 SNS 메시지를 하고 있더라고요. 진짜 어이가 없었죠. 자기들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죠)"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스페셜


경찰에 검거된 아이들은 여러 차례 절도와 무면허운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뺑소니 사망 사고까지 일으켰지만,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에서 만 14세까지 미성년자를 뜻한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형벌이 아닌 보호 처분에 그친다.

보호처분은 보호자에 의한 감호 위탁, 수강 명령 및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1~3년), 소년복지시설 위탁(6개월~1년) 또는 병원, 요양소, 소년의료보호시설 감호(6개월~1년), 소년원 감호(1개월, 6개월, 1년) 등 10단계로 나뉜다.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런 조치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범죄는 처벌 대신 보호, 교육에 중점을 두는 '소년법'에 근거한다.

최근 촉법소년은 가파른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14년 7236건에서 2018년 9051건, 2019년(11월 기준) 9102건으로 늘어났다. 성인의 집행유예 기간에 해당하는 보호관찰 기간 중에 범죄를 저지른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도 2010년 10.6%에서 2019년 12.8%로 높아졌다. 학교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노윤호 변호사는 촉법소년이 전과가 남지 않는 보호처분만을 받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인들이 제일 잘 알아요. 본인들이 미성년자라서, 이거(소년법)로 인해서 면죄부를 받게 되고. 소년 범죄가 재범률이 높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2019년 8월에는 만 11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고등학생이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협박하여 금품까지 갈취한 사건으로 성인이라면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만큼 죄질이 안 좋았다. 혐의 사실이 무겁다고 판단한 검찰은 가해 학생이 소년재판이 아닌, 형사재판을 받도록 기소했다.

하지만, 형사재판부는 가해 학생을 소년재판으로 송치했다. 가해 학생이 초범인데다 어리고 반성하고 있으며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란 이유에서였다. 초등학생 성폭행 피해자 측 변호를 받았던 이재용 변호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공갈, 협박, 아동 청소년 음란물 제작, 만 13세 미만 강간 관련된 부분. 가해자의 나이가 만 19세가 안 되는 경우에는 장기, 단기라는 개념을 써서 구형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저는 그렇게 예상했죠. 단시 5년에 장기 7년 아니면 6년 정도 (판결) 하시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뜬금없이 소년부로 보내야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거예요."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소년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처분은 소년원 2년 보호조치에 불과하다. 전과기록 또한 남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소년재판으로 가면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조차 피해자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년부로 송치된 이후에는 피해자 가족이 재판 날짜도 알 수 없고 재판에 참석할 수도 없다. 소년재판의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최종선고일에 법원을 찾았다 쫓겨난 피해자의 어머니는 울분을 토한다.

"저희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게 반성 아닌가요? '나한테 기회를 준다면 훌륭한 변호사가 되겠다', '나한테 공부할 기회를 달라'며 자신의 앞으로 계획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반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1953년 소년법을 제정하면서 촉법소년은 만들어졌다. 원래 연령은 12~13살이었으나 2007년 소년법 개정으로 현재의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으로 범위를 넓혔다. 하한 연령이 낮춰진 후에도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대상 연령을 만 13세 혹은 12세로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강력 범죄를 저지르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60년 전과 지금의 14세 소년들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달라요. 소년을 보호처분의 대상으로만 놓기보다는 죄질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유연의 영역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다른 한 편에서는 소년 강력범죄는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부모와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소년들의 가정 환경을 이해하고 사회적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치된 청소년들에게 엄벌 위주의 방식을 취하기보단 잘못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기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움직임에 우려 의견을 내놓으며 재범 방지 중심의 예방책 마련을 주문했다. 전 소년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교수는 사회와 어른이 아이들에게 책임을 지우려 한다고 꼬집는다.

"대부분의 보호 소년들이 자살하지 않은 게 고마울 정도로 안타까운 환경에 처해있어요. 붙잡아 줄 어른이 곁에 없었던 거죠. 옳고 그름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아이들에게 비행의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을까요?"
 
<SBS 스페셜>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SBS


촉법소년 문제는 연령 조절을 논의하는 선에서 그쳐선 안 된다. 소년범죄의 대다수는 지금처럼 교화와 예방 위주로 처리하되 흉악범죄는 처벌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열어둬야 한다. 또한, 비공개로 진행하는 소년재판에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참여할 권리와 재판의 결과를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미국, 프랑스, 독일처럼 별도의 소년전문법원 도입도 시급하다. 소년의 범행이 어른과 같을지언정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보호관찰소와 소년원의 확충과 개선도 필요하다.

촉법소년의 문제는 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교육의 문제이며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그것을 바꿀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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