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 명필름랩

 
"주변에 화려한 사건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하고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죠. 저는 그런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 한계는 두지 말자는 주의예요. 우선 작품 선택에 있어선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상업영화, 독립영화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해서 연기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동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동룡에서 영화 <극한직업> 형사 영호로, <어린 의뢰인> 정엽으로, 그리고 <국도극장> 기태로. 배우 이동휘는 자신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응답하라 1988> 이후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거침없이 자신의 필모를 채워왔다. 특히 이번에 개봉한 영화 <국도극장>에선 실패와 외로움에 찌들어 고향으로 내려온 고시생 역할을 맡아 진지하고도 진솔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달 29일 영화 개봉 당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촬영 내내 자신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쟁에서 이겨야지', '뭔가 꼭 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쫓기거나 너무 과하게 경쟁하기보단 자신을 챙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도 된다는 것을 기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관객들 역시)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위해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국도극장>의 기태 역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온 시나리오는 아니었다고 밝힌 이동휘는 친하게 지내던 형의 집에서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게 됐고 배역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가 마무리되고 휴식기 때였을 거예요. 쉬면서 아는 형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국도극장>의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어요. 그 다음 주에 또 놀러 가게 되었는데 그 형이 일정이 맞지 않아 촬영은 못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시나리오에 너무 마음이 끌려 형에게 시나리오 주신 분께 연락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인지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던 시점에 그는 한 무명 감독의 장편 데뷔작 <국도극장>을 선택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시나리오였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다"라며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작품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보는 배우 이동휘의 눈이 정확했던 걸까? 명필름랩 3기 전지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국도극장>는 지난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에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상, TV5MONDE상, JJFC상, 푸르모디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음은 배우 이동휘와 나눈 일문일답. 
 
 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 명필름랩

 
"상업영화? 독립영화? 그보단 시나리오가 더 중요해..."

- 영화 <국도극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있다. 분명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도 배우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렇게 극적인 상황들은 사실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소소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때마침 시나리오를 읽게 되었다."
 
-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컸다. 그리고 감독님과의 호흡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이 소설처럼 시나리오를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 직접 그 글을 썼던 분이 연출하시는 것이라 소통이 더 쉬웠던 것 같다. 다만 감독님과 저 역시 담배를 안 피다 보니 한 장면(담배씬)은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어떤 장면을 말하는 것인가? 
"극 중 담배를 자연스럽게 피워야 하는 장면이었다. 담배 피는 연기를 지금 다시 찍는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영화 찍기 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사서 펴본 적이 아마도 7년 전일 거다. 조금 더 입에 머금고 있었어야 했는데 담배가 너무 싫어서 급하게 빼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걱정이 크다."
 
- 그간 맡았던 역할과는 다소 다른, 기태라는 약간 어둡고 다운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인간은 누구나가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내재된 외로움이 있다. 기태를 연기하면서 이런 외로움을 극대화 시켰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외동아들로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그로 인해 생기는 외로움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기태와 접목시키게 되었다. 기태는 혼자 있어도 엉엉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읽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연기하는 기간에는 저도 기태의 감정에 많이 젖어들었던 것 같다."
 
- 기태 연기를 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었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기태가 '좀 찌그러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쪽으로만 가방을 메고 다녀서 어깨가 좀 쳐졌는데 평상시에는 몸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기태 역을 할 때는 몸의 균형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등의 자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눈썹도 거의 안 그리는 등 메이크업 자체를 거의 안 한 느낌으로 준비했다. 마치 단벌로 살아가는 청년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동휘에게 위로를 준 영화 <국도극장>  

-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극장의 간판 그림이 기태 얼굴로 바뀌어져 있다. 세상에는 많은 사연들과 이야기들이 있다. 각자 삶에선 본인이 주인공이다. 영화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뭔가 이뤄내야지'라며 살아가던 기태가 고향으로 돌아와 자기 자신만의 인생을 고민하고 꾸려가는 과정이 나온다. 그걸 연기하면서 너무 과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가며 살아가도 된다는 마음이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관객분들도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어떨까한다."
 
- 서울 출신인 것으로 아는데, 사투리 연기는 어떻게 한 것인가?
"전라도 사투리는 이한위 선배님께 배운 것이다. 이한위 선배 집 앞 주차장에서 만나 스파르타식으로 훈련했다. 서울 물을 먹은 전라도 사투리,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 등 다양한 버전으로 꼼꼼하게 검수를 해주시더라."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기태가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반찬에 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고등어가 반 이상은 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더라. 그걸 보니 더 슬퍼졌다. 정말 엄마가 구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등어 때문에 슬픈 감정이 더 치솟았던 것 같다. 토해내듯 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기태는 그런 타입이 아니다. 혼자 있을 때도 마음 편히 우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동휘의 생각
 
 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영화 <국도극장>에서 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동휘의 모습. ⓒ 명필름랩

 
- 실제 본인과 기태와의 공통점은?
"집에 오면 말을 잘 안 한다. 거의 안 한다. 그런 부분이 기태와 좀 닮은 것 같다. 그리고 잘 조는 편이다. 저 역시 그렇게 쾌활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기태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매사에 걱정하는 그런 기태의 성격 역시 저랑 좀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 영화가 극장과 VOD가 동시에 개봉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일 텐데 소감이 어떤가?
"집에서 영화를 보면 약간 덜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관객분들과 극장 경험을 공유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객분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이후 맡고 싶은 배역이나 연기가 있다면. 
"안 해본 것이 너무 많다 보니 다양한 연기 도전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작품 규모도 상관없다.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싶다. 재작년, 작년 연속으로 단편 영화를 계속 찍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더 활발하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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