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SK가 각각 불펜과 안방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과 SK 와이번스 구단은 29일 공식 SNS를 통해 두산의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가 SK로 이적하고 SK의 투수 이승진과 포수 권기영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 2: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7.96)에 허덕이고 있는 두산과 주전 포수 이재원의 부상 이후 안방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였다.

흔히 시즌 중에 성사되는 트레이드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나 낮 시간, 혹은 경기 직후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이례적으로 SK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도중에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과연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선수들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대구에서 서울 찍고 다시 인천으로 직장 옮긴 이흥련

야탑고와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5라운드(전체47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된 이흥련은 입단 첫 해 진갑용(KIA 타이거즈 배터리 코치)과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에 가려 한 번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14년 진갑용의 팔꿈치 수술과 이지영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어 1군에서 88경기에 출전해 백업포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흥련은 2016년까지 1군에서 244경기에 출전하며 꾸준히 경험을 축적했고 2016 시즌에는 타율 .260 6홈런25타점39득점을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프로에서 4년을 보낸 후 경찰 야구단에 지원한 이흥련은 그 해 11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삼성이 FA로 내야수 이원석을 영입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을 받은 것이다.

졸지에 두산 소속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흥련은 2018년 9월 전역 후 팀에 합류했지만 두산에는 이미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NC다이노스)가 있었다. 이흥련은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면서 주전경쟁의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작년 두산의 주전 포수는 이흥련이 아닌 박세혁이었다. 결국 이흥련은 작년 시즌에도 1군에서 27경기 출전에 그쳤고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포수 정상호를 영입하면서 이흥련의 입지는 더욱 줄어 들었다.

두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SK로 이적하게 됐지만 이흥련에게 SK행은 썩 나쁘지 않은 기회다. 현재 SK는 주전포수 이재원이 손가락 부상으로 길면 6월까지 경기 출전이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흥련은 적어도 이재원이 돌아올 때까지 기존의 백업포수 이홍구와 함께 번갈아 가며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될 전망이다. 이흥련이 공수에서 안정된 플레이로 SK의 안방살림에 도움을 준다면 이번 트레이드가 분명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흥련과 함께 SK 유니폼을 입은 김경호는 빠른 발과 준수한 컨택 능력을 가진 프로 7년 차의 좌타 외야수다. 물론 SK에는 노수광, 정진기, 고종욱, 김재현, 최지훈 등 비슷한 유형의 좌타 외야수가 많기 때문에 당장 김경호가 주전 경쟁에 뛰어 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빠른 발과 허슬 플레이라는 김경호가 가진 장점을 잘 살려 염경엽 감독에게 어필한다면 1군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안 터진 유망주' 이승진, 불펜 무너진 두산이 '기회의 땅'

야탑고 시절 이건욱,박민호 등과 함께 SK의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던 이승진은 성적을 끌어 올려야 할 3학년 때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지명순위가 2차 7라운드(전체73번)까지 밀렸다(그나마 연고구단의 지명을 받은 건 이승진에겐 행운이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던 이승진은 2015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철저한 무명 투수였던 이승진이 1군에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8 시즌부터. 손혁 투수코치(현 키움 감독)의 집중적인 지도 아래 기량이 크게 향상된 이승진은 2018년 34경기에 등판해 41.1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4.57을 기록했다. 비록 데뷔 첫 승을 따내진 못했지만 두 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이승진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승진은 2018년에 쌓은 귀한 경험을 작년 시즌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2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17경기에 출전한 이승진은 1홀드8.05의 성적으로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진 작년이 2018년에 비해 투수들에게 유리했던 시즌이었음을 고려하면 이승진의 활약은 더욱 아쉬웠다. 결국 이승진은 올해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하게 됐다.

현재 두산은 함덕주(4세이브2.45)와 이현승(1승1세이브2홀드3.38) 정도를 제외하면 불펜진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 김강률, 곽빈, 김명신 등이 당장 1군에 가세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승진은 백업포수 이흥련으로 영입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이승진이 2018시즌의 구위만 회복해 준다면 두산 불펜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지는 전적으로 이승진 본인에게 달려 있다.

이승진과 함께 두산으로 이적한 권기영은 제물포고 시절 두산의 불펜 투수 박치국과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다. 프로 데뷔 후 1군 출전이 한 번도 없고 퓨처스리그 성적도 썩 대단치 않다. 하지만 권기영은 만21세의 젊은 나이에도 이미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데다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6순위로 지명될 만큼 가능성을 인정 받았던 포수다. 포수 육성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는 두산에서 충분히 키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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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트레이드 이흥련 이승진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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